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2년 9월 1주)

실리카겔, 마마무+, 원어스, Ginger Root 외

by 고멘트

실리카겔 - ‘NO P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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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k : [SiO2.nH2O]까지 실리카겔의 방향성은 명백히 신디사이저 중심이었다. 밴드 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파워풀한 드럼과 기타 리프보다는, 신디사이저를 메인으로 재기 발랄하면서도 통통 튀는 멜로디의 실험적인 음악을 선보이는 팀이었다. 이후 군입대 문제로 휴식기를 갖고 돌아온 그들은 이전보다 직관적인 음악을 들려주고자 결심한 듯하다. 신디사이저로 디자인된 사운드는 마치 앰비언스처럼 후방에 위치시키고, 드럼/기타/베이스의 비중을 늘려 밴드로서의 폭발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는 전작 ‘Desert Eagle’의 폭발적인 기타 솔로부터 이번 ’NO PAIN’까지 이어져 오며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으나, 아직까진 복귀 후 앨범 단위의 작업물이 없었던 만큼 풀 렝스 앨범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사운드를 구성할지 기대도 되고 우려도 되는 마음. 어쨌든 지금까지 분명한 것은, 잘하는 뮤지션은 뭘 해도 잘한다는 것.





마마무+ - ‘B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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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봄 : 휘인이 RBW에서 이탈한 이후 마마무라는 그룹의 활동 방향성과 시기는 애매해진 상황이다. 국내와 일본에 베스트 앨범까지 내놓아가며 시간을 벌고는 있으나 명확한 답은 여전히 없는 듯하다. 더해서 솔로 아티스트로서는 화사를 제외하고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는 멤버도 없다. 이대로라면 방향성은 고사하고 마마무라는 그룹의 존속 자체가 위태로워 보인다.


이를 타개해보고자 시작한 프로젝트가 “마마무+”로 생각된다. 기존 그룹명 뒤에 기호 하나만 더 붙여 탄생한 유닛 그룹은 어째 마마무라는 이름이 희미해지지 않기를 바라는 발버둥처럼 보이는 면도 있다. 다채로운 매력과 새로운 장르, 한계를 두지 않는 다양한 활동들을 예고한다고는 했으나 정작 첫 싱글 ‘Better’는 그 수식어들에 의문을 자아내게 한다. 기존 느낌과 드라마틱하게 다르다는 생각이 들지 않거니와 다시 듣고 싶은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이 정도의 변화나 완성도로 대중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또한 자신들의 진화와 발전을 말하는 듯했던 당찬 포부 뒤로 갑자기 등장한 빅 나티의 이름은 그 포부들이 다채롭고 새로우며 한계를 두지 않는 피처링진이었던 것인가란 생각이 들게 한다. 무언가 보여주어야 할 것 같다면, 피처링 뒤에 업히지 말고 본인들의 이름으로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원어스 - [MA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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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봄 : 데뷔 때와 더불어 <로드 투 킹덤> 즈음에는 대중적으로도 알려지는 모양새였으나, 이후로는 점점 대중과 거리가 멀어지는 느낌이 강하다. 그럼에도 앨범 판매량만큼은 지속해서 늘어가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RBW의 상술이라는 말도 있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어쨌든 돈이 벌렸으니 장땡일지도 모르겠다. 해외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것 같고.


타이틀곡 ‘Same Scent’는 원어스의 대표곡 ‘쉽게 쓰여진 노래’를 연상시킨다. 전반적으로 벌스 파트에서는 곡의 세세한 감성에 집중하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모습이었고, 드랍 파트에서는 뭄바톤 리듬을 기반으로 빅룸 하우스처럼 공간감이 느껴지는 거친 사운드와 함께 감성적인 멜로디를 병행시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로 돌아오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나 싶지만 하나에서 두 곡 정도는 더 밀어볼 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Ginger Root - [Nisemono]

frank : 싱어송라이터 Cameron Lew의 프로젝트 ‘Ginger Root’의 EP. 앨범 전체적으로 시티팝과 Funk의 장르적인 느낌이 공존하는데, 이는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그의 입장을 음악적으로 풀어내려는 시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Vulfpeck이 연상되는 펑키한 기타 리프와 신디사이저가 적절히 밸런스를 이루며 편안한 사운드를 구축하고, 디스토션이 더해진 라디오 톤의 보컬은 곡의 빈티지한 무드를 한껏 살려주는 느낌이다. 이러한 무드는 1983년 배경의 뮤직비디오에서도 드러나는데, 전공자답게 레트로에 B급 감성이 버무려진(나름 스토리 라인도 탄탄한) 영상으로 재미있게 풀어냈다. 그러니 나의 한 줄 평은, 넘치는 재능이 즐기기까지 하면 이렇게 멋진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 어느 영화 학도의 1인 프로젝트는 이제 하나의 장르가 되어가는 듯하다.





Oliver Sim - [Hideous Bast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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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k : 좋은 앨범이라 느끼는 포인트는 사람마다 다르다. 개인적으로 지향하는 무드가 분명하면서도 그 안에서 사운드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방향을 선호하는데, 이 앨범은 꽤 오랜만에 만난 ‘좋은 앨범’이다. The XX의 베이스이자 보컬, Oliver Sim은 그의 첫 솔로 앨범 테마를 ‘호러’로 잡은 듯한데(그로테스크한 커버 이미지에서 알 수 있듯), 이를 과하게 보여주기보단 특유의 음색을 통해 음산하면서도 섹시한 무드로 풀어냈다. 여기에 중간중간 ‘Romance With A Memory’나 ‘Run The Credit’ 같은 비교적 밝은 트랙을 섞어 톤 앤 매너의 다이나믹을 넓힌 것도 적절했다고 느껴진다. 트랙별로 다양한 악기를 사용해 멜로디를 구성하고 있는데, 사운드 레이어가 과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고 오히려 소리마다 역할이 굉장히 뚜렷해서 전체적으로 미니멀하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다. 이는 기존 The XX의 작업 방식이기도 한만큼, 그들의 앨범을 기다리는 팬들이 이번 솔로 앨범으로 잠시나마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Eliza Rose, Interplanetary Criminal - ‘B.O.T.A. (Baddest Of Them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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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봄 : 오피셜 차트 1위를 8주 동안이나 독식한 LF SYSTEM의 ‘Afraid To Feel’이 서서히 하락 중인 가운데, 이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정상에 오른 곡이 Eliza Rose의 ‘B.O.T.A.’이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하우스 트랙이 반복되는 양상을 보이는데, 여기에 더불어 간드러지는 보컬이 꽤 인상적이다. 더해서 곡의 후반부에 리듬과 트랙이 엇갈리며 주는 청각적 즐거움 역시 상당하다. 차분하거나 심심한 감도 없지는 않지만, 가만히 앉아 고개 흔들며 감상하기 나쁘지 않은 곡이 아닐까.


‘Afraid To Feel’과 ‘B.O.T.A.’가 공유하는 공통점 역시 주목할만하다. 차트에서 이력이 없는 비교적 신인에 가깝다는 점, 샘플링을 적극적으로 시도한 하우스 장르라는 점, 어느 정도 디스코 시대의 레트로함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 등 아직 성급할지도 모르지만 이러한 특징들이 몰고 올 수도 있는 유행을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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