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NCT 127, 시온, 최유정, Meghan Trainor 외
융 : 모두에게 익숙한 클래식의 샘플링으로 귀를 혹하게 만들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남지 않는다. 샘플링 멜로디의 숱한 반복으로 피로감이 드는 데다가, 빌드업해오던 후렴에서 진부한 멜로디의 진행으로 힘이 빠져버린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굉장히 많은 파트를 할애한 2절의 제니와 리사의 랩 정도인데, 그조차 곡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진 않는다. 2절까지 반복의 연속이다 보니, 아웃트로 역시 무의미한 ‘BLACKPINK IN YOUR AREA’와 함께 급하게 마무리된다. ‘How You Like That’이나 ‘Lovesick Girls’의 매력적인 엔딩을 생각하면 더욱 차이가 극명하다.
2년 만에 풀 앨범으로 돌아온 월드스타의 컴백은 무척 반갑지만, ‘Pink Venom’부터 이어진 아쉬움이 잘 해소되지 않는다.
융 : 사실, 곡의 완성도만 놓고 본다면 충분히 좋은 곡이라 생각한다. 재생하자마자 강렬한 신스가 곡에 대한 집중과 몰입을 만들고, 멤버들의 능숙한 래핑과 보컬, 화려한 퍼포먼스와 표정연기까지 비디오와 오디오의 조화가 알맞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듣는 내내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아쉬움이 잔존한다. ‘Cherry Bomb’의 귀환이라고 봐도 될 만큼 강한 기시감이 느껴지고, 새롭거나 신선한 부분이 현저히 적다. 유닛인 NCT DREAM의 ‘버퍼링’도 그랬지만, ‘고수’와 ‘답습’ 사이 아슬한 줄타기를 보는 듯하다.
잘하는 걸 유지하는 것과 새로운 걸 보여주는 것의 공존은 힘들겠지만, 이제 적지 않은 연차인 만큼, 곧 그 해답을 찾으리라 본다.
최크롬 : 딩고의 라이징 벌스를 통해 크게 바이럴이 되었던 시온의 싱글이다. 독보적인 톤과 보컬 운용력으로 동세대 루키들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그이지만 발매된 음원이 많지 않았기에 리스너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컸다. ‘Braindaed’는 그에 화답하듯 근시일 압도적인 음원 인기도를 유지하는 중이다. 그러나 비오의 ‘Counting Star’가 그러했듯 라이브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야마’를 담아내기는 어려웠을까. 더불어 딩고에서 보여주었던, 샤우팅과 가성을 재치 있게 사용한 첫 번째 벌스는 분명 재미있지만 후렴구 및 나머지 파트는 그에 비해 강렬함이 떨어지는 편이다. 한편 음악의 전반적인 톤 앤 매너가 같은 소속사인 지올 팍과 유사하다는 인상도 지우기 어렵다. 보컬에 뛰어난 것과 음악을 잘하는 건 별개다. 대중들이 시온에게 건 높은 기대치만큼, 어떤 음악적 발자취를 남길 것이냐에 대한 장기계획 또한 필요하다.
최크롬 : 후속 그룹인 아이즈원 멤버들보다 개인 활동을 늦게 시작한 최유정이다. 그녀는 의외로 정석적인 케이팝의 문법을 따르기보단 팝 알앤비 베이스의 곡을 들고 나오면서 의외의 포지셔닝을 취했다. ‘밸런스캐’에 가까운 최유정이 어떤 곡을 들고 나와도 평균 이상을 보여줄 거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지만, 타이틀 ‘Sunflower’와 이를 풀어내는 콘셉트에 마땅한 포인트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 동기인 세정이 청초하고 건강한 느낌을, 전소미가 하이틴을 필두로 내세웠듯 최유정 또한 보다 직관적인 이미지를 각인시킬 필요가 있었다. 음악의 경우, 그녀가 밸런스형 아이돌에 가깝다면 아예 컨셉추얼한 곡으로(ex. 오마이걸 유아) 한 발짝 큰 걸음을 내딛는 전략이 조금 더 유효하지 않았을까. ‘Sunflower’는 뻔한 케이팝은 아니지만 세련/무드라는 틀에 과하게 갇혀 무난함을 재생산하고 있을 뿐이다.
융 : 아직도 이런 밝고 명랑한 팝을 들을 수 있다니 무척 반갑다. 사실 근래 팝의 유행과는 맞지 않을 수 있지만, 아티스트가 가장 잘하고 자신 있는, 리스너들이 듣기에도 가장 자연스러운 메간 트레이너의 모습을 보여준다. SNS와 현실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과 솔직한 자신의 고백까지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았지만, 그것들을 무겁지 않게 다루며 편안하게 풀어낸다. ‘Lips Are Movin’, ‘Title’ 등의 초기 작품을 떠오르게 하는데, 그 특유의 여유로움과 경쾌함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짧은 러닝타임이 아쉽지만, 다음 정규 앨범을 기대케 하는 기분 좋은 티저다.
최크롬 : 바운디의 가장 큰 강점이라면 락 베이스 제이팝의 큰 틀 안에서 매번 변화무쌍한 곡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초반 정규였던 [strobe]를 들어보면 나와 같은 한국 리스너 입장에서 직관적으로 좋다고 느끼기 어려운 감성이 다소 깔려 있지만, 근 1년간 ‘踊り子’ , ‘恋風邪にのせて’ 등 개성 넘치고 이지리스닝 바이브를 띠는 곡들이 등장했다. 새 싱글 ‘mabasaki’ 도 팝스럽고 모던한 결을 가져가면서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는 곡이다. 케이팝처럼 고저차가 크지 않으며 후렴구 기반으로 반복되는 구성을 띤다는 점에서 다소 마이너하긴 해도, 오히려 보컬 포함 전반적으로 힘을 뺀 탓에 편안함을 자아낸다. 스펙트럼이 원체 넓은 탓에 굳이 킬링 트랙을 솎아내지 않아도 골라 듣는 맛이 있는 아티스트.
※ '최크롬', '융'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