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ush, NMIXX, SUMMERCAKE, 준, Jenevieve 외
예옹 : 크러쉬가 제대 후 바로 발매한 싱글. 또 90-00년대 알앤비 곡을 발매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훵크 스타일 곡을 가져왔다. 업템포 곡 발매로 인한 반전 요소가 이 곡이 계속해서 이슈가 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크러쉬의 새로운 음악적 면모를 볼 수 있는 곡이다. 그리고 크러쉬가 스티비 원더의 덕후임(스티비 원더 헌정곡 'Stevie Wonderlust'도 있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곡이기도 하다.
크러쉬는 트렌드에 의식하기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그 순간마다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북미에서 훵크나 디스코 유행은 지나고, 최근 90-00년대 알앤비 붐이 일어나고 있다. 북미 음악 트렌드가 절대적으로 국내 차트에 투영된다고 보진 않지만, 크러쉬는 그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곡은 국내외 차트 상위권에 진입했다. 물론, 해외 차트는 제이홉 효과일 것이다. 피처링에 제이홉이 등장하면서 제대 후 야심차게 발매한 첫 음악의 마케팅 전략이 투명하게 보여서 아쉽긴 하다.
예옹 : 이번에도 역시나 데뷔곡처럼 여러 장르를 섞은 믹스 팝(MIXX POP)을 선보인 엔믹스. 여기서 말하는 믹스는 두 장르 이상의 결합보다는 나열에 가깝다. 그래서 구간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변화에 당황스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뷔곡부터 지금까지 중독성은 보장되는 듯하다. 특히나 엔믹스 특유(JYP 특유인 건지) 랩 플로우는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다. 그래도 이번 타이틀곡 ‘DICE’는 데뷔곡 ‘O.O’ 때처럼 급작스럽게 변주를 주진 않고, 연결고리가 조금 더 매끄러워진 느낌이다. 또한 트랩으로 진행되면서도 재즈, 블루스를 첨가하여 몽환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연출법은 이번 앨범 세계관과 관련된 익살스러우면서도 한 치 앞을 모르는 ‘게임’ 혹은 ‘서커스’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앨범 수록곡 ‘COOL (Your rainbow)’는 아련한 팝 발라드 곡으로 퍼포먼스를 빼고 보컬에 집중된 무대를 선보일 수 있는 곡이다. 하지만 멤버들의 역량이 뛰어난데 비해 보컬 실력을 다 보여주기엔 부족한, 난이도가 낮은 곡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퍼포먼스가 강렬했던 이전 앨범 수록곡 ‘占 (TANK)’와는 다른 매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 의미가 있다. 과연 앞으로는 엔믹스가 이 그룹의 특색인 믹스팝 과제를 어떻게 풀어내어 선보일 것인지 궁금해진다.
베실베실 : 그나마 ‘보이스 코리아’의 김민경으로 유명했던 그녀였지만 그 명성의 바통을 이어받기보다는 새로운 이름과 함께 도전을 택했다. 작년 12월 10일 데뷔곡 ‘Love Villain’부터 지금까지의 행보는 김민경 시절의 발라드와는 사뭇 거리가 먼 R&B 계열의 음악임을 알 수 있다. 강점이 보컬에 있음에도 SAAY와 같은 가창력 위주의 진한 R&B보다는 Hoody나 Tinashe에 가까운, 음색과 분위기로 승부를 보는 Trap 장르의 곡을 자주 선택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현재까지는 비트 초이스가 좋은 편이라 별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결국 사람들에게 SUMMER CAKE가 어떤 가수인지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강렬한 한방이 있는 노래가 필요하다. 그것이 멜로디든 보컬이든.
베실베실 : 팬이 아닌 입장에서 세븐틴이라는 그룹 속 준의 존재감을 인지하지 못해 왔었지만, 의외로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된 곡이다. 한국에서 찾자면 태민이나 종현, 해외에선 (예전) The Weeknd 같은 가수들이 떠오르는 Future Bass와 R&B 기반으로 이것저것 다 섞은 장르지만 그 짜임새가 사뭇 괜찮다. 킬링 포인트는 아무래도 코러스 중반부의 과감한 가성 파트일 텐데 청자들에게 이 곡에 대해 깊은 인상을 주기 충분한 진행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단점이라면 준의 보컬이 이 곡을 소화할 만큼 완숙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후렴구야 기계의 힘을 빌려 온갖 튠을 먹였기에 그 어설픔이 어느 정도 가려졌다지만 가장 몽환적이어야 할 브릿지 파트에서의 강약 없는 그의 가성은 절로 탄식만이 나온다. 다른 선배 가수가 소화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노래.
베실베실 : 전작 [Division]에서는 (일부 트랙을 제외하면) 대체로 드럼과 베이스가 무드를 잡으며 곡을 이끌어 나가는 Trip Hop 섞인 Neo-Soul을 표방했다면 이번 앨범은 1번 트랙부터 전작을 답습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격하게 표출하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다소 뻔하다고 할 수 있는 뉴잭스윙 섞인 R&B나 나른한 Trap, House 넘버들이 지루하지 않게 들리는 것은 전적으로 가창자 본인의 역량 덕일 것이다. 편곡과 탑 라인 메이킹 측에서도 장르 특유의 뻔한 포인트를 피해 가려고 최대한 노력한 흔적이 보이며, 무엇보다 보컬의 표현력이 너무 좋아 반복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편곡의 예시를 찾자면 House 장르의 5번 트랙 ‘2NLuv’ Verse에서 Bossa Nova의 베이스 진행을 넣었다는 점이 대표적이고, 4번 트랙 ‘CaNdY LiEs’ 같은 경우에는 The Weeknd의 ‘Out of Time’ 같은 곡이 오버랩되는 레트로 R&B에서 전적으로 보컬 하나에 기대 차별점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아무리 가수가 하드 캐리 했다 하더라도 잊을만하면 계속해서 나오는 Trap 비트는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다음 작품에선 조금 더 신선한 사운드의 곡을 시도하기를 바라본다.
예옹 : 관능미는 넘치나, 기대와 다르게 멜로디도 뻔하면서 디테일은 다소 부족한 곡. 인트로에서 성스러운 가스펠 사운드에 그러지 못한 가사로 노래의 시작을 알린다. 애절하고 서정적인 발라드로 많은 인기를 얻었던 Sam Smith의 새로운 변신을 볼 수 있는 곡이다. 동시에 기존 팬들은 반기지 않을 곡이다. 퀴어 뮤지션인 그는 이번 곡을 통해 자신이 억눌러온 욕구를 분출한 듯하다. 그의 관능적인 음색은 곡의 무드와 잘 어우러지는 편이다. 어질어질한 매운맛 가사는 덤이다. 피처링한 또 다른 퀴어 뮤지션인 Kim Petras는 일렉트로 팝 위주로 음악 활동을 해왔는데, 이 곡에서 Sam과의 케미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Sam의 곡으로는 실망스럽게 느껴지는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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