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2년 9월 4주)

김진호, 김호중, 이영훈, Jockstrap, Men I Trust 외

by 고멘트

"음유시인에서 메신저로"


1. 김진호 - ‘부동산에서 숨 쉬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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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봄 : 사실 이번 싱글의 제목을 처음 접하고 기대감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부동산”이라는 단어가 주는 압박감과 “숨 쉬는 아이”라는 구가 주는 순수함의 상호 대비가 무겁기도 했지만, 그동안 투박하면서도 진심이 담긴 노래를 부르던 그 목소리로 사회 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자 어느 정도의 메시지를 담을지,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걱정과 기대가 섞였다.


기존의 김진호에게서 기대했던 음악은 아니었으나, 역시 느낄만한 거리는 충분히 있었다. 우리가 평소에 느끼고 있었으나 애써 외면해왔던 것들을 김진호는 과감히 직시하는 모습이었다. 대중의 인기를 얻고 돈을 버는 음악도 중요하지만, 메시지를 담은 음악도 분명 필요하다. 음악의 시작은 어떠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였으니까. 김진호는 그 지금 시초를 걷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직설적이고 투박하지만, 확실하고 분명한 발걸음으로.





"당신의 충성도로"


2. 김호중 - ‘나의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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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봄 : 임영웅을 위시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의 무서운 점은 트로트가 그들의 많은 무기 중 하나라는 것이다. 더해서 10대부터 30대까지의 아이돌 팬덤 문화를 상당수 흡수한 중장년층 팬덤의 파괴력은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이는 좌충우돌 사건 사고가 있었고, 몇 달 전 제대해 군 공백기를 가지고도 상당한 팬덤의 규모와 충성도를 유지하고 있는 김호중에게도 해당이 된다.


결국 탄탄한 기본기와 함께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낼 수 있는 능력이 이러한 충성도를 유지할 수 있는 기본이다. 이번 싱글 ‘나의 목소리로’에서 이러한 기본이 여실히 드러나는데, 전반적으로 김동률과 박재정을 섞어놓은 듯한 음색과 함께 본인의 장기인 성악으로 곡을 마무리하는 모습은 이들의 인기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더해서 기존 팬덤 문화와는 다르게 어느 정도의 문제에 대해서는 둔감한 모습을 보인 것 역시 한몫을 하지 않았을까.





"일상 속 이별"


3. 이영훈 - ‘오늘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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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k : 발라드를 즐겨 듣는 편은 아니다. 특정 상황에 너무 몰입해서 감정을 지나치게 과장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서. 내게 감정이란 폭발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평범하게 살아가다 갑자기 말을 걸듯 다가오는 것이라, 수많은 발라드 음악의 방식에 잘 공감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이영훈의 음악을 좋아한다. 많은 음악이 이별의 순간에 집중하지만, 그의 음악은 그 이후에 찾아오는 이별의 잔해에 관해 이야기한다. 쓸쓸하지만 담담하게,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듯 노래한다. 그리고 나도 그의 목소리만큼이나 차분하게 감정을 돌아보게 된다. 위안이 되는 음악은 그런 게 아닐까. 나에게 솔직하지 못했던 시간을 뒤돌아보고, 그렇게 어쩌다 보니 위로를 받게 되는 것.





"영국산 짬뽕의 미학"


4. Jockstrap - [I Love You Jennifer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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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k : Georgia Ellery와 Taylor Skye의 일렉트로 팝 듀오, Jockstrap의 정규 앨범. 처음 접한 팀임에도 리뷰를 마음먹은 이유는 오로지 ‘신선함’ 때문이다. Jockstrap의 음악에서는 장르적으로 익숙함과 생소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데, 이는 그들의 독특한 작업방식에서 기인한다. Georgia가 발라드 작법을 바탕으로 먼저 멜로디 라인을 짜면, Taylor가 그 사운드를 왜곡하는 방식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곡마다 왜곡의 밸런스도 다르게 조정하여 발라드 진행에 포인트를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2번 트랙 ‘Jennifer B’에서는 탑 라인부터 이끌어 가기도 한다. Georgia가 Black Country New Road의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한만큼, 바이올린 소스 또한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감상에 다양함을 더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모든 요소가 짬뽕되었음에도 전혀 어색함을 느낄 수 없다는 것.


장르의 경계가 사라졌다는 말이 무색하게 뻔한 음악이 난무하는 요즘, 진정 새로운 시도를 하는 아티스트의 등장은 언제나 반갑다. 게다가 그 시도가 과하지 않다면? 듣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위대한 밴드 되기: Stage 1"


5. Men I Trust - ‘Billie Toppy’

frank : 나른한 멜로디 라인과 보컬 톤으로 ‘베드룸 팝’ 장르를 대표하는 그룹. 장르명에서 연상되는 느릿느릿한 진행과 몽환적인 보컬은 Men I Trust의 시그니쳐이지만, 디스코그래피가 쌓이며 ‘음악이 다 비슷하다’는 모든 뮤지션의 숙명 같은 비판에 맞닥뜨리게 됐다. 이후, 다수의 시행착오를 겪긴 했으나 이번 싱글 ‘Billie Toppy’를 통해 비로소 오리지널리티와 새로움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은 듯하다.


곡의 중심을 잡는 베이스라인과 후렴구에 치고 들어오는 레트로 톤 신디사이저가 70년대 포스트 펑크 느낌을 자아내지만, 보컬 Emmanuelle Proux의 음색이 밴드의 정체성을 굳건히 지켜준다. 결국, 그들은 비판에 맞서 ‘잘하면서도 새로운 것’을 내놓는 데 성공했다. 캐나다의 3인조는 이제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간다.





"꽤 괜찮은 이 음악, 아껴둘 걸 그랬죠"


6. Lil Nas X - ‘STAR WALK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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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봄 :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플레이하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해마다 가을에 열리는 세계 대회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과 그 주제가를 한 번 정도는 들어보았을 것이다. Imagine Dragons나 Zedd 등 꽤 굵직한 이름이 올라있는 주제가 진열장에 이번에는 Lil Nas X의 이름이 올라가게 되었다는 것이 반갑다.


전반적으로 들을만하고 괜찮은 음악이긴 하지만 속칭 롤드컵이라고 불리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의 세계 대회 주제곡 차원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이전 주제곡들은 대체로 웅장하거나, 강렬하거나, 결의를 다진다거나, 이것도 아니라면 노선을 꺾어 페스티벌 느낌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STAR WALKIN’’은 앞선 단단한 느낌과는 거리가 멀며 그러하고 마냥 텐션을 높이기에는 2% 부족한 느낌이 있다. 단순 주제가로 소비되기에는 곡이 아까운 느낌도 없지 않아 있고, 잘 맞지 않는 느낌도 있는 터라 차라리 본인의 음반으로 내는 것이 더 좋은 평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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