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2년 10월 1주)

슬기, EXID, 제이미, 트레저, Charlie Puth 외

by 고멘트

"어딘가 익숙한 낯섦"


1. 슬기 – [28 Reas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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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벨벳의 리드보컬이자 메인댄서, 올라운더 플레이어 ‘슬기’의 솔로 데뷔 앨범이다. 첫 번째 앨범인데도 안정적인 보컬과 흡입력 있는 퍼포먼스, 자연스러운 연기까지 아티스트로서의 역량을 성공적으로 증명한다. 음반은 톤 앤 매너를 최대한 맞추어 정적 안에서의 은은한 광기를 표현해내고, 슬기의 보컬 역량이 곡 각각의 완성도를 더욱 높인다.


하지만 앨범을 다 듣고 나면 어딘가 모르게 심심하다. SM의 여자 솔로로 한정한다면 새로운 영역의 확장이지만, 본인이 소속된 레드벨벳-아이린&슬기나, 태민 등의 디스코그라피가 단번에 떠오른다. 안정적이고 준수한 완성도의 작품이지만, 웬디나 조이의 앨범에서 만났던 아티스트의 선명한 정체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 SM의 거대한 프로듀싱이 슬기보다 조금 앞서있다.





"K-뽕삘 클리셰로 돌아가지 않은 것에 박수를"


2. EXID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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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주년 앨범의 타이틀곡이지만, 기념과 자축에 양보하지 않고 디스코그라피의 연장선을 그렸다. EXID 히트곡들의 익숙한 구성을 따르는 듯하면서도, 후렴의 강하게 쏟아지는 드롭으로 약간의 변곡점을 준다. 가장 최근 작품인 ‘ME & YOU’를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낮보다는 밤’, ‘내일해’처럼 또 하나의 흥미로운 작품을 남긴다.


다만, 가장 아쉬운 것은 퍼포먼스의 부재다. 전체적으로 댄서의 활용이 많아서 멤버들의 안무가 간단한 동작에 그친다. (특히 후렴) 물론 지금 활동하는 그룹들과 일직선 상에 놓고 퍼포먼스를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지만, 말 그대로 ‘Tabasco’ 같은 곡이라면 더 매운 무언가가 필요했다.





"지금이 결과일지 과정일지는 시간이 답을 줄 것"


3. JAMIE (제이미) – [One Bad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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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크롬 : 영어 가사로 가득 채운 타이틀과 장르 지향적인 수록곡을 보았을 때 기획적으로 욕심이 가득한 앨범이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제이미가 팝적으로 부드럽고(‘No Numbers’) 캐치한(‘Pity Party’) 선을 유지하고 있는 과정에서 ‘3D Woman’은 해외 위주로 먹힐 만한 무드와 딥함을 전면에 내세웠다. ‘GIRLS’와 ‘In My Bag’에서는 아예 트랩을 통째로 가져왔다. 물론 이러한 전략이 제이미의 아티스트적 성장을 증명할 수는 있어도 마케팅적으로 유효한가는 또 다른 문제다. 제이미가 팝 아티스트의 입지를 지니고 있는 현재, 국내(혹은 해외) 장르 팬들이 굳이 제이미의 트랩과 컨템퍼러리 R&B를 소비하겠냐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좀 더 중립적으로 판단을 유보하자면 이번 EP는 제이미가 장르 시장에 자신 있게 내놓은 도전장에 가깝다. 박지민이 제이미가 된 이후 래퍼들과 꾸준하게 작업을 해 왔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지금의 행보는 대중/장르 씬 모두에게 인정받기 위한 준비 단계이지 않을까.





"현시대 남돌 씬의 과제를 보여주는 예시"


4. TREASURE (트레저) – [THE SECOND STEP : CHAPTER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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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크롬 : 트레저가 흥미로운 이유는 음악적으로 빅뱅과 아이콘의 감성을 어느 정도 승계하고 있지만, 그게 트렌드를 떠나서 해외에서도 유효했다는 점이다. 싱글 ‘사랑해’와 ‘직진’은 10년대 유행했던 빅룸을 가져왔고, ‘음’에서는 아이콘 연상키는 힙합을, 그리고 시간이 지나 이번 타이틀 ‘HELLO’는 빅뱅의 어느 지점을 건드렸다. 음악적으로 차별화가 어려운 동세대 그룹에 비해 트레저가 가진 강점이기도 하고, 동시에 사운드 차원에서의 브랜딩이 YG 내부에서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음원 성적/조회수에 비해 다소 부진한 초동은 이 그룹이 어딘가 붕 떠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짚이는 지점은 콘셉트적으로 디테일이 떨어지고, 그 흔한 스토리텔링 없이 음악으로만 승부를 보려 한다는 것이다. 매번 ‘STEP’, ‘CHAPTER’ 식으로 앨범 제목을 짓는 이유도 여기에서 기인한 듯하다(블랙핑크 정도라면 ‘THE ALBUM’을 써도 무방하겠다만). 타 그룹들이 집요하게 콘셉트와 스토리텔링 설정에 매달리는 지금, 최소한 상위권 남자 아이돌 씬에서는 ‘아쉽게도’ 음악 이상의 무언가를 찾아야 하는 시대가 왔다. 빅뱅을 추억하며 남돌이 대중성을 잃었다는 사실에 실망하고 있다면, YG 감성을 앞세웠지만 현시대 애매한 위치에 놓인 트레저를 보면 된다.





"최신 유행 팝송 모음"


5. Charlie Puth(찰리 푸스) – [CHAR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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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저하게 2022년의 대중음악으로 기획된 음반이다. 근래 팝의 트렌드를 최대한 압축하여 담아냈다. 대부분 디스코나 락킹한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며, 3분을 거의 넘지 않는 짧은 러닝타임의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저스틴 비버나 해리스타일스 등의 팝스타가 스치기도 하지만, 그의 특장점인 단단하고도 유연한 보컬을 자유롭게 구사하며 아슬하게 경계를 둔다.


1집은 음악보다는 일단 목소리를 들려주는 데에 집중했고, 2집은 그의 정체성과 트렌디한 감각을 볼 수 있었다. 두 정규앨범을 지난 지금의 찰리 푸스는 팝 음반을 구성하는 여러 영역에서 감각 있는 플레이를 해내고, 그 완성품을 영하게 셀링한다. 그야말로 ‘요즘’ 가수의 ‘요즘’ 노래다.





"지우는 요네즈 켄시가 아니라 에드 시런을 더 들었을 것"


6. Ed Sheeran – ‘Celest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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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크롬 : 동서양의 추억팔이를 동시에 유도하는 포켓몬과 에드 시런의 콜라보레이션. 이런 프로젝트나 OST 타입의 곡들은 뜬금없거나 과해서 별로이거나 재고 처리하는 느낌으로 별로인 곡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Celestial’의 경우 자극적이지 않고 무난 이상으로 곡이 뽑혔다고 생각한다. 문법이 트렌디하지 않지만 에드 시런의 커리어 중반에 있을 법한 개연성 있는 스타일이고, 뮤직비디오에서 드러나는 동심과 노스탤지어를 살짝 머금은 감성이 잘 묻어난다. 요약하자면 국내 해외 상관없이 OST는 무난하고 뻔해도 어느 정도 보수적일 필요가 있는데(단, 감성과 멜로디에 목숨을 걸어야 함), ‘Celestial’은 그 지점을 잘 찾은 싱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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