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5년 12월 2주)

ALLDAY PROJECT, BrokenTeeth, The Deep 외

by 고멘트

"색다른 시도 그러나 응집력을 잃은 '프로젝트'"


1. ALLDAY PROJECT - [All Day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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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휘 : AllDay Project는 2025년부터 지금까지 짧은 기간이지만 강렬한 인상으로 구축해 온 정체성을 명료하게 선언하듯, 자신들의 이름을 그대로 내건 첫 EP [All Day Project]를 발매했다. 여섯 곡을 단체, 듀엣, 솔로 구조로 배치하며 혼성 그룹이 지닌 조합의 가능성을 '프로젝트'처럼 펼쳐 보인 점은 이번 EP의 핵심 기획으로 읽힌다. 특히 데뷔 곡은 힙하고 차가운 느낌이 강했다면, 선공개 곡 ‘ONE MORE TIME’은 마치 파티에 온 듯한 폭발적인 에너지를 통해 확연히 다른 분위기의 ADP를 볼 수 있다. 통통 튀는 듯한 신스 리프가 중심을 잡으며 이끌어주다가 드럼 앤 베이스가 결합되어 곡의 텐션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린다. 특히 포스트 훅에서 반복되는 가사 ‘ONE MORE TIME’을 중심으로 한 리드미컬한 변주는 같은 키워드 안에서도 서로 다른 무드를 만들어내며 곡의 에너지를 끝까지 유지하는 점은 인상적이다.


이어지는 두 번째 타이틀 ‘LOOK AT ME’는 인트로부터 메인 멜로디와 함께 코러스 파트의 떼창을 선 제시하며, 듣는 이들이 ADP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는 확신에 찬 태도가 각인되는 듯했지만, 결국 평이한 멜로디 전개와 제한적인 다이내믹 변화로 새로운 인상을 남기기보다는 팀의 이미지를 한번 더 정리하는 데 그치고 만다. 듀엣곡 ‘WHERE YOU AT’ 역시 애니와 우찬의 현실적인 케미를 음악적으로 옮겨온 점에서는 설득력이 있으나, 타이틀과 유사한 코러스 훅의 구조로 신선함이 충분히 살아나지 못한다. 특히 2개의 타이틀 곡에선 멤버 우찬의 비중이 확연히 적은 것을 알 수 있으며, 각기 다른 랩 매력을 보다 다채롭게 활용하지 못한 점이 아쉽게 남는다. Rage 장르를 선택한 ‘Medusa’의 시도 또한 타잔의 '자유로움', '힙함'의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장르적 시도이긴 했으나, EP의 마지막을 장식할 만큼 강력한 클라이맥스를 만들어내기에는 다소 힘이 부족하다.


결론적으로 이번 EP는 완성도가 고르게 정리된 결과물이라기보다 선택의 폭을 넓히는 데에 초점을 둔 앨범에 가깝다. 타이틀 곡들에서는 색다른 무드 안에서도 혼성 구조가 안정적으로 작동하지만, ‘ONE MORE TIME’이 만들어낸 에너지를 ‘LOOK AT ME’가 충분히 이어받지 못하며, 앨범의 에너지 곡선을 상승시키지 못한다. 듀엣 구성은 포맷 자체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돋보이지만, 하나의 방향으로 응집되기보다 각 파트의 개성이 분리되어 느껴진다. 솔로 트랙 역시 멤버 개인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데에는 의미가 있었으나, EP 전체의 흐름을 정리하는 결정적인 역할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만약 몇 가지 방향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첫 번째 EP 앨범으로서 중심축을 더 선명하게 설정했다면 결과물의 인상 역시 훨씬 강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 곡밖에 없는 곳에서 이 정도의 전개를"


2. BrokenTeeth – ‘카스테라 시대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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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린트 : 1년 만에 나온 신보임에도 달랑 한 곡만을 가져와 아쉬웠지만, 한 곡 안에서도 브로큰티스의 기다림의 미학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9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곡은 분 단위로 계속 변화하며 흘러간다. 처음 3분간은 하나둘씩 소리를 채워가며 텐션을 올리다가, 4분대가 되면 너무 과열되지 않게 둠칫거리는 오프 비트 하이햇과 함께 켜켜이 쌓아온 사운드를 정리한다. 그렇게 2분을 보낸 뒤엔 다시 전반부로 돌아가, 두 기타의 패닝이 어지러이 섞이며 다시금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코러스를 거친 이후 파란노을의 신시사이저와 함께 화려한 피날레로 마무리한다. 곡으로써는 긴, 그리고 앨범으로써는 짧은 이 호흡에도 집중력을 이끌어 내는 기승전결은 9분이란 시간이 언제 지났는지도 모를 만큼 자연스러운 흡입력을 보여줬다.


장르의 문법과는 상반되더라도 사운드를 비워내고 곡별로 완급을 조절하면서 천천히, 긴 호흡으로 몰입감을 만들어내던 빌드업은 이전 앨범들에서도 볼 수 있었던 브로큰티스의 강점이었다. 언니네 이발관, O.O.O 등의 인디 모던록을 떠올리는 멜로딕하면서도 리드미컬하게 받쳐주는 베이스, 그리고 분명한 강세로 마칭 리듬처럼 힘차게 달리는 스네어가 뒤섞인 사운드 속에서도 경쾌함이라는 감상을 단단히 잡아준다. 그러면서도 양적으로도, 질감적으로도 덜어낸 사운드의 여백은 거친 듯 청량한 감도 조절로 감상에 집중하는 데 부담스럽지 않게 해 준다. 이 덕에 청각 말고는 모든 신경을 배제시키는 듯 들이찬 사운드에서 오는 슈게이즈에 대한 호불호는 이번 곡에서는 무의미하다. 이처럼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음악 자체로의 흡입력을 한 곡 안에서도 함축적으로 볼 수 있단 점에서, 그의 매력을 가장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곡이라는 의의가 있다.


음원 사이트에는 없는 두 곡의 활용에서도 빌드업은 빛이 난다. 앨범을 위해 준비된 곡이 아닌 브로큰티스의 또 다른 프로젝트 "bdpb"를 위한 데모임에도 불구하고, 이 두 곡은 마치 인트로와 아웃트로 트랙처럼 몰입의 시작과 끝을 담당한다. 첫 곡에서는 미니멀한 피아노로 2분간 감상자의 마음을 초기화한 후, 하나둘씩 탑승하는 악기들과 함께 본 곡으로 입장할 준비를 돕는다. ‘카스텔라 시대의 종말’의 끝에서 모든 것을 쏟아낸 뒤엔 마지막 곡에서는 로파이한 피아노가 잔향처럼 포근하게 여운을 느낄 시간을 남긴다. 1년을 기다렸고, 듣는 9분 동안 기다렸고, 또 숨어 있는 두 곡까지 찾아들어야 했던 기다림은 이렇게 쌓인 시간을 아낌없이 활용하며 미학이 된다. 그리고 이 기다림 속에서 점점 더 강렬한 사운드와 강렬한 도파민을 유도하는 최근의 음악들 속에서 브로큰티스는 천천히, 그리고 편안히 감정을 정화할 수 있는 휴식처가 되어준다.





"아직은 걸음마 떼는 중"


3. The Deep – [KPOP B!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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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트 : 2010년대 케이팝 스타일링의 되살림과 재부상 중인 블로그하우스의 결합은 현시점에서 오히려 신선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과감한 네온 컬러부터 스타일링, 당시 음악방송 프로그램의 비주얼 레퍼런스를 그대로 가져온 ‘Lucky Star’ 뮤직비디오까지 충실하게 구현된 그 시절의 비주얼은 당시를 경험한 이들에게는 반가울, 그렇지 않은 이들에겐 새로운 요소일 것이다. 그 위에 얹어진 2000년대 중후반부터 확산된 블로그하우스 사운드는 이를 자연스레 흡수하며 어색함 없이 들어맞는데, 특유의 활기찬 EDM 비트와 단순한 멜로디는 과장된 색감과 에너지를 공유하며 앨범의 전반적인 이미지를 또렷하게 그려낸다.


매년 유행하는 장르를 빠르게 흡수하는 모습은 트렌드를 민감하게 잡아내는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2023년에 발매한 [Messy Room]에서는 저지 클럽의 ‘Bow Wow’나 드럼 앤 베이스의 ‘20's’처럼 브레이크비트 장르를, 2024년에 발매한 [Electric Pink]에서는 하이퍼 팝의 ‘Invite Only’, 일렉트로팝의 ‘Sad Girls Club’처럼 일렉트로닉 댄스 팝 장르를 내놓기도 했다. 그렇기에 오히려 'The Deep'만의 음악적 정체성은 흐릿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번 앨범도 어떤 장르를 재현하고 있는지는 분명하게 느껴지지만, 고유한 색깔로 제시되지 못하고 대표적인 블로그하우스 사운드에 머문다. 그 결과 넓지 않은 영역 안에서 장르의 샘플을 모아둔 듯한 인상을 남기는 데 그치고 말았다.


이처럼 음악적 고유성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그럼에도 그 외 기획과 태도에서는 분명한 시도들이 보인다. 자연스러움과 브이로그적 태도의 지난 앨범이나 마이언니스 크루원이 고수하던 기조에서 벗어나 선명한 콘셉트를 부여하고 현재에서 벗어나 과거를 교차시켰다. 10곡 내내 이어지는 일렉트로 사운드 속에서는 ‘Flaw Flaw’의 정제된 벌스와 가속되는 코러스 간 대비, ‘SOLO’에서의 러프한 랩과 보컬과의 유연한 연결처럼 단조로움을 완화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아직 또렷한 정체성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이는 유행의 일차원적인 수용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려는 과정으로 읽힌다. 이번 앨범을 시작으로 조금 더 과감하고 확장된, 'The Deep'만의 음악적 언어 전환이 이어지길 바란다.





"소개팅이라면 애프터 신청해보고 싶은데?"


4. ABAOAQU - [AMO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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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트 : 하드코어 펑크와 노이즈 락의 강렬함과 인디적인 구간의 느슨함, 상반되는 요소의 안정적인 교차가 돋보인다. 1분 내내 찢어지는 듯한 사운드가 몰아치는 1번 트랙 ‘COUNTER ASSAULT 35135’로 거친 이미지를 강하게 남기지만, 이어지는 트랙에서의 완급 조절로 다이내믹한 전개를 끌어낸다. ‘PLASTIC SHOES/HOME’의 경쾌 발랄한 벌스나 나긋나긋한 보컬, ‘ZOSTER’의 따뜻한 일렉 기타 사운드의 리드미컬함은 곡의 속도를 완화하며 리스너가 따라갈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한다. 트랙의 배치에서도 은근한 질서감은 드러나는데, 인트로 곡 ‘COUNTER ASSAULT 35135’와 엔딩 곡 ‘MARY KNOWS YOUR NAME’의 수미상관적 스크리밍이나 ‘BLEED ME DRY’의 강약 구간 반복은 전반적인 틀을 깔끔하게 읽을 수 있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처럼 [AMO EP]는 날뛰는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같은 밀도로 계속 밀어붙이지 않는다. 에너지를 무작정 터트리기보다는 숨을 고를 수 있는 여지를 남기며 리스너가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호흡을 조절한다. 특히 강도 높은 사운드의 장르적 특성을 고려할 때, 에너지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청취의 문턱을 자연스럽게 낮추어 낸다는 점에서 기억에 남는 첫인상이 아닐 수 없다. 무작위적인 어지러움이 아닌 분명한 사운드의 방향성과 흐름을 그려내는 신인 밴드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었던, 성공적인 첫출발이다.





"폭주 끝에 오는 달콤함"


5. Jane Remove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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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휘 : 2025년은 Jane Remover에게 말 그대로 풍성한 한 해였다. 다수의 싱글과 12개 트랙으로 구성된 앨범, 그리고 EP까지 짧은 시기에 많은 노래들을 발표하며, 그녀는 모든 작업에 참여해 자신의 창작 역량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특히 이전 앨범 [Revengeseekerz]에서는 하이퍼 팝 특유의 과열된 텐션을 정점까지 끌어올리며, 감정을 거침없이 분출하고 사운드를 해체 그리고 조립했다. 이후 싱글 트랙에서는 힙합 비트 위, 실험적인 사운드를 겹치며 공격적이고 사나운 Rage 특유의 질감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번 EP에서는 그 흐름을 연장하기보다, 결을 전환한다. 사운드는 맥시멀함에서 벗어나 멜로디 중심으로 정리되며, 이전보다 미니멀한 인상을 강하게 드러낸다. 커리어 하이를 찍고 있는 시점에서 그녀는 과잉적인 선택을 하는 대신, [Frailty] 시기에 느껴진 인디적인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그중에서도 [Frailty]가 인디 록 중심의 앨범이었다면, 이번 EP는 Jane이 그동안 가장 거리를 두어왔던 얼터 팝을 꺼내 놓는다. 이는 digicore와 dariacore를 비롯해 슈게이즈, 힙합, 하이퍼 팝 등 자유롭게 넘나들어 온 그녀의 변칙적인 정체성이 또 다른 방식으로 드러난 결과로 보인다. ‘So What’에서는 담백하면서도 달콤한 보컬 톤이 질서 정연한 탑라인으로 진행되고, 묵직한 베이스와 얕은 디스토션 기타, 벨 신스가 곡의 팝적 성향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 위를 가로지르는 디지털 FX 사운드는 이 곡이 단순한 팝으로 수렴되지 않도록 긴장을 유지한다. 이어지는 ‘Music Baby’는 나른한 기타와 이펙팅된 보컬로 무드를 형성한 뒤 저지 클럽 비트가 중심을 잡아준다. 후반부로 갈수록 사운드는 점층적으로 확장되며 Jane 특유의 디지털 감각이 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이처럼 장르의 외형은 바뀌었지만, 거친 질감과 글리치한 디테일을 통해 구축해 온 그녀의 세계관은 여전히 지속된다.


전작 [Revengeseekerz]의 가사에서 자기 파괴적 감정이 절제 없이 폭주했다면, 이번 EP는 가사에서도 분명한 무드 변화를 보인다. 앨범 제목에 명시된 '하트'처럼 이번 작품은 사랑을 통해 인정받고 싶어 하는 열망과, 동시에 소비 가능한 존재로 환원될 것에 대한 공포를 드러낸다. 나는 이는 단순한 연애를 서사를 넘어, 이 산업 안에서 사랑과 관심을 갈망하면서도 잊히지 않기를 원하는 아티스트의 숙명적인 감정에 가깝다고 느낀다. 그러나 Jane은 '소비되기 싫다'는 감정을 방어적으로 외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장르를 확장하여 이 속에서도 자신의 색채를 분명히 각인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증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이 절제된 형태로 제시되는 부분은 유일하게 아쉬운 점으로 남는 부분이다. 여섯 곡 중 네 곡이 이미 공개된 트랙이었으며, 이 설득력 있는 팝적 시도를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았다. 그녀가 팝 장르를 꺼리기엔 그녀의 이번 팝 음악이 충분히 강력했기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같이 자신을 다시 한번 증명하려 했다면 한발 더 나아가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남긴다.





""뭐라도 했음"청년, Tommy Richman"


6. Tommy Richman - [WORLDS APART*]

플린트 : 2024년의 핫 샷, Tommy Richman (이하 리치먼)은 ‘MILLION DOLLAR BABY’가 강한 임팩트를 남긴 만큼 우리에게 그런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해당 곡의 성공은 틱톡 바이럴의 덕이기도 하며, 그렇기에 요행을 바라며 해당 스타일을 반복하다간 자칫 원 패턴, 원 히트로 커리어가 빠르게 끝날 위험이 있다. 이 우려를 아는지, 리치먼은 커리어를 쌓아 나가는 현시점에 성공만을 바라지 않고 본인만의 음악적 정체성이란 내실을 만들려는 듯 보인다. 언더 시절엔 베드룸 팝, Brent Faiyaz에게 간택된 후에는 신스팝과 R&B 위주로 곡을 선보이는 등, 리치먼은 커리어의 각 단계마다 다양한 시도를 보여왔다. 당장 ‘MILLION DOLLAR BABY’의 성공 이후에도 안주하지 않고, 레트로한 목소리를 활용한 진득한 PB R&B와 소울 트랙으로 꾸려진 [KOYOTE]로 Faiyaz와 함께해 온 커리어를 종합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러한 시도 중 하나였던 작년의 싱글 ‘DEVIL IS A LIE’의 연장선에서, 이번 앨범은 G-Funk를 베이스로 레트로한 힙합을 향한다.


찐득한 R&B를 벗어나 미니멀한 힙합으로의 전환은 Faiyaz의 영향을 배제한 리치먼만의 색은 무엇인가를 찾아내기 위함으로 보인다. 기존과는 아예 다른 간결하고 잔잔한 악기 구성과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도 "리치먼"식 접근이 돋보이며, 이는 ‘MILLION DOLLAR BABY’의 특징과도 매칭이 가능하다. 도입부부터 낮게 변조된 보컬 샘플로 확실한 인식 포인트를 제공했던 것처럼, 이번 앨범에서도 해당 시대의 상징적인 요소들(‘ACTIN UP’의 스틸 팬, ‘SAN ANDREAS’의 G-Funk 신스 등)로 곡의 확실한 포인트를 제공한다. 이 포인트가 레트로의 복각 측면에서 유래했다면, 반대로 재해석의 측면에서 돋보이는 것은 리치먼의 곡에서 항시 볼 수 있었던 공격적인 드럼 사운드이다. 다만 이러한 점이 트랙에 이전과 똑같이 박력을 제공해 여유로운 미니멀함의 매력, 그리고 싱크로율을 통한 향수의 형성을 저해하며 미니멀한 시도의 의의를 퇴색시킨다. 오히려 Pharell Williams라는 좋은 예시가 있는 가성의 매력을 강조하기 위해 히트곡에서 중독성을 담당한 훅의 매력에 신경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밋밋하게 넘어가는 훅, 그리고 "미니멀하지만 강한 드럼"이라는 일률적인 구성으로 인한 곡 간 불분명한 경계는 어느 한 곡에서도 귀를 잡지 못하고 자연스레 흘러 나가게 만든다.


변화를 도모할 때, 이전과의 공통점을 가지는 것이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에 중요하긴 하나, 그 공통점은 적절하게 선정된 "특색"이 되어야 하지, 무분별하게 남용된 "쿠세"가 되면 안 된다. 자신의 무기를 활용할 새 방법을 찾지 못했기에, 아직은 ‘MILLION DOLLAR BABY’를 넘어 음악적 정체성을 넓히기엔 실패한 듯하다. 그냥 이런 시도를 했구나! 하는 정도의 감상만 남을 뿐이지, 완성도가 높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진 않았다. 마치 자주 가던 단골집 사장님이 요즘 준비하고 있다며 메뉴판에 없는 메뉴를 내어 피드백을 받아보는 그런 느낌이다. 아직은 앞으로의 길에 대해 헤매는 듯하지만, 그럼에도 미래지향적으로 봤을 때 원히트 원더가 되지 않기 위해 도전하며 음악적 발전을 도모하는 모습은 인상 깊다.






※ '제트', '태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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