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6년 1월 3주)

ALPHA DRIVE ONE, ChRocktikal, EXO 외

by 고멘트

"유포리아? 유토피아? ㄴㄴ. 2026년 양산형 K-POP의 현 주소"


1. ALPHA DRIVE ONE (알파드라이브원) - [EUPHO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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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 : <프로듀스 101> 시리즈가 나온 지도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데뷔조 순위 조작이라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엠넷은 오디션 프로그램 포맷을 놓지 못했고,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일본 수출과 텐센트와의 판권 계약, <플래닛> 시리즈의 중국 판 스핀오프 제작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난해 공개된 <보이즈 II 플래닛>은 데뷔 경험이 있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해 재도전에 나선 "경력직" 참가자의 비중이 유독 높아져, 업계 전반의 남자 연습생 부족을 전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더불어 <플래닛> 시리즈를 통해 탄생한 그룹들이 <프로듀스> 시리즈 출신 그룹들에 비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었다는 점에서, <보이즈 II 플래닛>의 최종 데뷔조 ALPHA DRIVE ONE의 출발 역시 다소 순탄치 않아 보였던 것 또한 사실이다.


데뷔 앨범 [EUPHORIA]는 보컬보다는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운 방향으로 제작이 되었으며, 이전 시즌의 데뷔 그룹이었던 ZEROBASEONE과의 차별화를 의식한 지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선공개 곡 ‘FORMULA’는 저지 클럽 베이스에 브레이크비트와 인더스트리얼한 질감의 신스 베이스를 더해, 최대한 직관적인 임팩트를 연출하고자 노력한 바가 보인다. ‘BLUE’와 ‘GOOD AS BAD’ 등에서 ZEROBASEONE과 호흡을 맞춘 Kenzie가 이번 곡의 제작에 참여하였으나, 청량함을 강조한 신스 팝, 멜로디컬한 탑라인에 집중을 한 느낌이었다면, ‘FORMULA’는 트렌디함에 목숨을 걸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타이틀 곡인 ‘FREAK ALARM’ 역시 뉴 잭 스윙과 붐뱁 사이를 오가지만, 멤버들의 목소리보다는 트랙 자체의 존재감이 훨씬 더 크게 느껴진다.


문제는 "있어 보이는" 사운드에 비해 감정 전달이 거의 이루어지지가 않아, 가장 중요한 "결과물"이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룹 차원의 개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멤버 개개인의 특색마저 드러나지 않는 프로듀싱은 음악을 화려한 비주얼을 위한 BGM 정도로 사용하는 것이 아닐지, 라는 의문마저 들 정도다. 프로그램 내 포지션 미션이 있기는 했으나, 메인 보컬이라고 할 만한 멤버의 부재가 이러한 프로듀싱으로 이어진 게 아니었을까. 그러나 이를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비겁하게 사운드 뒤에 보컬을 숨겨 버리는 선택은 결국 아티스트가 곡을 온전히 소화하지 못했다는 인상만을 남기고 만다. 지금 당장은 킬링 파트를 억지로 만들기보다는 필요 이상의 힘을 빼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메인 보컬의 반란, 혹은 정당한 독립"


2. ChRocktikal (크록티칼) – [We break, you aw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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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ey : 드림캐쳐의 메인 보컬로서 이미 확실한 음악적 정체성을 보여온 시연이지만, 새롭게 결성한 혼성 밴드 ChRocktikal(이하 크록티칼)에서는 그간의 익숙한 문법과는 조금 다른 길을 택한다. 기존 활동이 퍼포먼스를 극대화하기 위해 아이돌적인 연출을 메탈과 같은 록 사운드에 결합한 형태였다면, 이번 앨범은 그 장식적인 요소를 모두 걷어낸 채 날것의 소리에 집중하며 '아이돌이 소화하는 록'의 외피를 탈피한 듯하다. 이러한 변화는 흔히 '아이돌 밴드'의 범주에서 언급되는 WOODZ나 Xdinary Heroes의 행보와 비교할 때 더욱 선명해진다. 앞선 이들은 얼터너티브 록 등 동시대적인 트렌드를 차용해 세련된 감각을 보여주는 반면, 크록티칼은 하드 록의 원초적인 질감부터 뉴 메탈의 공격적인 에너지까지 장르 본연의 거친 문법을 폭넓게 관통한다. 사운드를 매끄럽게 가공하기보다 선 굵은 리프와 드럼의 중량감을 앞세워 록 사운드의 물리적인 힘을 정면으로 밀어붙이는 식이다. 이처럼 정교하게 다듬어진 요즘의 록 사운드 사이에서 이들이 뿜어내는 묵직한 에너지는 확실한 변별력을 갖는다.


앨범의 초반부는 철저히 이러한 기세에 집중한다. 90년대 한국 하드 록의 묵직함을 연상시키는 타이틀곡 ‘비둘기 (PEACE)’부터 과감한 스크리밍을 시도한 4번 트랙 ‘KALish’까지, 시연은 그룹이라는 제약에서 벗어나 자신의 목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낸다. 이를 뒷받침하는 세션의 퀄리티 역시 장르적 쾌감을 충실히 전달하며 앨범의 완성도를 지탱한다. 이어지는 5번 트랙 ‘RIDE’ 이후부터는 파워 발라드와 팝적인 감성으로 전환되며, 흔히 케이팝 앨범에서 볼 수 있는 공식에 가까운 흐름을 따른다. 초반부의 묵직함과는 다른 온도 차에 자칫 이질감이 느껴질 법도 하지만, 이는 오히려 앞서 몰아친 하드 록의 긴장감을 차분하게 정돈해 앨범에 필요한 유연함을 부여한다. 또한 일방향으로만 흐를 수 있는 전개에 보컬의 서정성을 더함으로써, 특정 장르의 틀에 갇히지 않는 아티스트의 넓은 스펙트럼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완충 지대로 기능한다.


밴드 붐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요즘의 많은 팀들이 말랑한 사운드로 안전지대를 찾는 사이 크록티칼은 정공법을 택했다. 하드 록과 메탈이라는 묵직한 문법을 앨범의 뿌리로 삼으면서도, 후반부에서는 대중적인 온도를 완전히 놓지 않았다. 아이돌이라는 틀 안에서 다 보여주지 못했던 시연의 음악적 갈증에 분명한 명분을 부여했고,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해낸 세션들의 단단한 연주가 더해지며 '밴드'라는 실체감도 확보했다. 아직 완성형이라고 말하긴 이르지만, 적어도 자신들만의 문법을 만들어가겠다는 방향은 분명하다. 묵직하지만 무작정 무겁지 않고, 영리하지만 계산적으로 보이지 않는 첫걸음이다.





"(엑소 듣고) 스트레스 많이 받는다. 자기 전에 생각 많이 날 거야"


3. EXO - [REVERXE]

베실베실 : 듣기 힘들다. 대부분의 노래의 후렴구가 보컬이 아니라 힙합식 떼창으로 가득 차 있다. 그렇다고 이 떼창이 과거 SM과 NCT 127의 전성기 시절처럼 중독적인 것도 아니며, 힙합의 장르가 트렌디한 것도 아니다. 타이틀 곡 ‘Crown’의 코러스는 샤이니 ‘Don't Call Me’의 하위호환처럼 느껴지고, 특히 ‘Touch & Go’의 조악한 후렴구는 '재미도 중독성도 없는 떼창 코러스'의 전형처럼 들린다. 그나마 과거 SM 전성기를 상징하던 감각적인 퓨쳐 베이스 장르의 ‘Suffocate’가 체면치레를 하는 트랙이겠다. 보컬 면에서는 기량이 오른 수호나 원래도 듬직했던 디오가 그나마 분전하지만, 수호만으로는 첸이나 백현의 공백을 완전히 채우기엔 아직 무리가 있다. 전술한 ‘Suffocate’에서도 1절의 포스트 코러스를 맡은 수호와 2절의 동일 파트를 맡은 디오와의 기량 차이가 확연히 느껴지는 것이 그 증거이다. 찬열과 세훈의 랩은 14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첸과 백현의 이탈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은 이해한다. 과거 동방신기의 사례와는 달리 이번 공백이 SM 엔터테인먼트의 잘못도 아니다. 하지만 곧 데뷔 14주년을 바라보는 팀이라면, 디오와 수호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도 그 경력에 걸맞는, 향상된 보컬 실력을 보여주며 그들의 공백을 함께 채워주었어야 했다. 태민이라는 독보적인 사례는 차치하더라도, 동방신기의 유노윤호나, 샤이니의 민호가 그러했고, 하다못해 슈퍼주니어에서 '예능 멤버'라는 인식이 있는 L.S.S (이특, 신동, 시원)도 긴 연습을 통해 지금 엑소의 서브 보컬들보다는 더 나은 보컬을 들려주고 있다. 카이, 세훈, 찬열은 지난 13년간 실력 향상을 위해 무엇을 했을까? 차라리 랩이라도 더 연습했으면 스펙트럼이 더 넓어지지 않았을까? 첸, 백현, 디오라는 든든한 보컬 그늘에 안주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그들의 부족한 보컬과 랩만이 적나라하게 들려오고 있다. SM 자체의 폼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의 부족한 보컬 실력이 더해지니, 결국 앨범을 한물간 힙합 떼창곡으로 밖에 채울 수가 없다. 한 때 내가 케이팝 그룹 중 가장 사랑했던 엑소였지만, 지금 그들의 음악을 듣노라면 내가 다 부끄럽기만 할 뿐이다.





"음식은 조리면 더 맛있어지던데, 음악은 왜 조리면 맛이 더 없어질까요?"


4. A$AP Rocky - [Don’t Be Du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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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실베실 : 전략 자체는 무난하다. 앨범의 전반부는 우리가 익히 알던 A$AP Rocky의 익숙한 맛을 베이스로 삼고, 최근에 종종 들려준 멤피스 랩이나 싸이키델릭, 트렌디한 레이지 같은 사운드를 더한다. ‘STAY HERE 4 LIFE’나 ‘PLAYA’와 같은 트랙들에서는 2010년대 초에 들을 수 있던 얼터너티브 알앤비, 클라우드 랩, 베이퍼웨이브 사운드나 찹드앤스크류드 기법이 들리니 반갑기까지 하다. Tyler, the Creator의 향기가 가득한 ‘STFU’ 이후부터는 조금 더 새로운 작법에 집중한다. 선공개 됐던 싱글 ‘PUNK ROCKY’에서는 제목 그대로 락 적인 면모를, ‘AIR FORCE’에서는 플럭 장르를, ‘ROBBERY’에서는 한 술 더 떠 영화 '위플래쉬'의 OST ‘Caravan’을 샘플링 하기도 한다. 8년 만의 앨범인지라, 기존 음악의 연장선을 듣고 싶어 하는 팬들과 기다린 만큼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하던 팬들 모두를 사로잡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이렇듯 전략 자체는 납득이 가능하나, 결과물이 좋았는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전반부에 선보인 기존 아는 맛이나 멤피스 랩, 싸이키델릭한 사운드는 이전의 [At.Long.Last.A$AP]이나 [Testing], 그리고 꾸준히 발매해 온 싱글들에서도 충분히 들을 수 있던 곡들이었다. 후반부의 곡들은 다양한 시도와는 별개로 그렇게까지 인상 깊은 곡들은 없으며, 워낙 많은 장르들이 섞여 있는 탓에 다소 중구난방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가장 큰 문제는 A$AP Rocky 특유의 캐치함조차도 이번 앨범에선 부재하다는 점이다. 이 앨범을 10번이 넘게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8년 전 ‘Praise the Lord’에 비견될 훅을 전혀 찾지 못했다. 아니,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렇게 원래 하던 것과 새로운 음악 모두 들려주고 싶었다면, 차라리 과거 OUTKAST의 [Speakerboxxx / The Love Below]처럼 익숙한 넘버와 새로운 시도를 구분하고, 조금 더 확실하게 결과물의 퀄리티를 극대화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아니면 최소한, 이 앨범을 8년이 아니라 2~3년 텀으로 냈다면 '시도는 좋았던 평작'이라고 생각하며 다들 적당히 넘어가지 않았을까. 최근 저스디스의 [LIT]이 그랬듯, Playboi Carti의 [Music]이 그랬듯, 음악은 그 공백기가 길어지면 팬들의 기대치는 더 커지고, 아티스트는 그 팬들의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자꾸 더하다가 앨범의 밸런스가 붕괴되는 듯하다. 모두가 Clipse의 [Let God Sort Em Out]를 꿈꾸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Let God Sort Em Out]이 왜 호평받았는지, 그들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굳이 새로운 걸 하기보다, 일단 그들이 원래 잘했던 것을 먼저 충분히 보여주는 것이 상책이다.





"애써 부정하려 하지만, 자가복제는 자가복제"


5. Bruno Mars - ‘I Just M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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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 : 최근 몇 년 간의 Bruno Mars를 보면, Marvin Gaye를 레퍼런스 삼아 한 가지 방향성을 고집하려는 듯한 태도가 눈에 띈다. 그것도 특정 시대의 음악을 재현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같은 연차의 아티스트들에 비해 다소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무려 10년 만에 발표한 새 앨범의 리드 싱글 ‘I Just Might’ 역시 Silk Sonic 시절부터 이어져 온 70년대 모타운 풍 소울 트랙. 다만 전작이 필리 소울~스무스 소울 계열 위주였다면, 이번에는 훵크와 부기 장르를 전면에 내세워 보다 경쾌한 바운스를 이끌어내고자 했다.


현시점에서 이러한 음악을 아무렇지도 않게 들고 올 수 있는 배경에는 분명 "Bruno Mars"라는 이름값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I Just Might’는 첫인상에서 전작과의 차별점을 찾기가 어렵다는 치명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장르적인 변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스너들에게는 마치 "AI Bruno Mars"가 부르는, 혹은 유튜브 상에 떠도는 "Bruno Mars 스타일"의 커버 곡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1~2집과 3집은 70년대 소울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이 아니었던 만큼, 그에게는 충분히 다른 선택지도 존재했을 것이다. 우리가 Burno에게 기대하는 건 그만이 낼 수 있었던 그루브 때문이지, 결코 특정 시대의 재현은 아니다. 아무리 훌륭한 그루브라 해도, 동일한 패턴을 반복하는 데에 그친다면 그게 자가복제가 아니면 뭘까? 과연 이게 그의 최선이었을까?





"신비주의의 끝은 결국 안일함이었나"


6. SAULT – [Chapter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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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ey : SAULT(이하 솔트)는 이번에도 아무런 예고나 홍보 없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 안을 채운 결과물은 예전만큼 놀랍지 않다. 1960년대 사이키델릭과 70년대 소울·훵크를 엮어낸, 특유의 빈티지하면서도 영화적인 사운드는 여전하나, 그 이상의 진전은 보이지 않는다. 36분간 이어지는 10개의 트랙은 대부분 반복적인 그루브와 한 문장 수준의 단순한 노랫말로 채워져 있고, 편곡 역시 정교함이나 몰입감이 느껴지기보단 그저 잼 세션에 가까운 느슨함이 앞설 뿐이다. 특히 그룹의 멤버이자 프로듀서 Inflo가 Michael Kiwanuka의 ‘Rolling’에서 보여준 에너지를 자가 복제한 듯한 동명의 ‘Chapter 1’ 같은 트랙은 익숙함을 넘어 무게 없는 기시감만 남긴다.


더 큰 문제는 앨범 전반을 지배하는 낙천적인 메시지의 괴리다. 감정 소모를 하지 말라거나 걱정하지 말라는 식의 가사들은 그 자체로 지루할뿐더러, 최근 Little Simz와의 갈등 등 아티스트를 둘러싼 복잡한 상황을 떠올려 보면 그 관조적인 태도에 선뜻 공감하기 어렵다. 절박함이 사라진 자리에 들어선 건 여유가 아닌 평이함이다. 사회적 메시지와 음악적 긴장감을 동시에 팽팽하게 유지하던 솔트만의 변별력은 이제 '늘 하던 소리'의 반복으로 희석되었다. 제목이 'Chapter 1'인 만큼 새로운 서사의 시작을 알리려 했다면, 최소한 다음 장을 넘기게 할 만한 긴장감이나 기대감은 남겨뒀어야 했다. 지금의 솔트는 쉬어가는 페이지라기엔 너무 안일하고, 새로운 시작이라기엔 그 동력이 희미해 보인다.





※ 'Noey', '베실베실'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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