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의 붐은 온다

다들 마음속에 하우스 하나쯤은 품잖아요?

by 고멘트

최근 발표되는 K-pop 신곡에서, 일부 공통적으로 감지되는 리듬과 무드가 있다. 정박으로 찍히는 포온더플로어(Four-on-the-floor) 비트 그리고 감상을 요구하기보다 반응을 유도하는 사운드. 바로 ‘하우스’다. 1980년대 초반 미국 시카고에서 디스코 음악을 기반으로 탄생한 하우스는 EDM의 하위 장르이자 클럽 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음악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한동안은 특정 팀이나 소수의 선택처럼 보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여러 K-pop 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하우스를 차용하며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는 단발적인 시도가 아닌, 분명한 ‘붐’의 조짐이다.





그렇다면, 하우스의 붐은 어쩌다 다시 도래하게 된 것일까?


1. 몸이 먼저 반응하는 음악

하우스는 본질적으로 감상보다 ‘반응’을 전제로 한 장르이다. 클럽이나 파티에서 춤추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장르인 만큼, 주로 110~130 BPM의 춤추기 좋은 빠른 템포, 리듬을 중심으로 반복되는 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이 반복은 리스너를 빠르게 몰입상태로 끌어들이고 다음 전개를 예측하게 만들며 자연스럽게 쾌감을 유도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복잡한 해석이나 서사가 아니라, 듣는 즉시 몸이 자연스레 반응하는 ‘직관성’이다. 이는 곡의 전개를 따라가며 곡의 해석이 필요한 감상 위주의 팝 음악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는 짧은 시간 안에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하는 현재의 콘텐츠 소비 환경과도 정확히 맞닿아 있다. 실제로 Instagram과 X(구 트위터)를 중심으로 K-pop 하우스 플레이리스트가 공유되는 흐름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이를 방증한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오랜 기간 기다려왔던 현장 공연에 대한 갈증으로 현장 공연의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었고, 그 과정에서 관객에게서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자극적인 사운드가 다시금 중심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2025년도 4월에 개최된 미국 코첼라(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의 라인업 중 45%가 댄스 및 일렉트로닉으로 채워졌으며, 2025 IMS 비즈니스 보고서에 따르면 일렉트로닉 음악은 전 세계 페스티벌 무대에서 계속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IMG_8149.jpg 출처 : Beatport




2. Charli XCX [BRAT]의 영향


2024년 큰 반향을 일으킨 Charli XCX(이하 찰리)의 앨범 [BRAT] 이후, 전자음악 전반의 존재감은 더욱 선명해져갔다. 하우스, 하이퍼팝, 일렉트로닉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 앨범은 단순히 사운드 뿐만이 아닌, 그에 수반되는 무드와 태도까지 함께 확산시켰다. [BRAT]의 영향으로 일렉트로 사운드가 다시금 주목받으며 해외에서는 2hollis, The Dare, Ninajirachi, underscores와 같은 아티스트들이 이 흐름을 확장하고 있으며 Kim Petras 역시 꾸준히 일렉트로 하우스 기반의 트랙을 발표하며 그 맥을 잇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The deep, Kimj를 비롯해 작년 7월 일렉트로닉 힙합으로 화제를 모았던 EK의 앨범 [YAHO]까지, 전자음악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운 작업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이 흐름에 호응하고 있다.


이와 함께 눈에 띄는 것은 음악과 함께 유행한 인디 슬리즈(indie sleaze)적 무드다. 클럽 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그런지한 스타일은 THE HELLP를 비롯한 여러 아티스트가 활용하며 다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일렉트로닉, 록, 하이퍼팝 등 전자음악 계열의 공격적인 사운드 장르와 맞물리며 쾌락과 자유를 좇는 태도가 유행하기도 했다. 독립적이고(indie), 때로는 어긋나 보이기도 하는(sleaze) 이 무드는 질서정연하지 않아도 괜찮고, 완벽하지 않아도 자기 삶을 즐길 수 있다는 요즘의 메시지를 잘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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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T]처럼 솔직함과 당당함을 전면에 내세운 하이퍼팝을 K-pop에 직접적으로 적용한 사례 — KATSEYE ‘Gnarly’도 등장했다. 다만, 하이퍼팝은 여전히 멜로디 중심의 우리나라 리스너에게는 다소 낯선 장르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에 비해 하우스는 이미 여러 차례 K-pop 안에서 성공적으로 소비된 경험이 있다. 2010년대 초반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쳤던 일렉트로 하우스 장르의 싸이(PSY) ‘강남스타일’, SM엔터테인먼트가 2010년대 중반 많이 선보인 몽환적인 딥하우스 f(x) ‘4 Walls’, SHINee(샤이니) ‘View’ — 해당 2곡은 발매된 지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K-pop 리스너들 사이에서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2010년대 중후반의 WINNER ‘REALLY REALLY’, ‘ISLAND’와 같은 트로피컬 하우스까지. 이러한 경험들이 하이퍼팝에서 하우스로 자연스럽게 흐름이 이동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하우스 붐은 과거와 무엇이 다를까?


이번 하우스 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2010년대 K-pop 안에서 하우스가 어떤 방식으로 소비되어 왔는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2010년대 초반, 싸이(PSY) ‘강남스타일’, 2NE1 ‘내가 제일 잘나가’, BIGBANG ‘FANTASTIC BABY’로 대표되는 일렉트로 하우스는 과잉된 에너지와 명확한 클라이맥스를 앞세워 듣는 순간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집중했다. 201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는 f(x) ‘4 Walls’, SHINee ‘View’처럼 절제된 구조와 베이스 중심의 그루브를 앞세운 딥하우스 계열의 곡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전의 일렉트로 하우스가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는데 집중했다면, 이 시기의 딥하우스는 곡 전체를 감싸는 무드로 사람들을 끌어당기곤 했다. 2010년대 중후반에는 트로피컬 하우스가 대세로 떠올랐다. 브레이브걸스 ‘Rollin’’, 태연 ‘Why’와 같은 곡은 시원한 질감과 대중적인 멜로디를 앞세워 폭넓은 인기를 얻었고, 덕분에 하우스는 밝고 가벼운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었다. 다만 최근 들어 라틴 팝과 아프로비츠가 빠르게 부상하며, 트로피컬 하우스는 상대적으로 전면에서 물러난 상태다.


그에 비해 딥하우스는 비교적 안정적인 소비를 이어오며 K-pop 안에서 하나의 ‘스테디셀러’ 영역에 도달했다. NMIXX ‘Roller Coaster’처럼 수록곡임에도 팬들 사이에서 꾸준한 반응을 얻은 사례는 물론, 최근에는 KiiiKiii ‘404 (New Era)’처럼 UK Garage 장르의 문법과 결합한 딥하우스 트랙들도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있다. 이는 딥하우스가 더 이상 특정 시기의 유행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며 K-pop 안에서 유연하게 활용되는 기반 장르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NMIXX - 'Roller Coaster' M/V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가장 주목할 지점 중 하나는 일렉트로 하우스의 재등장이다. 2010년대 초반 2NE1 ‘내가 제일 잘나가’, 싸이(PSY) ‘강남스타일’로 대표되던 일렉트로 하우스는 직선적인 전개와 강한 드롭, 명확한 클라이맥스를 전면에 내세운 장르였다. 즉각적인 에너지와 반응을 중시한 만큼, 곡의 구조와 사운드 구성 역시 비교적 유사한 문법 안에서 작동해왔다. 이러한 과거 일렉트로 하우스의 흐름은 ITZY(있지) ‘Kiss & Tell’, STAYC(스테이씨) ‘I WANT IT’, idntt ‘Rage Problem’ 같은 곡들처럼 강렬한 비트와 에너지, 직관적인 전개를 통해 알 수 있듯 최근까지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이는 현재의 공연 중심 환경 속에서 일렉트로 하우스가 여전히 유효한 선택지임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반면, 최근에는 같은 일렉트로 하우스 안에서도 다른 방향의 접근도 포착된다. LE SSERAFIM(르세라핌) ‘CRAZY’, JUSTB ‘GOING SOUTH’는 날 선 질감의 차가운 신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과거처럼 클라이맥스를 향해 일직선으로 치닫기보다는 하나의 무드를 유지한 채 사운드의 구성을 조금씩 변화시키며 곡을 전개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동일한 계열의 사운드 소스를 사용하더라도, 구성과 흐름을 달리함으로써 곡의 호흡과 인상을 새롭게 설계하는 것이다. 이는 일렉트로 하우스가 단순한 복고가 아닌, 현재의 감각으로 다시 재해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LE SSERAFIM(르세라핌) - 'CRAZY' M/V




사운드 X 디렉팅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지금의 하우스가 단순히 사운드 차원을 넘어 팀이 표현하고자 하는 디렉팅과 강하게 결합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대 하우스 붐이 비교적 사운드 중심의 트렌드였다면, 지금은 비주얼과 퍼포먼스, 이미지 디렉팅까지 함께 작동하며 장르별로 유사한 무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하우스의 에너지틱함을 전면에 내세운 XG ‘GALA’, KiiiKiii ‘404 (New Era)’의 경우 편집숍을 연상시키는 세련된 사운드와 런웨이를 걷는 듯한 리듬이 연출까지 확장된다. 과감한 색상의 활용, 포토그래퍼 앞에 선 듯한 워킹 및 보깅 안무는 음악이 지닌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반면 일렉트로 성향이 강한 하우스는 다른 방향의 디렉팅을 지향한다. 효연(HYO) ‘YES’, LE SSERAFIM(르세라핌) ‘CRAZY’과 같은 일렉트로 하우스 곡에서는 볼드하거나 특이한 악세사리 활용이 돋보이고, 빠른 템포에 걸맞은 다양한 화면 전환 방식도 돋보인다. 특히 효연의 ‘YES’ 뮤직비디오는 빈티지한 무드와 분절된 화면 구성을 통해, 일렉트로 하우스 특유의 빠른 호흡과 사운드가 지닌 자극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이처럼 같은 ‘하우스’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음악의 결에 따라 가지각색의 이미지 디렉팅이 공존하고 있다. 지금의 하우스 붐은 특정 사운드의 유행이라기보다, 하우스를 매개로 팀의 태도와 이미지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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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 KiiiKiii - ‘404 (New Era)’ / 우 : 효연(HYO) - 'YES'




그렇다면 지금의 하우스 붐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까?


물론 단기적인 트렌드로 소비될 가능성은 존재한다. 표면적인 리듬과 질감만을 차용할 경우, 곡들은 빠르게 비슷한 인상으로 수렴하며 팀의 개성 역시 흐려질 수 있다. 그럼에도 하우스가 반복적으로 호출되는 이유는 이 장르가 지닌 유연성확장성에 있다. 하우스는 멜로디보다 리듬과 무드가 중심이 되는 음악으로, 특정 서사나 감정을 전달하기보다는 그 밖의 요소들을 통해 팀의 아이덴티티를 입체적으로 설계하는 데에 적합하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하우스는 다른 음악적 요소를 받아들이는 데에도 수월하며, 실제로 최근에도 폰크 하우스(Phonk House), 아프로 하우스(Afro House) 등 수많은 파생 장르를 만들어내며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그렇기에 하우스의 재등장은 단순한 회귀가 아니라, 계속해서 다른 얼굴을 가질 수 있는 장르가 다시 호출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하우스를 시도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같은 리듬 위에서 각 팀이 어떤 태도와 방향으로 이를 자기화하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이 흐름의 다음을 가르는 것은 유행의 끝이 아니라, 이제는 '그 리듬 위를 어떻게 걷느냐'를 선택하는 팀들의 몫이 될 것이다.



by. J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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