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음악 레이블의 아슬아슬한 동행

AI 음악은 통제되어야 하는가, 독립적인 창작물로 규정되어야 하는가

by 고멘트

현재 음악 시장에서 AI 음악의 침투력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 국민이 작곡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김형석 작곡가의 예견처럼, 음악 제작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짐에 따라 AI로 만들어진 음악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이다.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Deezer가 추산한 데이터에 따르면, 자사 플랫폼에서 하루 평균 5만 건 이상의 AI 음악이 발매되고 있고, 이는 전체 신규 음원의 34%를 차지한다. 독일의 시장조사업체 Goldmedia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35%가 음악을 제작할 때 AI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국제저작권단체연맹(CISAC)은 2028년 생성형 AI 음악의 시장 가치를 연간 160억 유로(약 24조 원)로 예측하였으며, 앞으로 AI 음악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였다. AI 음악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대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생산성과 편리함으로 인해 AI는 또 하나의 새로운 음악 제작 도구로서의 수요와 활용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음악 업계에서도 AI를 저작자의 권리와 창작 수익을 위협하는 존재로 마냥 적대시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2024년 6월 생성 AI 음악 업체 Suno와 Udio를 저작권 무단 사용 혐의로 고소한 음반사 중 하나인 워너뮤직은 2025년 11월 Suno, Udio와의 소송을 마무리짓고, 파트너십을 위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방향으로 태세를 전환했다. 유니버설뮤직도 Udio가 자사가 보유한 음원을 활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그 대가로 라이선스 비용을 받기로 합의하였으며, Suno와의 합의는 아직 진행중이다. 로버트 킨슬 워너뮤직 CEO의 파트너십 발표문을 참고하면, AI의 수익성과 빠른 성장을 고려했을 때, AI 기술과 자사 저작권을 활용한 ‘새로운 수익 모델’의 가능성을 예측했기 때문에 결정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음악 레이블에서 AI는 저작자의 권리와 창작을 위협하는 적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수익을 증가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파트너로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그렇다면 음악 레이블은 AI 음악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더 나아가, 지금은 AI로 만든 음악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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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로드 (2).jpeg 워너뮤직, 유니버설뮤직과 Suno, Udio의 협상은 과연...?




음악 레이블은 AI 기업과 정말 화해를 했을까...?


저작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AI를 협력 파트너로 두기 위해 워너뮤직과 유니버설뮤직이 제시한 합의안은 소속 아티스트의 허가를 받은 저작물에 한해 수익을 아티스트와 레이블에 분배하는 조건으로 AI 음악 창작을 허용하되, 다운로드 및 상업적 이용을 제한하는, 일명 ‘폐쇄형 AI 음악 플랫폼’이다. 워너뮤직은 유료 계정에 한해 다운로드 및 상업적 이용을 허용했지만, 유니버설뮤직은 여전히 이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결정 뒤에는 AI로 제작한 음악을 비AI 음악에 종속되는 콘텐츠로 정의하고, AI를 사용하지 않은 기존 음악의 시장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있다. 실제로 마이클 내쉬 유니버설뮤직그룹 부사장은 ‘폐쇄형 플랫폼’의 형태를 협상의 필수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AI 생성 음악은 아티스트 및 콘텐츠 서비스의 구성 요소로 기능해야 하고, AI 플랫폼 외부에서 기존 음악과 경쟁하거나 대체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워너뮤직, 유니버설뮤직, 소니뮤직은 음원 스트리밍 앱과 음원 차트에 AI로 제작된 곡이 등재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음악 레이블이 AI로 제작된 음악을 독립된 창작물로 인정하기보다 기존의 비AI 음악에 종속된 도구로 국한시키려는 이유는, AI 음악이 기존의 음악과 동등한 지위를 갖거나 그 이상의 파급력 있는 시장을 새롭게 형성하게 될 때 음악 레이블 및 기존 저작권자가 얻게 되는 손해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AI 음악의 시장 규모가 지금보다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면, 음원 공급 과잉으로 인해 곡의 경제적 가치가 낮아지고, 레이블과 저작권자의 수익 구조가 순식간에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AI 기술이 철저히 기존의 음원 제작 및 유통에 종속된 형태로 유지된다면, 원 저작물의 AI 커버나 리믹스, 또는 허가된 소스 일부를 곡에 활용할 때마다 발생하는 구독료와 로열티를 레이블에 분배하는 방식으로 독점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또한 AI 음악으로 독자적인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제한되는 만큼 지금의 음악 시장과 수익 구조를 크게 교란시킬 가능성도 적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 레이블의 입장에서는 AI 음악을 최대한 그들의 영향력 하에서 통제시키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모든 AI 음악을 인간의 독립적인 창작물이 아니라고 규정할 수 있는가?


음악을 비롯한 AI 생성물을 어떻게 규정하고 대처할지에 대해 저작권법 내에서도 아직 합의가 안 된 상황인 만큼, AI로 생성한 음악에 독립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시기상조인 것이 확실하다. 다만, 지금처럼 마냥 AI 음악의 권한을 제한시키는 대응 방식이 장기적으로도 지속가능할지, 모든 창작자에게 정당한 방식일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AI를 활용하여 만들어진 모든 음악은 과연 인간의 능동적이고 자주적인 창작물이 아닌가? AI를 활용한 비율의 많고 적음, 혹은 AI를 활용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해당 음악이 AI를 사용하지 않은 음악과 동등하게 경쟁할 자격이 없는가? 혹은 해당 음악의 질이 낮다고 평가받는 것이 정당한가?


음악 제작에 AI를 사용하는 것이 창작 능력과 창의성을 도태시킨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있지만, 오히려 어떤 아티스트들은 창작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거나, 기존에 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도구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미국의 전자음악가 Holly Herndon은 Spawn이라는 인공지능에 앙상블의 음성 데이터를 장기간 학습시킨 뒤 이를 인간의 목소리와 다양하게 조합한 앨범 [PROTO]를 제작했고, 인간과 AI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새롭게 정의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Holly Herndon - Eternal

그런가 하면, Kanye West [Yeezus]의 프로듀서로 잘 알려진 전자음악가 Arca는 Bronze AI 기술을 활용하여 주변 환경의 빛, 움직임, 소리 등의 데이터에 반응하여 계속해서 다르게 변형되는 방식으로 재생되는 사운드트랙을 설치작품의 일부로 뉴욕 현대미술관에 제공했다. 그 외에도 Grimes, David Guetta, Brian Eno 등의 아티스트들이 AI 또한 인간의 능동적인 창작 도구로 이용될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AI를 특정한 목적과 방식으로 음악 제작에 활용하는 것 또한 직접 멜로디와 가사를 구상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것만큼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창작 행위임을 보여준다. 그러한 관점으로 AI 음악에 대한 레이블의 대응을 다시 본다면, 그만한 노력과 작품성을 갖춘 음악들이 단지 AI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저평가되거나 동일한 자격으로 경쟁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은 정당하지 않다.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대응일 수 있겠지만, 장기화된다면 음악으로서의 가치와 작품성을 충분히 갖춘 AI 음악조차도 시장에서 소외시키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AI와의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해야 할 일은


결국 문제를 삼아야 할 것은 AI 음악 자체가 아니다. 원 저작물과 저작권자의 권리가 무단으로 침해되는 것, 그리고 창작물에 대한 인간의 기여도가 필요 이상으로 감소하는 것이 우리가 주목해야 할 문제다. 음악 제작에 AI를 활용하는 것 자체를 규제하기보다, 인간의 부분적인 AI 활용 또한 독립적인 창작 행위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에 따라 AI 저작물에 대해 저작권 침해 여부와 창작에 대한 기여도를 입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관련 표준 법률이나 가이드를 고도화해 나가야 한다. 이를테면 저작권 침해 문제는 AI로 곡 제작 시 참조한 원작자의 스타일이나 구성 요소를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이나 시스템을 개발하여 일정 비율의 수익이 원작자에게 정산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창작자의 기여도를 측정하거나 창작자 본인이 직접 증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인 절차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음악 시장에서 AI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는 만큼, 음악 레이블을 포함한 음악 산업 관계자들은 앞으로 AI 음악에 대해서 지금보다 유연한 관점을 갖추고 관련 문제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AI를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경쟁 상대로만 여기기보다, 인간과 동등한 음악 제작 및 협업 파트너로서 AI를 안전하게 활용할 환경을 탄탄하게 구축해놓는다면, 음악 시장과 AI의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한 미래도 분명히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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