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6년 3월 1주)

Hearts2Hearts, Molly Yam/Dimo Rex, 공원 외

by 고멘트

"당찬 시작, 흐릿한 전개"


1. Hearts2Hearts (하츠투하츠) – ‘R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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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N : 하츠투하츠의 정체성은 신비롭고 낯선 '미스틱'과 캐주얼하고 친근한 '걸후드' 두 축 위에 놓여 있다. 데뷔곡 ‘The Chase’가 몽환적인 신스를 중심으로 멜로디를 의도적으로 감춰 신비함을 강조했다면, ‘STYLE’은 명확한 훅과 익숙한 전개를 앞세워 한층 친숙한 인상을 남겼다. 이어 ‘FOCUS’는 하우스 리듬 위에 절제된 보컬 톤과 챈트, 중독성 있는 리프를 얹어 두 이미지를 한 곡 안에서 자연스럽게 오가려는 시도를 보였다. 극단적인 실험성이나 과도한 콘셉추얼을 밀어붙이기보다는, 각 축을 번갈아 강조하거나 혼합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조율해 온 셈이다. 이 과정에서 하우스 리듬은 중요한 매개로 작동한다. 일정한 그루브 위에서 멜로디를 부각하기 쉽고, 동시에 전형적인 verse-chorus 구조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두 이미지를 이어주는 완충 지대가 된다. 반복되는 강한 정박과 루프 중심의 전개는 상반된 키워드를 오가더라도 이를 음악적으로 묶어내며 일정한 통일성을 유지하게 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다시 한번 하우스 리듬을 차용한 ‘RUDE!’는 ‘STYLE’의 직관적인 멜로디 감각을 잇는 걸후드 성향의 곡으로, 보다 대중적인 방향을 모색하는 시도로 보인다. 연속되는 단음과 반음으로 포인트를 준 코러스는 인트로부터 등장해 곡의 인상을 빠르게 각인시키며, rude-rule-attitude로 맞춘 라임은 중독적이다. 플럭 신스의 질감 역시 세련되게 정돈되어 있다. 그러나 이럼에도 불구하고 집중도는 끝까지 유지되지 않는다. 벌스와 브릿지에서 반복적으로 삽입되는 랩이 코러스가 만들어낸 긴장감을 이어받지 못한 채 곡 전체의 흐름을 여러 차례 끊어낸다. 읊조리는 톤의 랩이 리듬과 잘 맞물리지도, 멜로디를 부각시키지도 못한다. 그 결과 이것이 미스틱과 걸후드의 의도된 혼합인지, 혹은 걸후드를 전면에 둔 전략인지조차 모호해진다. 랩으로 끊어놓은 전개는 낯설다기보다는 산만한 인상을 남기고, 친근함을 지향한 곡이라기엔 매끄럽지 않다.


퍼포먼스에서는 통일감과 에너지가 분명하지만, 곡 안에서는 그 힘이 하나로 모이지 못한 채 흩어진다. 리듬을 끝까지 밀어붙이지도, 멜로디 중심으로 과감히 재편하지도 못한 채 랩이 여기저기 병치된 댄스곡이라는 인상에 머문다. ‘RUDE!’는 미스틱과 걸후드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시도로 보이지만, 그 시도는 아직 확신에 이르지 못한 채 분명한 방향으로 정리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파격적인 만남, 하지만 평이한 음악"


2. Molly Yam, Dimo Rex – [DIMO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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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휘 : Molly Yam의 ‘Burning slow’가 틱톡을 장악하며 독특한 안무를 선보일 때만 해도, 그저 가벼운 해프닝으로 치부하곤 했다. 하지만 안무만 봐도 노래가, 노래만 들어도 안무가 떠오를 정도의 중독성과 식케이까지 가세한 챌린지 열풍은 단순 바이럴 스타 이상의 위치로 밀어 올렸다. [TIKTOKSTA]에서는 로꼬, 스윙스, 키드밀리 같은 피처링 진 사이에서도 오히려 자신의 세계관에 흡수하듯 이들을 영리하게 활용하며, 디지코어 속 날아다니는 Molly Yam의 플레잉을 통해 '틱톡 출신'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에 음악적 실력으로 반항한 성공적인 결과물이었다. 한편 방예담은 Dimo Rex라는 페르소나를 내세워 아이돌 프레임을 지워버리려는 전략적 승부를 던졌다. 그는 [INTOXICATED]를 통해 PB 알앤비라는 장르 안에서 자신의 톤이 지닌 설득력을 충분히 납득시켰고, 그렇게 그는 Dimo Rex로서의 입지를 더욱 견고히 다지고 있다. 씬의 변두리에서 중심으로 치고 올라오고 있는 Molly Yam의 날 것의 감각과 중심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정원을 가꾸기 시작한 Dimo Rex의 정교함이 만나 발생할 새로운 시너지는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들은 디지코어와 알앤비 등을 사용하여 두 아티스트의 색채를 다채롭게 혼합했다. 특히 알앤비 트랙 ‘Reason why I Luv u cause I luv u’는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가진 부드러운 톤이 가장 도드라지는 지점이다. 트랩 비트 위 로파이한 어쿠스틱 기타 리프가 흐르는 단순한 구조 속에서 Dimo Rex는 청량하면서도 단단한 톤으로 확실히 받쳐주면서 Molly Yam은 몽환적인 톤으로 마치 그 위를 유영하며 서로 상보적인 조화를 완성한다. 반면 이러한 개성은 다른 트랙에서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다. 디지코어 장르인 ‘You make me crzy’에서 파트를 확실히 구분해 각자의 맛을 살리려 했으나, 2절 파트의 재치 있는 랩 스타일을 통해 탑라인의 폭넓은 활용이 1절과 상반된 무게감을 형성해 전체적인 균형을 무너뜨린다. 이런 밸런스 붕괴는 레이지 장르인 ‘So tonight’에서도 이어진다. 비교적 과격함을 덜어낸 사운드를 택하여 이들의 톤과 부합하는 조화를 꾀했음에도 불구하고, 힘을 뺀 랩 플로우 진행과 전반적인 둘의 톤 조합은 장르 특유의 에너지를 끌어올리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론적으로 두 아티스트의 강력한 자생력은 음악적 합이라는 결실을 맺는 데 실패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졌음에도 구사하는 톤이 지나치게 유사했던 탓일까, 후반부까지 쾌감을 줄 말한 확실한 변곡점을 만들지 못한 채 느슨하게 마무리된 점이 못내 아쉽다.





"물수제비의 다음 궤적은 튀어 오름일까, 가라앉음일까"


3. 공원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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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트 : 공원은 최근 모 오디션 프로그램의 최종 10인까지 진출하고, 2026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 후보에도 오르며 빠르게 이름을 알리고 있는 신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발표한 두 번째 앨범 [0]은 전작보다 한층 가라앉은 톤이 분명히 느껴진다. 잔잔한 일렉 기타와 드럼 사이 슈게이즈 질감이 도드라지는 ‘나의 무기’, 무반주 가창으로 시작하는 ‘곰팡이’ 등 차분하게 번지는 보컬과 악기는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듯하며, 앨범 전반에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덮어낸다. 1번 트랙과 2번 트랙이 연결되거나 한 음 한 음 울림이 인상적인 반주 트랙 ‘Interlude’를 중간이 아닌 마지막에 배치한 구성도 눈에 띄는데, 이는 반복되는 공허한 하루 속 독백과 위로라는 주제를 구조적으로도 읽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화려하기보다 덜어내는 기조는 앨범의 태도를 더욱 강조하며 여운을 남기고, 멜로디와 정서 중심의 비실험적 사운드는 대중 친화적인 방향을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그 결과 [0]은 감성적이고 포근한, 한국 대중형 슈게이즈라는 인상으로 다가온다. 때로는 과감하고 강렬한 변주보다 누구나 직관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단순한 정서가 더 큰 힘을 발휘하듯, 익숙한 전개와 깔끔한 만듦새는 쉽게 몰입되고 편안한 청취 경험을 제공한다. 다만 동시에 비교적 평이하다는 생각도 지울 수는 없는데, 번쩍이는 사운드가 돋보였던 ‘윤슬’이나 ‘불꽃놀이’처럼 조금 더 입체적이었던 1집 [01]과 당시 프로듀싱에 참여했던 파란노을의 영향력을 계속 가늠해 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을 단순한 후퇴로 읽기에는 이르다. '나의 구원은 나'라는 가사가 드러내듯, 존재에 대한 탐색이라는 주제와 아직 2집이자 전작과는 다른 결을 시험해 보는 단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확장의 과정으로 읽히기도 한다. 이제 공원이 마주한 상황은 또렷한 증명의 필요성과 새로운 가능성이다. 슈게이즈와 드림 팝을 넘나들며 특유의 감수성 짙은 음색을 얹어내는 것을 넘어, 공원만의 작법을 차별화할 다음 앨범의 무게감이 커졌다.





"넓지만 납작하게 눌려 버린 우주 공간"


4. Danny L Harle - [Cerul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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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트 : 클래식 전공자답게 글리치한 사운드와 쿵쿵 뛰는 테크노 비트, 속도감 있게 빛나는 유로팝 신스는 정교하고 풍부하게 쏟아진다. 청명하게 튀는 신스와 빠르게 뒤섞이는 전자음은 경쾌한 전개를 펼치는데, 리버비한 Y2K 소스 위에 얹어지는 미래지향적인 무드와 화려한 피처링진은 반짝이는 추진력과 이름에 덧붙는 설렘을 더욱 끌어올린다. 또한 사운드의 촘촘한 밀도와 속도감은 단순히 에너지를 더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공감각적 경험으로 이끄는 듯하다. 특히 광활한 공간감이 느껴지는 인트로 트랙 ‘Noctilucence’나 도입 부분의 디지털 접속음에 이어 고요하게 울려 퍼지는 보컬이 돋보이는 ‘Facing Away (Feat. Clairo)’ 같은 트랙은 우주와 바닷속, 혹은 가상 세계가 연상되는 사운드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구간이었다. 비슷한 질감은 이후 곡에서도 반복적으로 강조되는데, 이 점에서 하나의 세계관적인 이미지를 고집하며 또렷한 그림을 그려내고자 한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다만 그러한 이미지 속 짜임새와 서사적 흐름의 설득력은 다소 부족하다. 과도하게 부각되는 광활한 느낌의 사운드는 오히려 단편적인 이미지만 그려내고, 대비를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전반적인 다이내믹을 약화시킨다. 트랜스 특유의 뚜렷한 기승전결 또한 충분하게 분리되지 못하여 몰입이 방해되고, 장르 특성상 중요한 스킷 트랙 역시 전환점보다는 배경적인 장치로 기능할 뿐이다. 마지막 트랙의 급격한 하강 역시 자연스럽지 못하고 급하게 전개되는 인상이 강하다. 물론 전자 음악이라는 점과 실제 각 곡의 선명한 흐름을 보면, 앨범 단위의 흐름보다는 트랙별 독립적인 청각적 경험에 집중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파란색을 뜻하는 앨범명 'Cerulean'이 암시하듯 하나의 색채와 정서를 내세우고, 인트로와 스킷, 아웃트로까지 공간감을 강조한 우주적 질감으로 통일하며 앨범 표지에서까지 유사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은 세계관적 그림을 의식한 구성으로 읽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더욱 높은 집중도와 유기적인 구성에 대한 기대감은 자연스럽게 따라왔으며, 보여주고자 한 규모에 비해 다소 일차원적인 정리와 분명히 보이는 완성도를 끌어올릴 여지는 더욱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었다. 결국 이 앨범은 이미지와 사운드 둘 다 반밖에 보이지 않는, 애매한 결과물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말아 다오"


5. KWN – ‘hopless roman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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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휘 : KWN의 전 앨범 [with all due respect]는 2025년 스포티파이 베스트 알앤비 트랙에 이름을 올리며, 끈적한 알앤비, 네오 소울의 장르적 목마름을 겪던 리스너들에게 완벽한 해갈을 선사한 명반이었다. 웅장한 스트링 패드로 듣는 사람을 압도하는 ‘back of the club’은 미니멀한 구성 속에서도 KWN의 관능적인 톤과 빈틈없는 백킹 코러스의 조화로 듣는 사람을 매혹되게 만드는 매력을 발산했다. 전 작을 통해 매끈한 질감의 알앤비와 KWN 특유의 중성적인 보이스가 결합하여 탄생한 세련된 관능미를 보여주며 입지를 굳건히 하려고 한 듯했으나, 이번 신보는 ‘hopless romantic’ 그 견고했던 세계관을 뒤흔드는 선택으로 묘한 불안감을 드리운다. 기타 리프는 마치 위상이 뒤틀린 듯 오묘한 톤을 자아내고, 첫 박에 강하게 찍고 나오는 킥은 더티한 질감으로 말 그대로 날 것의 느낌을 선사한다. 이후 킥의 변칙적인 배치와 코러스의 불규칙한 톤 조합은 확실히 전 작의 깔끔한 인상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 듯하다.


KWN은 이번 싱글을 통해 철저히 정제되지 않은 미학을 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실험적인 시도는 의도적인 사운드 훼손과 노이즈로 자신의 영역을 개척했던 Dijon의 [Baby]를 연상케 한다. 알앤비 장르와 대비를 이루는 펑크 락 질감의 드럼 필인, 기타 리프에서 터져 나오는 노이즈, 그리고 전반적으로 의도된 날 것의 믹싱 기법까지, 비록 [Baby]의 트랙들보다는 정돈된 편이라 할지라도 당시 씬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타인의 행보를 그대로 뒤쫓는 인상이 짙다. 심지어 후반부 50초가량은 동일한 멜로디를 반복하면서 오직 사운드로 승부를 던졌지만, 아쉽게도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는 점에서 치명적인 단점을 가진다. 결국 이번 신보는 KWN이 가진 보컬 톤이 어떤 음악과 만났을 때 가장 강력한 시너지를 발산하는지에 대해 역설적으로 아는 꼴이 되었다. 자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를 버리고 굳이 타인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토록 이른 시기에 노선을 변경할 필요가 있었을까? 제2의 Kelhani를 기대했던 팬으로서, 이번 앨범은 트렌드를 쫓는 부자연스러운 변주로 느껴질 뿐이다.





"가볍기만 하고 남는 건 없는"


6. sombr – ‘Homewrec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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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N : 그래미 신인상 후보와 브릿 어워즈 노미네이션을 비롯해 주요 시상식과 차트에서 존재감을 각인시키며, sombr는 더 이상 '차세대'라는 수식어에 머무르지 않는 위치에 올랐다. Homewrecker’는 그 상승세 위에서 보다 팝적인 방향을 택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80년대 신스팝과 디스코를 연상시키는 린드럼과 로파이한 신스 톤을 유지하면서, 12 to 12’, undressed’에서 중심을 잡아주던 묵직한 베이스와 힘 있는 벨팅 대신 피아노와 밝은 선율, 경쾌한 퍼커션을 전면에 배치한다. 사운드는 한층 가볍고 선명해졌다.


문제는 그 가벼움이 추진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러스는 캐치한 훅을 의도했지만, 비교적 좁은 음역 안에서 유사한 음형을 반복하며 오히려 단조롭게 들린다. 곡 전반에 깊게 걸린 리버브는 공간감을 형성함과 동시에 보컬의 존재감을 흐리게 만든다. 팔세토와 진성을 오가는 방식 또한 이전 곡에서 이미 익숙해진 문법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Homewrecker’는 한층 가벼워진 인상을 남기지만, 뚜렷한 진전으로 체감되지는 않는다.





※ 'YEN', 제트', '태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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