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6년 3월 2주)

BIG Naughty, 뱃사공, 식케이, Hilary Duff 외

by 고멘트

"빅나티: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인디는 처음인데요..."


1. BIG Naughty (서동현) - [코발트와 네이비 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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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a : BIG Naughty가 음악적 갈피를 못 잡은 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최근 밴드 사운드라는 나름의 돌파구를 찾는 듯했지만, 이번 [코발트와 네이비 그 사이]는 왜 굳이 이 노선을 택했는지에 대한 설득력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하다. 앨범 소개를 통해 '인디 음악을 통해 얻은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라고 밝힌 것처럼, 이번 앨범은 록, 밴드 사운드와 인디 계열의 피처링진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문제는 특정 장르의 문법과 피처링을 빌려온다고 해서 그 특유의 감성까지 1+1으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December’, ‘무리했었던 약속들’, ‘난리부르스’ 등에서 들리는 오토튠은 사운드와 이질적으로 겉돌고, 앨범 내 유일하게 피처링이 없는 타이틀 ‘안녕’은 희미한 정체성과 흔한 멜로디 탓에 특색이 보이지 않는다. 더블 타이틀인 ‘메아리’ 역시 선우정아의 독보적인 음색과 표현력에 주객전도되어 빅나티의 존재감이 사그라들며, 이어지는 ‘전화해주세요’에서는 단순한 가사와 단어의 반복이 작사 역량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오랜 기간 뚜렷한 음악적 색깔을 확립하지 못한 것은 이전 앨범들 역시 마찬가지였으나, 이번 앨범이 남긴 짙은 아쉬움은 오히려 대중적인 매력이라도 확실했던 과거의 작업물들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스스로를 힙합 아티스트가 아닌 대중음악가로 정의했듯, 과거의 BIG Naughty는 듣기 쉬운 멜로디와 솔직한 가사로 대중의 공감을 얻었다. 이번 앨범에서도 유사한 접근을 시도했지만, 이전만큼의 멜로디컬한 매력이나 확실한 후킹은 찾아보기 어렵다. 더해서 이번 앨범 전반에 깔린 과한 호흡 섞인 창법은 '위로'라는 주제를 진정성 있게 전달하기보다 작위적으로 연출한다는 인상을 남긴다. 기존 음악적 자산에서 무엇을 계승하고 무엇을 혁신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선행되었어야 했다. 부족한 고찰과 개성 강한 피처링진의 그늘에 가려진 주인공의 부재는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앨범을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목적지로 설정한 지금의 경로가 과연 그에게 최선인지 진지하게 복기해 볼 시점이다.





"새로운 궤도에 진입한 뱃사공, 안착할 수 있을까"


2. 뱃사공 - [리얼엠씨]

실버레드 : 뱃사공이 지닌 '날것'의 정체성은 옥중 앨범 [mrfuck]에서 보여주었던 거칠고 직설적인 질감을 넘어, 힘을 뺀 여유로움이라는 새로운 궤도에 진입했다. 전작 [Love Letter]에서 갱스터의 거친 이미지를 나른한 신스 사운드로 풀어낸 시도처럼, 신보 [리얼엠씨]에서는 칠한 감성 속에 자신을 있는 그대로의 멋으로 표현한다. 타이틀 ‘리얼엠씨’는 붐뱁 비트 위 누아르적 루프를 메인으로, 읊조리는 듯한 챈팅 플로우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다만, 이러한 랩 스타일의 변화가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힘 빠지는 듯한 래핑이 앨범 전반에 걸쳐 있어 후반부로 갈수록 지루해지고 곡마다의 내용이 잘 들어오지 않는 것도 문제점이다. 그뿐만 아니라 앨범의 칠한 감성과 반대되는 ‘머’ 또한 강렬한 기타 리프가 메인인 밴드 사운드라 앨범 전체의 톤 앤 매너를 깨뜨린다. 이러한 변화가 득이 될지 혹은 실이 될지는 아직까진 미지수다. 다만 그가 보여주는 새로운 모습이 '단조로움이나 구성의 미숙함'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깊이는 알겠는데, 넓이는 아쉬운 트랩소울"


3. 식케이 (Sik-K) - [6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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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 : 식케이 (Sik-K) (이하 식케이)의 예술성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한국힙합어워즈와 한대음을 휩쓸며 평단과 대중을 모두 사로잡았던 레이지 장르의 [K-FLIP+], ‘LOV3’로 정점을 찍더니, 이번 정규 4집 [6SEOUL]에서는 트랩 소울과 싱잉 랩 무드로 앨범을 한껏 채워왔다. 15곡이라는 방대한 양의 곡에서 묵직한 808 베이스와 식케이의 장기 오토튠 활용이 돋보인다. 특히 식케이의 프로듀싱 능력이 다시 한번 체감되는데, 박정현의 ‘P.S. I Love You’를 샘플링한 ‘PLAYER (feat. Crush)’는 크러쉬와의 자연스러운 호흡을 통해 원곡의 서정성을 비틀어내며 청각적인 쾌감을 선사한다. 이어지는 ‘BETTER’ 역시 촘촘히 쌓은 화음과 정교한 오토튠 운용으로 몽환적인 공간감을 형성하며 리스너를 앨범의 무드 속으로 끌어들인다. 앨범 전반의 트랩 비트가 주는 끈적한 무드를 좋아하는 리스너라면 이번 앨범은 그야말로 거부할 수 없는 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아쉬움은 남는다. PartyNextDoor (이하 파넥도)로 대표되는 OVO 사운드의 영향이 곳곳에서 느껴지는데, 특히 첫 트랙 ‘2AM in ITW’부터 느린 템포의 트랩소울 리듬과 몽환적인 보컬 톤이 맞물리며 OVO 계열 R&B 무드를 강하게 떠올리게 한다. 이어지는 ‘NAMSAN TOWER (feat. LEY)’ 역시 파넥도가 고향 캐나다 토론토의 CN Tower를 자주 언급하는 방식처럼 남산타워를 전면에 내세운 콘셉트가 등장하며 이러한 인상을 더욱 강화한다. 물론 이러한 시도는 트랩소울 장르의 문법을 충실히 구현한 결과이나, 장르에 익숙한 리스너에게는 레퍼런스가 다소 직접적으로 느껴지며 그만의 유니크함이 충분히 부각되지 않는다. 더불어 트랩소울 특유의 짙은 장르 문법과 반복되는 섹슈얼한 가사, 유사한 톤앤매너의 사운드가 이어지며 전체적인 듣는 재미가 다소 단조롭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쇼미더머니와 여러 컴필레이션을 통해 KC 사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트랩소울 무드를 유지하면서도 텐션을 끌어올리는 ‘TOXICK’ 같은 트랙이 조금 더 배치되었더라면 장르적 완성도를 유지하면서도 리스너층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분명 [6SEOUL]은 식케이의 트랩소울 장르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증명하는 앨범이지만, 동시에 음악적 깊이에 집중한 나머지 파이를 넓히는 확장성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남기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11년 만에 돌아와 도달한 곳이 '아는 맛'이라니."


4. Hilary Duff - [luck… or something]

TEN : 11년 만에 앨범을 발표한 힐러리 더프는 이번 작품 [luck… or something]을 자신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자서전처럼 내세운다. 디즈니 스타에서 배우, 가수 네 아이의 엄마가 되기까지의 삶을 담았다는 점에서 출발점은 분명 흥미롭다. 하지만 막상 앨범을 듣고 나면 그 서사가 음악적으로 충분히 설득력을 얻는지는 조금 의문이 남는다. 전체적으로 밝은 신스와 익숙한 팝 구조 위에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얹는 방식인데, 아이디어에 비해 사운드의 구성이나 프로덕션이 지나치게 안전하게 흘러간다. 오프닝 트랙 ‘Weather For Tennis’는 버블검 팝 구조와 경쾌한 기타 리프를 통해 앨범의 시작을 밝게 열지만, 전반적인 사운드는 2000년대 팝 무드를 반복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The Optimist’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다루는 가장 개인적인 곡이지만 음악적으로는 잔잔한 어쿠스틱 편곡 이상의 확장성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트랙들은 듣기 편안한 팝의 형태를 유지하지만 동시에 앨범 전체의 인상을 지나치게 익숙한 영역에 머물게 만든다.


하이틴 스타 출신이 오랜만에 내놓는 앨범이라면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과감한 음악적 확장이나 새로운 시도를 기대하게 마련이다. 개인의 상처와 가족사, 혹은 더 민감한 삶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낸 명반들은 이미 수없이 존재하며, 결국 그러한 서사를 설득력 있게 만드는 것은 음악 자체의 힘이다. 그러나 이 앨범은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이미 검증된 팝 문법 안에서 움직이려는 태도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선택은 하이틴 스타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음악적 변화를 시도해 온 동시대 팝 아티스트들의 행보와도 대비된다. 마일리 사이러스는 [Plastic Hearts]에서 80년대 신스 록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디즈니 스타 이미지를 넘어선 음악적 방향을 제시했고, 저스틴 비버 역시 [Purpose]를 통해 일렉트로팝과 EDM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흡수하며 팝 아티스트로서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데미 로바토 또한 [Tell Me You Love Me]에서 R&B와 소울 기반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보컬 중심의 음악적 색을 확장했다. 이런 사례들과 비교하면 힐러리 더프의 이번 신보는 과거의 팝 감각을 현대적으로 재정리하는 데 머물 뿐, 아티스트로서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조금 더 개성적인 사운드와 과감한 시도가 있었다면 11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인 서사와 컴백이라는 맥락에 음악적으로도 더 큰 설득력을 부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90년대 바이브는 합격, 남은 과제는 영토 확장."


5. Micah Dailey-White - [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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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a : 전작 [Micah.]의 발매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Micah Dailey-White (이하 Micah)를 그저 '재미있는 틱톡커' 정도로 인식했다. 그러나 전작에서 엿보인 그만의 확고한 개성과 높은 완성도는 리스너들을 놀라게 했고, 이번 [MANIA]에서는 이러한 전작보다 한층 더 발전된 프로덕션을 선보였다. 오프닝을 장식하는 타이틀곡 ‘Mania’는 디스코 풍 신스가 자아내는 레트로한 색채 위로 코러스의 고음, 피아노와 하프시코드 인터루드를 층층이 쌓아 올리며 앨범의 화려한 포문을 연다. 이러한 레트로 무드와 더불어 앨범 전반에는 마이클 잭슨을 향한 그의 애정이 짙게 배어있는데, 신스팝 트랙 ‘Stacy’를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다. 신스 베이스와 일렉기타 라인이 만들어낸 서늘하면서도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는 명곡 ‘Thriller’를 연상케 하며 타이틀 못지않은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다. ‘Endless Dark/At Sunrise’ 역시 비슷한 궤도를 달리면서도, 헤비한 기타 솔로 파트로 텐션을 끌어올려 Micah의 무궁무진한 음악적 잠재력을 증명한다. 이렇게 강렬한 트랙들 사이로 ‘Trouble’, ‘She's My Lady’ 같은 비교적 템포가 느린 알앤비 트랙들이 적절히 배치되어 완급을 조절한다. 이처럼 잘 짜인 트랙 리스트 위에서, Micah는 단순히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칫 촌스러울 수 있는 90년대 바이브를 세련되고 현대적인 형태로 재해석해 내 탄탄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이처럼 Micah가 보여준 음악에 대한 진정성과 완성도는 '틱톡커는 가볍거나 자극적인 음악만 할 것이다'라는 선입견을 부수며 더욱 큰 반전으로 다가온다. 또한 이는 거대한 자본의 힘 없이도 재능이 있다면 누구나 SNS를 통해 자신의 진가를 알릴 수 있는 시대임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Micah가 대중의 인식 속에서 온전한 아티스트로 확고히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시간을 두고 더 지켜봐야 한다. 10-20대라는 주 사용 연령층과 Phonk나 하이퍼팝, 이지리스닝 트랙들이 주된 배경음악으로 소비되는 자극적인 숏폼 플랫폼 특성상, 레트로 무드가 돋보이는 Micah의 음악이 틱톡 생태계 안에서 꾸준한 화제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앨범은 전작보다 음악적 발전을 이뤄냈음에도 불구하고 틱톡 뷰가 높았던 전작보다는 화제성이 다소 떨어지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제 Micah는 틱톡이라는 수단을 넘어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킬 새로운 방법 또한 마련해야 할 듯하다. 좋은 롤모델로는 Addison Rae를 들 수 있다. 그녀가 'Charli XCX', 'Arca' 등 확고한 색깔을 가진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틱톡커에서 팝 아티스트로 성공적인 리브랜딩을 이뤄낸 것처럼, Micah 역시 이와 유사한 전략을 취해봄 직하다. 전작과 이번 앨범을 통틀어 단 한 명의 아티스트와만 협업했던 그이기에, 다양한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는 한층 더 풍부해진 음악과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완성도와 개성,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은 앨범"


6. Mitski - [Nothing's About to Happen to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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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레드 : 인디 록의 거친 질감에서 출발해 컨트리와 오케스트라 팝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독보적인 서정성을 구축해 온 Mitski. 80년대 신스팝을 선보였던 [Laurel Hell] 이후, 그녀는 [The Land Is Inhospitable and So Are We]에서 컨트리와 오케스트라를 결합하며 웅장하면서도 깊은 정서적 동요를 일으켰다. 호평받은 전작의 음악적 가능성을 발판 삼아, 신보 [Nothing's About to Happen to Me]는 그 감각을 한층 더 깊고 넓게 확장한다. 특히 풍성해진 관현악 편곡과 정교한 퍼커션 사운드를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사운드의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자칫 오케스트라를 가미한 여타 아메리카나 팝 앨범과 비슷한 결로 비칠 수 있으나, 타이틀곡 ‘I'll Change for You’에서는 앰비언트 사운드의 활용, 아련한 랩 스틸 기타, 그리고 보사노바의 리듬감을 차용하여 그녀만의 감성적인 면모를 선명히 드러냈다. 얼터너티브에서 주류 음악 씬으로 넘어가는 과정 속에서도 본연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 'Mila', '실버레드'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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