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더욱 끈끈해질 한국과 일본의 인디 음악 씬

2020년대 이후 한국과 일본의 인디 음악 씬의 상호작용

by 고멘트

이제는 길거리에서 일본 음악이 들리는 게 전혀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일본 음악은 한국 대중들에게 국내 음악 못지 않게 친숙해졌다. 2023년에 imase의 ‘NIGHT DANCER’가 멜론 TOP 100 차트에 진입한 것을 필두로, 숏폼 챌린지 영상의 파급력과 애니메이션의 인기에 더해 aimyon의 ‘愛を伝えたいだとか(사랑을 전하고 싶다든가)’, YOASOBI의 ‘アイドル(아이돌)’, Yonezu Kenshi의 ‘Lemon’, ‘KICK BACK’, ‘IRIS OUT’ 등의 음악들이 한국에서도 대중적인 인기를 끌면서 일명 ‘제이팝(J-POP) 붐’이 일어났다. 한국에서 일본 아티스트들의 인지도가 높아짐에 따라 2024년과 2025년에는 ‘일본 내한 공연 풍년’이라고 할 정도로 Fujii Kaze, Mrs. Green Apple, Official Hige Dandism, King Gnu 등의 다양한 일본 아티스트들이 페스티벌과 단독 공연을 통해 한국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일본 음악이 매니아틱한 장르로 취급되거나 이에 대해 전반적으로 저평가와 거부감이 심했던 2010년대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되는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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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 이후 한국에서도 팬층이 두터워진 일본 아티스트들 (아이묭, 요네즈 켄시, Mrs. Green Apple 등)


혹자는 이 현상이 주로 SNS, 숏폼 영상 바이럴이나 애니메이션의 흥행으로 유명해진 아티스트, 혹은 이들의 케이팝 아티스트와의 협업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팝 장르뿐만 아니라 인디 록, 포크, 전자음악 등 다양한 장르에서도 한국과 일본 음악 씬의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 이전에도 한국과 일본의 인디 아티스트들 간의 교류나 내한·내일 공연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그때보다 대중에게 더욱 가깝고 친숙하게 한일 양국을 오가는 기획, 큐레이션 공연이 등장하고, 보다 다양한 장르와 규모의 아티스트가 소개되고 있는 것은 제이팝 붐 못지 않게 주목해야 할 현상이다.




2020년대에 일본 아티스트가 한국에 소개되어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던 경로는 크게 국내 페스티벌에서의 공연과 유튜브, 틱톡에서의 라이브 영상의 바이럴로 나눌 수 있다. 그전에도 ELLEGARDEN, ONE OK ROCK, SEKAI NO OWARI, L'Arc-en-Ciel, SPYAIR를 비롯한 일본 밴드들이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 등의 대형 공연 라인업으로 비중 있게 섭외되긴 했지만, 국내 아티스트만큼의 대중적인 영향력을 크게 불러 일으키지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 종식 이후 다시 돌아온 페스티벌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과 제이팝의 유행이 맞물리면서 일본 아티스트의 공연이 호평을 받고 바이럴이 되는 사례가 여럿 생겼다.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의 히츠지분가쿠(羊文学)(2023)와 녹황색사회(緑黄色社会) (2024)의 경우, 관객들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낸 공연 퍼포먼스가 유튜브와 SNS에서도 화제가 되면서 한국에서의 인지도를 대중적으로 올린 대표적인 사례다. 2025년에는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ASIAN KUNG-FU GENERATION,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에서 BABYMETAL이 공식 헤드라이너로 섭외되면서 한국에서의 일본 아티스트의 입지가 이전보다 상승했음을 입증했다.


히츠지분가쿠 2023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라이브 (출처 : Mad Hatter영호의 인디가요)
녹황색사회 2024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라이브 (출처 : Mad Hatter영호의 인디가요)


반대로 온라인에서 쇼츠 영상이 한국에서 화제가 되어 오프라인 공연 내한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었다. 대표적인 예시는 Tomioka Ai(冨岡愛)PompadollS다. Tomioka Ai는 대표곡 ‘グッバイバイ(Good bye-bye)’를 부르는 영상이 틱톡에서 바이럴되면서 한국에서의 인지도가 대폭 상승했고, 그 결과 2024년에는 무신사 개러지에서의 단독 내한 공연을 매진시키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또한 PompadollS의 경우 ‘悪食(악식)’의 라이브 쇼츠 영상이 유튜브와 틱톡에서 큰 화제가 되어 2025년 롤링홀에서의 첫 단독 공연을 1분 만에 매진시켰다. 그 외에도 대표곡 ‘ただ声一つ(그저 목소리 하나)’의 바이럴로 단독 내한 공연으로까지 이어진 ロクデナシ(로쿠데나시), 밴드 MONO NO AWARE의 ‘かむかもしかもにどもかも!’의 커버 영상이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도 이름이 알려진 밴드 ハク。(하쿠)도 비슷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대부분 팝이나 락이라는 특정 장르에 한정되거나, 인지도가 꽤 확보된 아티스트에 국한되었다는 점에서 다양한 방면에서의 음악적 교류라고 보기엔 한계가 있었다.


토미오카 아이 - グッバイバイ(Good bye-bye) 라이브 영상
폼파돌스 - 悪食(악식) 라이브 영상 (출처 : 뮤마라)


2024년 이후로는 이를 보완하는, 일본의 아티스트를 한국에 보다 다양하게 소개하는 페스티벌이나 기획 공연이 활발하게 개최되고 있다. 대표적인 대형 행사로는 원더리벳 페스티벌아시안 팝 페스티벌이 있다. 원더리벳 페스티벌은 국내 최대 규모의 J-POP 페스티벌로, 그전까지 국내 소수의 매니아층에게만 알려져 있었던 Cody Lee, Saucy Dog, ALI, TOGENASHI TOGEARI 등의 일본 아티스트들을 한국에서 보다 대중적인 위치로 올려주는 데 큰 역할을 한 페스티벌이다. 그런가 하면 아시안 팝 페스티벌은 betcover!!, never young beach, MONO NO AWARE 등의 락 밴드뿐만 아니라 WEDNESDAY CAMPANELLA, mei ehara, tofubeats 등 다양한 장르씬에서 활동하는 일본 아티스트를 한국에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두 행사 모두 기존 대형 페스티벌에 못지 않은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라인업에 포함된 아티스트가 한국 관객들의 반응과 호응도를 파악하기 용이하고, 이후에 단독 내한 공연으로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많이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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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리벳 페스티벌 2024 - 2025 라인업 포스터 (출처 : 원더리벳 인스타그램 공식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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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팝 페스티벌 2024-2025 라인업 포스터 (출처 : 아시안 팝 페스티벌 인스타그램 공식 채널)


최근에 주목할 만한 점은 중·소규모로도 한국과 일본 인디 아티스트를 함께 큐레이션하는 Any Good Music Here?(AGMH) FES, strangers club(스트레인저스 클럽), Reciprocity(레시프로시티) 등의 기획 공연이 꾸준히 이어지고, 모객도 충분히 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대형 페스티벌은 자본이 많이 투자되는 만큼 해당 아티스트의 일본과 한국에서의 인지도와 대중성을 중요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지만, 중·소규모의 기획 공연에서는 인지도가 적은 아티스트라도 퍼포먼스나 음악성을 중심으로 고려해 섭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다양한 규모와 장르의 아티스트가 한국에 소개될 수 있는 중요한 경로이다. 이와 같이 이전보다 다양한 장르와 규모의 일본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행사가 많이 생겼다는 것은 일본 음악이 더 이상 소수의 매니아층에 국한되기 보다, 한국에서 점차 대중적이고 친숙하게 여겨지고 있으며, 시장성을 갖춘 또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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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인디 아티스트 기획/큐레이션 공연들 (AGMH FES, strangers club, Reciprocity) (출처 : 각 행사 인스타그램 공식 채널)


그렇다면 일본에서는 어떻게 한국의 인디 음악이 전해지고 있을까? 케이팝만큼 파급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타워레코드나 디스크 유니온 등의 일본 레코드샵의 K-POP 섹션에서 한국 인디 음반도 판매 및 큐레이션하고 있다는 목격담을 인터넷에서 종종 볼 수 있었다. 또한 일본의 대표적인 음악 행사인 후지 록 페스티벌에서도 실리카겔, 바밍타이거, 혁오 등의 한국 아티스트들이 공연 라인업에 포함되고, 일본의 음악 방송에도 소개되는 사례가 있었다. 그 외에도 SYNCHRONICITY, BiKN SHIBUYA, MINAMI WHEEL 등의 페스티벌에서 다브다, 세이수미, 검정치마, 코토바 등의 한국 인디 아티스트들이 출연한 바 있다. 또한 최근에는 이디어츠, 지베뉴, 릴리 잇 머신 등의 아티스트들이 일본 라이브 클럽에서 공연을 하는 등 한국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규모에서 현지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


실리카겔 후지 록 페스티벌 라이브 (출처 : 유튜브 뱁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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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록 페스티벌 SYNCHRONICITY 라인업으로 초청된 다브다 / AGMH FES X MUSIC BRIDGE TOKYO를 통해 일본에서 공연한 릴리 잇 머신


또 하나 눈에 띄는 움직임은 일본 내 한국 인디 음악을 알리는 매체와 기획자의 활동이 작지만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인디 음악을 전문으로 다루는 일본 웹진 Buzzy Roots는 한국의 인디 음악 유통사 미러볼뮤직에서 운영하는 인디 음악 차트 ‘케이인디차트’의 일본어판을 정기 게재할 뿐만 아니라, 한국 인디 아티스트의 음반 발매 소식과 공연·페스티벌 소식을 국내 못지 않게 발빠르게 전하고, 실리카겔, 검정치마, 선우정아 등 주요 인디 아티스트의 인터뷰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한국 인디 음악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공연 기획자, 프로모터인 우치하타 미사토는 서울에 거주하는 음악 에디터 야마모토 다이치와 함께 Balsin을 설립하여 한국 인디 음악을 큐레이팅하는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일본에서 한국 인디 음악 감상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등 일본에 다양한 한국 음악을 알리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전진희, 김뜻돌, leaveourtears, 김오키, Mount XLR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한국 인디 아티스트들의 현지 공연을 서포트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작은 규모라도 한국의 인디 음악이 일본에서도 수요가 있고, 소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장르로 규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화면 캡처 2026-04-18 221457.png 일본의 한국 인디 음악 전문 웹진 Buzzy R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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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국 인디 음악 큐레이션 단체 Balsin이 진행하는 행사와 지원하는 한국 인디 아티스트 공연 포스터




이러한 양방향적 교류의 가속화는 단순히 양국에서의 공연 횟수의 증가를 넘어, 양국 인디 아티스트들의 활동 반경과 리스너 층을 실질적으로 확장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과거에는 자국 시장 내에서의 성과에 매몰되기 쉬웠던 인디 아티스트들이 이제는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이웃 나라를 '제2의 활동 거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특히 인디 록의 경우 록 장르 음악에 대한 수요가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한국과 팝 록뿐만 아니라 개러지 록, 펑크 록, 슈게이즈 등 다양한 세부 장르에 매니아층이 넓게 분포되어 있는 일본 인디씬 간의 상호작용은 현재 리스너의 수요가 겹치게 되는 시점을 고려할 때 서로에게 매우 이득인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한국 인디 아티스트들에게 일본은 거대한 시장 규모와 두터운 장르적 저변을 갖춘 기회의 땅이다. 한국 음악 시장이 특정 장르나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면, 일본 시장은 소수의 취향이라도 비즈니스로 성립될 수 있을 만큼 매니아층이 세분화되어 있고 견고하다. 한국에서는 '대중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설 자리가 좁았던 실험적인 사운드나 비주류 장르의 음악들이 일본의 라이브 클럽과 레코드샵에서는 충분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으며 소비되곤 한다. 이는 한국 아티스트들에게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대안적 경로가 될 수 있다.


앞으로도 한일 인디 음악 씬의 교류와 발전을 더욱 끈끈하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려면, 공연 기획, 음원 유통 등의 음악 산업에서 한국과 일본의 인디 음악 씬을 이어주기 위한 인프라를 체계화하고 전문 매개자를 꾸준히 양성하는 등의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은 저작권 관리나 음원 정산 체계 등의 부분에서 서로 상이한 점이 많은데, 해외 활동 및 협업을 원하는 인디 아티스트가 이를 개별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 따라서 이후에는 단순히 양국의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매개하는 데 그치기 보다, 양국의 음악 유통 및 공연 관련 실무를 전담할 수 있는 전문 에이전시의 지원이 꼭 선행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실무적 인프라의 확충과 민간 차원의 꾸준한 교류가 맞물릴 때, 한일 인디 음악 씬은 단순한 물리적 인접성을 넘어 정서적·문화적 동질감 면에서 더욱 견고한 '아시아 인디 음악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한국과 일본의 인디 음악 씬은 새로운 리스너들을 만나고 각자의 음악적 영감을 주고받는 하나의 거대한 '공동의 무대'를 더욱 크게 키워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점은 이러한 음악적 교류를 통해 과거 한국 사회에 존재했던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심리적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일본 대중문화 수입 제한 정책 및 역사 갈등과 맞물려 '매니아틱함' 혹은 '이질적임'이라는 편견 속에 갇혀 있던 일본 음악은, 이제 그 자체의 예술성과 로컬리티를 존중받으며 한국 리스너들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적대감이나 부정적인 선입견 대신, 순수한 '취향'의 관점에서 서로의 음악을 탐색하게 된 지금의 변화는 매우 상징적이다. 언어의 장벽을 허무는 멜로디와 장르에 대한 순수한 애정을 바탕으로 더욱 끈끈해질 양국의 음악적 연대가, 앞으로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음악 시장에 어떤 다채로운 변주를 들려주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by. 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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