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세라핌, 몬스타엑스, 임영웅, 싸이, PJ Morton 외
동봄 : 여자친구의 해체 이후 하이브 아래서 처음 선보이는 걸그룹인 만큼 그룹의 특색과 브랜딩을 위해 굉장히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게 느껴졌다. 애너그램을 활용해서 지은 그룹명뿐 아니라, 앨범의 전체적인 결 및 색채감들이 굉장히 세련되게 빚어진 감이 있다. 특히 디지털 싱글로 간만 보듯이 데뷔하는 상황 속에서 앨범 발매를 택한 것에도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타이틀곡은 두말할 것도 없고, 동화적인 스토리텔링을 담아낸 양질의 수록곡들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선택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지만, 멤버의 사건과 관련해 가장 쉬운 방법을 두고도 정면 돌파하는 선택을 한 것이 이해가 되긴 한다. 당장 끌고 가야 할 족쇄가 어떻게 작용할지는 두고 보아야 할 부분.
융 : 음반명 그대로 ‘사랑’이라는 걸 담고 있다. 사운드나 장르로 묶기보다는 소재를 활용해 흐름의 큰 틀을 만들었다. 데뷔 연차가 어느 정도 쌓인 팀이니만큼 멤버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돋보인다. 특히 타이틀곡 ‘LOVE’에서는 멤버 주헌의 프로듀싱 능력이 탁월하다. 몬스타엑스의 기존의 음악 색깔을 전혀 해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몬베베 (몬스타엑스 팬덤)’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하면서도 타 K-POP 팬들에게도 소구 될 수 있는 매력적인 곡과 퍼포먼스이다.
[NO LIMIT](2021)도 그랬지만, 항상 범작과 수작 사이에 머무르는 것이 아쉽다. [The Dreaming]과 같은 좋은 앨범이 국내에도 발매되길 기대해 본다.
동봄 : 젊은 층이 유튜브로 떠난 후 브라운관에서 장년층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떠오른 임영웅은 어느새 음반 기록을 세우고 차트를 점령하는 등 대세로 떠올랐다. TV 프로그램뿐 만 아니라 드라마 OST 등을 통해 이미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선보이긴 했으나, 이번 정규 앨범에서는 그보다 더한 다양성을 찾을 수 있다. 이적의 프로듀싱으로 화제를 모은 발라드 장르의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산뜻한 느낌을 담아낸 ‘무지개’,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튠으로 빚어낸 라틴 리듬의 ‘A biento’ 등 다양성을 가진 곡들뿐 아니라 ‘사랑역’, ‘사랑해요 그대를’처럼 기존 성인 가요 장르의 곡들도 빼먹지 않았다. 임영웅이 이어온 행보를 보면 비교적 젊은 층에게도 어필하고 싶어하는 느낌이 있다고 보여지는데, 앞으로 과연 얼만큼의 파이를 가져올 수 있을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융 : 아이유의 ‘에잇’도 그랬지만, 아티스트 맞춤의 프로듀싱을 보여주는 슈가다. 프로듀서로서의 훌륭한 재능이다. 슈가의 색깔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면서도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Daddy’나 ‘나팔바지’와 같은 대중들이 싸이에게 기대하는 모습을 십분 충족시켜주었지만, 그것 이외의 새로운 흥미는 부족하다.
MV를 보며 느낀 건, 싸이라는 아티스트의 역량이 새삼 대단하다는 것이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퍼포먼스와 무대매너는 독보적이다. 충분히 발전한 K-POP이지만, 아직까지도 그만큼의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아티스트는 없다. 그것만으로도 싸이의 컴백은 의의를 갖는다.
동봄 : 커버에 대놓고 고양이가 등장한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앨범 커버의 고양이를 보자마자 곡이 대충 어떤 느낌일지를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Galantis가 가지는 본인들만의 정체성은 확실하다. Galantis의 ‘Fading Like A Flower’는 Roxette의 원곡을 사실상 본인들의 색으로 재창조한 것이나 다름이 없을 정도이다. 기존 곡이 어떻게 이렇게 청량한 느낌으로 변모할 수 있는지. 모두 본인들의 색채로 바꾸어 버리는 것도 능력이라면 분명 대단한 능력이다. 그러나 그 능력만큼의 곡이 최근 들어서는 발매되지 않는 것 같다. 최근 Galantis의 음악들이 결국 비슷비슷한 느낌이다 보니 곡을 감상하다가도 결국 돌아가는 것은 예전 곡들이다. 처음 이들의 음악을 들었던 때의 충격을 다시 받을 수 있는 곡이 발매되길 바라본다.
융 : 마룬파이브의 음악이 분명 있긴 하지만, 좀 더 날것의 느낌이 난다. 리듬감을 잡아주는 여러 악기가 등장하는데, 퍼커션, 신시, 이름 모를 관악기까지 모두 깔끔하게 가공되어 있지 않다. 그 ‘정돈되지 않음’이 지저분하거나 몰입을 깨는 에러로 작용하지 않고, 각기 다른 연주를 라이브로 듣는 듯한 매력을 준다. 곡의 시작부터 말끔한 사운드로 귀를 사로잡는 것이 불문율이 된 현재의 팝 중 단연 신선하다. ‘So Lonely’라고 이야기하는 가사와, 그 이외의 모든 것들이 흥겨워 보이는 역설적인 공존이 이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이다.
Wale의 랩까지 좋은 흐름을 보이다 후반부의 전조가 뜬금없이 등장하며 맥을 끊는다. 이끌어 오던 미묘한 흥을 유지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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