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세의 홀로서기, 8090 한국 재즈팝 올스타즈
숨.돋.명은 ‘숨겨져 있던 소름 돋는 명반’의 약자로, 필자가 생각하기에 충분히 명반 혹은 그 이상의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지만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앨범들을 선정해 심층 리뷰하는 기획 시리즈입니다.
이문세는 그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을 한국 대중 음악사의 전설이다. 아무리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또는 나이가 아무리 어리거나 많다 할지라도 ‘옛사랑’을 비롯해 ‘깊은 밤을 날아서’, ‘광화문 연가’,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 등의 노래는 무조건 들어봤으리라 확신한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문세는 본 기획물의 이름 ‘숨돋명’의 뜻 “숨겨진 소름 돋는 명반”에 가장 부합하지 않는 인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빛이 너무 강하면 그만큼 그림자가 짙어지는 법. 여태까지 이문세가 걸어온 커다란 공적과 수많은 디스코그래피 그 뒷면에는 감춰져 온 또 하나의 명반이 존재한다. 그 앨범은 어떻게 보면 지금 시점에서 가장 크게 빛나야 할 작품이지만,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인지도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바로 1993년에 발매된 8집 [오래된 사진처럼]이다. 나는 이 작품을 이번 ‘숨돋명’의 대상으로 선정하기에 주저함이 없었다. 이 글을 씀으로써 오직 이 앨범을 아는 사람이 부디 한 명이라도 더 늘어났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 들어가기 앞서, 이문세 7집 [이문세 VII]를 제외하면 9집 [95‘ Stage with composer Lee Younghun] 전까지는 앨범의 이름이 따로 존재하지 않았지만, 편의상 타이틀 곡 이름을 앨범 제목으로 칭함을 밝힌다
이 앨범을 설명하기 위해선 그의 커리어를 간략하게 되짚어 볼 필요가 있겠다. 이문세의 40년 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85년 3집 [난 아직 모르잖아요]부터 5집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까지이다. 이문세의 영혼의 파트너 이영훈과 함께 작업한 이 앨범들은 3집 약 150만 장 이상, 4집 약 285만 장 이상, 5집 약 258만 장을 팔며 앨범마다 유명한 히트곡들을 배출해 왔다. 3집에는 ‘빗속에서’, ‘휘파람’, ‘소녀’가 있었고, 4집에선 ‘이별이야기’와 ‘가을이 오면’, 또 ‘깊은 밤을 날아서’가 있었다. 5집은 가장 유명한 ‘광화문 연가’,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붉은 노을’이 수록돼 있다.
음악적으로도 매우 의의가 있는 앨범들이다. 1987년은 한국 팝발라드 씬에서 매우 중요한 연도로 평가받는데, 그 이유가 유재하의 명반 [사랑하기 때문에]와 이문세의 4집이 나온 해이기 때문이다. ‘할 말을 하지 못했죠’, ‘하얀 느낌’ 등에서 느낄 수 있듯이 아직까지도 뽕짝, 트로트적 요소가 다소 남아 있던 3집과 비교해서 훨씬 더 세련된 곡들로 앨범 대다수를 채운 4집은 유재하와 함께 한국 팝 발라드의 기틀을 마련한 작품이다. (물론 ‘그대 나를 보면’과 ‘슬픈 미소’는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5집은 4집의 명성을 이어받은 작품으로, 이 두 앨범은 지금까지도 한국 대중음악 명반에 늘 노미네이트 되고 있는 앨범들이다.
그에 반해 1989년에 발매된 6집 [그게 나였어]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긴 앨범이다. 가사적으로는 사랑 얘기가 아닌 개인적, 사회적인 메시지들을 많이 담았으며 사운드적으로도ㅡ유기성적으로도 오히려 튀는 트랙 없이 훨씬 더 안정적인 앨범이었으며, 포크와 트로트적 색채도 전작들에 비해 훨씬 더 줄어들었다는 것은 분명한 의의였다. 필자 역시도 오히려 5집보다 더 자주 듣는 앨범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을 제외하면 다 무거운 분위기의 트랙들이다 보니 가볍게 들을 수 있는 곡이 부족하기도 했으며, 또한 진중한 메시지는 대중들에게 거부감이 있었는지 상업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후 발매된 7집 [옛사랑] 역시 음악적으로는 가곡,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지만 타이틀 곡 ‘옛사랑’만 히트했을 뿐이지 앨범적으로는 역시 큰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말하자면 (상대적) 슬럼프가 시작되고 있던 것이다. 낙폭이 크진 않지만 평탄한 내리막길이었다. 물론 6, 7집이 문제였다기 보다는 그 전의 3~5집이 너무나도 강력했기 때문이지만… 아무튼 이러한 흐름 속에 이문세는 3집부터 함께 해온 이영훈과의 임시 결별을 택한다.
이문세 얘기를 하며 이영훈은 역시도 빼놓을 수 없다. 3집부터 계속 함께 해온 작사, 작곡가 이영훈은 역시 한국 대중 음악사의 전설 중 한 명이다. 상술했든 유재하와 함께 한국 팝 발라드의 기틀을 닦은 사람이며, 지금의 이문세가 있게끔 해준 영혼의 동반자이다. 가사 역시 주옥같았고, 장르적 스펙트럼 역시 클래식에 기반을 둔 팝발라드를 비롯해 포크, 빠른 템포의 팝록 등 소화할 수 있는 폭이 넓었다. 성악가 박정하와 함께 한 7집의 ‘겨울의 미소’ 같은 트랙은 아예 가곡에 가깝지 않은가.
물론 유재하와 비교했을 때 조금 더 여전히 한국 특유의 복고스러운 느낌이 강했고, 편곡에서도 유재하만큼 참신하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았다. 유재하가 조금 더 재즈에 가까웠다면, 이영훈은 클래식에 가까웠음도 차이점이다. (그렇지만 5집의 ‘기억의 초상’, 7집의 ‘저 햇살 속의 먼 여행’, ‘가을이 가도’ 같은 트랙은 이영훈은 재즈에도 능했음을 보여준다) 성적과 별개로 6, 7집에서도 이전과 다른 작법들을 계속해서 선보이기도 했다. 그와 동시에 음악성과 별개로 화제성은 이전과 비교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는 것도 안타깝지만 현실이었다.
"서로를 잠시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으로 잠시 헤어져 김현철 씨와 함께 작업했던 8집 외에는 이영훈 씨와 늘 함께였죠"
그렇게 그의 다음 앨범 8집은 과감하게 이영훈과 작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95년 한 인터뷰에서는 “당시 이영훈 씨가 모스크바와 협연하는 자신의 클래식 음반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같이 할 여력이 없었다”라고 말했지만, 그 후 2001년 인터뷰에서 “서로를 잠시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었다”라고 말한 점이나, 08년 무릎팍도사에서 “자신의 색깔을 내기보다는 서로에게 맞춰주는 음악을 하게 됐기에 각자 활동할 시간이 필요했다"라고 말한 걸 보면 실제로는 바빠서였다기 보단 (음악적이든 개인적이든) 둘 사이의 트러블이 존재했기 때문이었음은 분명하다.
그가 택한 새 프로듀서가 바로 김현철이다. 93년의 김현철은 당시 한국에서 가장 핫한 루키 중 한 명이었다. 89년과 92년도에 발매한 1집과 2집은 엄청난 성적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분명히 그만의 입지를 다질 수 있게 한 앨범이었으며 이소라와 함께 한 영화 <그대안의 블루>의 OST는 드디어 그를 스타덤에 오를 수 있게 해 준 곡이다. 몇몇 팬들에게 질타를 받기 시작하는 4집 [Who Stepped On It?]의 발매는 95년도의 일이니, 93년 당시는 음악적으로도 - 대중적으로도 최고조의 위치에 있을 때였을 테다.
또한, 발매 당시 인터뷰에서 이문세는 “10대 소녀들이 들을만한 음악보다는 조금 더 내 연령층에 맞는, 성숙해진 음악”을 원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런 점에서 봤을 때 이영훈과의 결별을 택한 이문세가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해 김현철을 고른 것은 실로 자연스럽고도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본격적으로 곡을 분석하기 전에 크레딧부터 살펴보자. 앞서 말했듯이 본 앨범의 메인 프로듀서는 김현철이다. 이를 보좌하는 공동프로듀서는 들국화의 기타리스트 손진태, 아침의 유정연, 빛과 소금의 장기호이다. 그 외 H2O의 드러머 김민기와 베이스 강기영 (달파란이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하다)도 참여했고, 함춘호, 빛과 소금의 박성식, 아침의 이영경, 어떤날의 조동익, 전설의 베이스 세션 신현권 등도 힘을 보탰다. ‘한 번쯤 아니 두 번쯤’에서는 김건모가, ‘침묵 속의 나’에서는 유리상자의 박승화가 코러스로 참여하기도 했다. 색소폰 및 플롯으로는 최근까지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년엔 250의 [뽕]에도 참여한) 이정식이 이름을 올렸다. 그 외에도 굵직한 족적을 남긴 전설적인 세션들이 본 앨범에 참여했다. 그 수는 차마 모두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많았다.
이 라인업에는 두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는데 첫째로는 당장 직전의 7집과 비교했을 때 신현권, 함춘호를 제외한 대부분의 세션들이 이문세 크레딧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미처 언급하지는 못했지만 마찬가지로 3집부터 계속해서 전체 편곡자로 함께 해온 사랑과 평화의 키보디스트 김명곤도 이번 앨범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두 번째로는 그 새로운 이름들의 대부분이 80년대 말 ~ 90년대 초에 명성을 알리기 시작한 아티스트들이라는 것이다. 김현철은 89년에 데뷔했으며 장기호와 박성식은 86년 밴드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을 거쳐 88년도에 빛과 소금 1집을 낸다. 유정연 역시 대중음악 작곡가로 데뷔한 것은 90년이며 이영경과 그룹 ‘아침’을 만들어 앨범을 낸 것은 91년도의 일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들은 이문세를 비롯한 한국식 발라드의 적자들이라기보다는 그 당시 서양에서 유행하던 AOR, Sophisti Pop, Jazz Pop에 더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이영훈이 아무리 재즈적 터치를 시도했다고 해도 그 근본은 한국식 발라드였음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젊고 새로운 인물들과의 작업은 그가 완전히 ‘새로운, 성숙한 음악’을 시도하기 위해서였음을 다시 한번 시사한다. 그렇다면 이제 앨범으로 들어가 보자.
첫 트랙 ‘오래된 사진처럼’은 발라드 넘버의 트랙이다. 그렇지만 곡의 브러시 드럼이나 이영경의 건반, 베이스 라인 등은 분명히 재즈의 그것이다. 작곡가 유정연은 아침의 프로듀서였음과 동시에 KBS 교향악단(국립 교향악단의 전신이다)에서까지 활동한 실력 있는 바이올리니스트였기에 숨길 수 없는 고풍스럽고 유려한 스트링이 간주를 수놓는다. 이 트랙은 8집 Side A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트랙이 될 것이다. 기본적인 템포나 정서는 발라드이기에 7집의 성질을 이어받음과 동시에 악기 솔로 및 진행 같은 부분에서는 훨씬 더 그 당시 유행하던 재즈에 가깝기 때문이다. 7집의 연장선임과 동시에 8집 만의 새로운 무엇인가를 소개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2번 트랙 ‘한 번쯤 아니 두 번쯤’부터 4번 트랙 ‘지난 먼 여행’까지 순도 높은 재즈팝 트랙이 나오는 것이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다. ‘한 번쯤 아니 두 번쯤’은 7집의 ‘저 햇살 속의 먼 여행’과, ‘또 기다리는 이 밤’은 5집의 ‘기억의 초상’과도 유사하지만 곡의 디테일적인 측면에서 마치 그것의 개정판처럼 들린다. Bossa nova 장르의 ‘지난 먼 여행’은 여지껏 이문세의 노래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장르이다. 80년대 한국의 보사노바 곡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곡들ㅡ이정선의 ‘곁에 없어도 당신은’ (1985), 신촌 블루스의 ‘또 하나의 내가 있다면’ (1989), 그리고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 (1987)와 비교했을 때 소리의 질감부터 다른 이정식의 플롯 솔로는 이 곡이 장르적으로 훨씬 더 본토의 오리지널리티에 접근했음을 알려주는 요소이다. 이렇게 사이드 A의 1~4번 트랙은 곡마다 제각기 다른 재즈풍의 솔로 연주가 들어있는, 조금 더 본격적인 재즈적 터치를 기반으로 한 사이드이다.
반면 Side B는 조금 더 퓨전재즈와 팝 발라드에 가깝다. 그나마 인지도 있는 트랙 ‘종원에게’는 아들 이종원과의 대화로 이루어진 Interlude 격 트랙 ‘Intro’에서부터 빌드업해나가기에 “이 트랙이 아들에 대한 이야기구나”라는 것을 알기 쉽게 해 주며 그 감동 포인트를 효율적으로 극대화할 수 있었다. 장기호가 ‘그대 사랑하는 맘’은 역시 블루지한 발라드 곡으로, 블루스 진행에 충실한 기타 솔로는 세션이 ‘신촌블루스’을 비롯한 엄인호 사단으로 활동한 조준형이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절로 납득이 된다. Chorus 막바지 ‘그대 사랑하는 맘 그 누구도 모르지 ~’의 진행은 전형적인 빛과 소금의 진행이며, 가사 전체적으로 ‘~했어’ ‘~지’의 반복됨은 비슷한 시기 발매된 빛과 소금의 ‘그대에게 띄우는 편지’를 떠오르게 한다.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네’는 정통 재즈팝이라기보다는 신디사이저의 운용, 리드미컬한 베이스 라인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조금 더 퓨전 재즈와 AOR의 사이 (소위 말하는 시티팝)에 가깝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트랙 ‘침묵 속의 나’는 첫 트랙 ‘오래된 사진처럼’의 대구처럼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고풍스러운 분위기, 스트링의 활용적인 면에서 그런데, 앨범의 시작과 끝을 비슷한 감성의 트랙으로 장식한 것이 의도가 아닐까 싶다. 다만 어쿠스틱 피아노가 아닌 Rhodes 피아노를 활용했다는 점, 기타 솔로가 조금 더 전면에 등장한다는 점에서 역시 동시에 ‘내 곁에 있으면 좋겠네’의 퓨전 재즈적 요소를 이어받는다. 마지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경쾌한 건반 솔로와 세션 앙상블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가끔 수록곡에서 재즈가 섞인 곡을 시도하는 경우는 (앞서 언급했듯) 종종 있었다지만 이렇게 앨범의 모든 곡을 재즈 사운드로 채워 넣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나마 발라드에 가까운 트랙 ‘종원에게’ 역시 김현철이 만든 만큼 K-발라드와는 거리가 멀다. 물론 이런 곡을 시도했음에는 그 당시를 수놓은 사실상 ‘재즈팝 올스타’ 세션들이 출동했기 때문임은 당연하다.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 아니었을까? 그렇지만 이렇게 네임밸류 높고 개성 강한 그들의 음악을 유기성 있게 배치했다는 점 (Side A와 Side B의 장르적 밸런스)이나 기존 음악과 전혀 다른 장르였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게 보컬을 소화했다는 점은 분명히 이 앨범이 그저 그런 앨범이 아니었음을 나타내는 부분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문세 특유의 감성도 여전히 녹아있다.
그렇게 이 앨범은 앨범 단위로 들어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명반’이 돼었음과 동시에 8090 재즈팝 아티스트들의 재능을 한데 모은 훌륭한 ‘컴필레이션’ 앨범이 되었다. 이문세였기에 가능한 결과물이었다.
다시 이문세의 전체 커리어로 돌아가보면, 결과적으로 이 앨범은 ‘실패한 앨범’에 가깝다. 대중적으로도 성공하지 못했기도 하며 그렇다고 장르 음악의 팬들 (더불어 김현철, 장기호를 비롯한 ‘한국 시티팝’의 팬들)이 다시 찾는 음악도 아니다. 결국 이문세도 차기작인 9집에선 이영훈과 다시 손을 잡게 되고 만다. 앨범 제목부터 [95‘ Stage with composer Lee Younghun] 임을 미루어 볼 때 다시 이영훈과 같이 했음을 전면 어필하고자 했음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성적은 여전히 좋지 않았고, 그 후에 나온 앨범이 바로 이문세 마지막 메가히트곡 '조조할인'이 수록된 10집 [花舞]인데, 이 앨범과 11집 [Sometimes]은 이영훈은 다시 1곡씩만 참여했고, (그마저도 다 기존 곡의 리메이크이다.) 자화상의 나원주, 정지찬을 포함해 김현철, 조규만, 유희열, 김형석, 정재형, 정원영, 조규찬 등이 참여한 앨범이다.
이런 면에서 봤을 때 이 8집은 이문세의 한계를 넓혀준 앨범으로도 의의가 있을 것이다. 만약 이문세가 커리어 대부분을 이영훈이랑만 작업해 왔다면, 분명 몇몇 사람들에게서 '이영훈 빨'이라는 오명과 모함을 들었을 것이다. 물론 실제로 8집은 상업적으로는 아쉬운 성적을 거뒀지만 '조조할인'의 대 히트는 그러한 부분을 상당수 무마시켜 준다. 8집을 시작으로 이문세는 다른 젊은 작곡가와 작업해도 여전히 성공할 수 있음을, 그리고 충분히 잘 소화할 수 있음을 증명해 냈다. 그때의 경험이 밑거름 됐기에 2015년 15집의 '봄바람'이 히트할 수 있었고 16년의 [Between Us] 앨범이 여전히 젊은 청자들에게도 파급력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11집 이전까지 이문세가 작사에 참여한 유일한 앨범이 바로 8집이기도 하다. 즉 8집은 포스트-이영훈 시대를 제시한 첫 앨범이라는 데에도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이문세 8집 [오래된 사진처럼]은
1. 처음으로 이문세가 이영훈의 곁을 떠나 본인이 스스로 작사에 참여하고, 김현철을 비롯한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작업한 ‘포스트-이영훈’으로서 첫발을 내디딘 작품
2. 그러면서도 8090년대의 젊고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을 모두 모았기에 그 시대 감성이 담긴 일종의 ‘올스타 컴필레이션’ 격이 되는 작품
3. 그와 동시에 이문세의 보컬적 재능이 여과 없이 들어간, 또한 유기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각기 개성 있는 명곡들이 수록된 훌륭한 ‘명반’
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이 아직까지 대중들에게 언급되지 않다는 사실은 실로 안타깝다. 김현철과 장기호를 비롯한 8090의 시티팝이 다시 리스너들의 이목을 받는 지금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이 앨범은 이 기획물의 제목. ‘숨겨진 소름 돋는 명반’에 가장 부합할 것이다. 부족한 점을 찾으려 해도 도저히 찾기 힘들다. 그나마 하나 찾자면 대중들이 열광할만한 타이틀 곡의 부재 정도일까. 상업적으로 어필할만한 이지리스닝 곡 하나만 있었어도 이 앨범의 평과는 지금과 정반대였으리라고 나는 강하게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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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세 13집 '기억이란…' 발표 | 중앙일보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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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tKPc0GnUB5g?t=140
By 베실베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