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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Jun 19. 2023

차트에서 사라진 신인 보이그룹들

왜  K-POP 신인 남돌은 유명해지지 않을까?

2023년 현재 K-POP 그룹이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BTS, 세븐틴, 스트레이 키즈,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 기존의 케이팝 그룹과 더불어 뉴진스, 피프티 피프티 같은 신예 걸그룹도 글로벌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흥하는 것처럼 보이는 K-POP 시장에서 이상하게 느껴지는 현상이 있다. 바로 신인 보이그룹의 부진이다. 아이브, 뉴진스, 르세라핌 등의 걸그룹처럼 데뷔와 동시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각종 콘텐츠에 얼굴을 내비치며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든다던가, 하다못해 곡이 떠서 입소문을 타는 신인 보이그룹조차 몇년 동안 전혀 없다고 말해도 무방하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데뷔하는 그룹이 적은 것도 아니다. P1Harmony, Treasure, TO1, DRIPPIN, 오메가엑스, 더뉴식스 등등 신인 보이그룹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대체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 걸까. 인지도가 없는데 수익은 어떻게 발생할까. 이러한 질문에 정확하진 않지만 추측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아보고자 한다.




보이그룹 시장의 지금과 같은 현상은 시장과 매체의 변화에 따라 엔터테인먼트 회사 전략도 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 내용에 대해 살펴보겠다.


첫 번째로 현재 시장의 특성을 살펴보자. 보이그룹 시장은 아직도 그 중심에 BTS가 있다. K-POP 글로벌 시장을 연 그룹인 만큼 그들의 영향력은 지금까지, 어쩌면 앞으로 몇 년은 더 유효할 예정이다. 아미(A.R.M.Y)로 대표되는 K-POP 보이그룹 시장 소비자의 특징은 걸그룹 시장보다 더 충성도가 높고, 소비를 아끼지 않는다는 것인데, 무엇보다 그 규모가 전 세계로 넓어졌다는 것이 주목할 포인트다.


이것을 보여줄 통계를 나무위키에서 가져왔다. 한국 가수 음반 초동 집계에 따르면 적어도 2018년부터 BTS의 앨범 판매량은 100만 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이는 한국 음반 시장의 물꼬를 튼 사건이라고 말해도 좋다. 이후 나온 앨범들이 200만 장, 300만 장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는 것과 더불어 세븐틴, NCT 같은 후배 그룹들 역시 100만 장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게 된다.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음반 판매 시장이 커지고 기획사들이 음반 판매에 집중하다 보니 이전처럼 차트, 인지도, 대중성에 신경 쓰는 비중이 적어졌다. 대신 앨범을 구입해 줄 팬덤만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으로 K-POP 보이그룹의 활동이 변화했다. 그러한 변화로 국내 인지도가 전혀 없다고 느껴지는 보이그룹인데도 불구하고 해외 공연을 하는 경우가 흔해졌다. 이는 거칠게 표현하자면 BTS가 만든 시장의 낙수효과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BTS는 시장을 확대시켰지만 동시에 (본의 아니게) 위축시키기도 했다. BTS라는 거대한 수익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회사들은 도전적인 기획과 마케팅을 실행하기에 주저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BTS 이후의 보이그룹들은 어떻게 해도 선배를 넘어설 수 없는 판이 형성되어 버린 것이다. 


두 번째로 매체의 특성을 살펴보자. TV에서 유튜브 웹예능으로 주류 매체가 이동하면서 콘텐츠 소비에 있어 시청자의 능동성이 대폭 상승했다. 다시 말해 시청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만 골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TV 중심이었던 시기에는 방송국 즉 프로그램 생산자가 시청자에게 편성표를 제공하는 입장으로서 보다 우위에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수많은 개인 채널들이 있어 동시 다발적으로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꼭 당장 시청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이러한 소비자의 능동성 향상도 결과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기획사의 전략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전 세대에게 친숙한 높은 인지도를 쌓는 것보다 음반을 소비해 줄 작지만 확고한 팬덤 형성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스트레이 키즈의 자체 콘텐츠, 매회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렇듯 음반 판매 수익을 공략하는 팬덤 중심의 마케팅 기획이 시장의 지배적인 흐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최근 보이그룹들은 대중들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것에 대해 나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모델로 판단한 이 전략을 밀고 나가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당장 JYP도 어느 시점부터는 모든 아티스트들의 마케팅 방식을 그렇게 바꿨다. 트와이스, 스트레이 키즈, ITZY, NMIXX 등의 아티스트들의 국내 인지도 상승에 목매지 않고 팬덤을 위한 자체 콘텐츠와 글로벌 콘서트 통해 수익을 얻는다는 말이다. 그 결과 멜론 차트를 통해 보여지는 음원 성적은 비교적 저조해보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유의미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출처. 아시아경제


그렇지만 모든 회사가 JYP처럼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 엔터테인먼트이기 때문에 이러한 전략을 통해서도 트와이스, 스트레이 키즈 같은 그룹을 세계적인 인기와 사랑을 받는 그룹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것이지 자본과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 기획사들에게 그러한 성과는 현실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중소 기획사의 보이그룹은 내수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수출품 취급을 당하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보이그룹의 인지도 하락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전망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일단 보이그룹의 저조해보이는 인기 탓에 재능있는 남성 아이돌 지망생의 수가 적어질 수 있다. 이는 곧 다음 세대의 보이그룹의 공급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적어진 보이그룹의 수만큼 시장의 규모가 작아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질적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 가요계의 다양성과 신선함이 크게 저하되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기획사가 그룹의 재능있는 멤버들을 팬덤 바깥으로까지 소개시키지 못한다면 지드래곤, 태양, 박재범, 지코 같은 보이그룹 출신 아티스트의 출연 가능성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재능의 출연은 개인의 기량뿐만 아니라 뒷받쳐주는 환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남녀노소 누구나에게 사랑받는 국민 그룹의 탄생이 어려워졌다. 원더걸스, 소녀시대, 빅뱅, 슈퍼주니어 같은 국민 아이돌 시대는 이미 옛날이야기다. 하지만 작년 2022년 등장한 아이브, 르세라핌, 뉴진스의 인기는 오랜만에 느끼는 ‘국민 아이돌’의 바이브였다. 이 기운을 받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신인 보이그룹의 등장을 기대해 보게 된다. 이미 데뷔한 하이브 산하 레이블 KOZ의 보이넥스트도어에 이어 보이즈플래닛의 데뷔조 ZEROBASEONE, SM에서 데뷔 예정되어 있는 보이그룹, JYP에서 데뷔 예정인 라우드(SBS) 데뷔조 등이 2023년 하반기를 어떻게 꾸며줄지 궁금하다. 이어 빅히트와 어도어에서도 신인 보이그룹 멤버 오디션을 진행했다고 하니 이 역시도 K-POP 보이그룹 시장에 기대를 놓을 수 없는 이유가 된다. 


다시 말하지만 현재의 시장 흐름에 대해 무조건 나쁘게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산업과 대중음악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더 보이그룹의 인지도와 음악 홍보에 힘쓸 필요가 있다.





By 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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