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읽고 글쓰기_통역사

이소영_래빗홀

by 고미

- 자신이 가지고 있던 청춘의 기억도 싸구려로 팔려나간 것 같았다.

- 도화의 마음은 이미 엉켜버린 실뭉치 같았다. 사실 몇 가닥 더 엉킨다고 달라질 건 없었다.

- 솔직한 사람은 솔직한 자신에게 속는다

- 보라색 나비를 쫓아다니며 도화는 자신이 살아가는 곳이 궁금해지고 있었다.

- 자신의 불행에 집착하는 동안 옆을 볼 힘을 잃었는지 모른다.

- 보라색 나비를 쫒다 만난 건, 그 무엇보다 마주하기 싫었던 자기 자신이었다.

- 폐쇄적인 조사 방식으로 나온 계측값이 데이터에 저장되고, 문서로 뱉어진다.




한국어 책을 쉽게 찾을 수 없는 이곳에서

친구가 알려준 E-book사이트는 나에게 아주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E-book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달리 방도가 없기 때문에 세상의 발전에 감사해하고 있다.


습관처럼, 무엇에 쫓기는 것처럼

혹은 중독된 것처럼

강박적으로 다음에 읽을 책을 찾다가 발견했다.


베스트셀러가 아닌 숨어있는 다른 좋은 책을 찾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언젠가 겁 없이 구매했다가 10페이지 만에 덮어버린 책을 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조용히 들어간 소설 추천 페이지에서 이 책을 만났다.


"살인사건 용의자가 된 네팔의 여신" 이라는 문구는 나의 흥미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다.

과학적으로 혹은 이성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신과 영적인 세계 그리고 살인사건을 쫒는 추리극이라니. 저 짧은 문장 하나에 내 도파민이 반응했다.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이 책의 주인공인 도화와

이 책 속 세상 사건의 주인공인 차미바트,

이 두 주인공들은 네팔이라는 매개체로 깊게 얽혀 사실상 차미바트는 직접적으로는 자주 등장하지 않지만 도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거론된다. 어쩌면 차미바트는 여신이며 도화가 여신과 독자를 잇거나 혹은 네팔과 한국을 잇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이 책은 나의 흥미를 자극시키는 주제들만 단순히 다루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인지되지 않는 주제인 외국인들의 삶을 어느 정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다. 어쩌면 이것도 내가 요즘 한국에서 일어나는 인종차별에 관심이 많아서 그렇게 보인 것일 수도. 다른 사람들은 나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이렇게 보면 참 신기하다.

같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하는데도 사람마다 각각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르게 반응한다는 것이.


여러 영화 시나리오를 썼던 작가답게 이야기는 이미지화시키기 쉬운 글들의 연속이었고, 전개와 속도가 거침이 없었다. 마무리 마저 영화의 엔딩 같았다.

보통 차분히 책을 읽는 편인데, 이 책을 읽을 때에는 호들갑을 좀 떨면서 읽었던 것 같다. 아니.. 사실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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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호들갑의 흔적들


책을 도파민 충전용으로 보는 나에게는 정말 자극 그 자체인 책이었다. 스토리며 전개며, 문장에 쓰인 메타포들 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나를 즐겁게 했다. 책을 읽기 시작한 날과 완독 한 날은 일수로 4일이지만 두 번 정도 책을 폈었고, 그날은 몇 시간이고 글이 날 놓아주지 않아서 사실 거의 4-5시간 만에 다 읽은 것과 다름이 없었다.


흡입력이 좋고 잘 읽히는 책을 읽으면 책에 푸욱 담겨졌다가 나온 느낌을 받는데, 얼마 전에 읽었던 환상서점보다 더, 정유정 작가의 28일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책 속 세상에 살다가 나온 느낌이었다.

책을 끝내고 나서 현실로 빠져나오는데 시간이 걸릴 정도로.


한국인으로서 읽는 한국 소설은 단어로 놀이를 하는 문장들과, 문화적 배경 그리고 표현들을 내 온 삶을 이용해 깊이 즐길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편날: 2026년 1월 8일

닫은날: 2026년 1월 13일


프랑스, 툴루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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