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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개똥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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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hem Aug 13. 2023

어둠에 가려진 보고 싶지 않았던 것

수개월만에 침실에 불을 켜보았다  

어느 날 침실 위 천장등이 수명이 다해 켜지지 않았다.

불을 원래도 잘 안 켜긴 했으니 불편함은 없었다.

그렇게 지내기를 거의 5~6개월...? 사실 기억도 안 난다. 마침 화장실 전구도 수명을 다해 전등을 사러 가는 김에 침실의 등도 달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날따라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생각나는 대로 바로바로 움직여졌다. 근처 전구가게로 총총 걸어가 전구를 두 개 사서 화장실 등을 먼저 갈아주었다.


다음 침실에 등을 갈고 불을 켜는 순간 나는 한마디 내뱉었다.

“으악! 방이 이게 뭐야!”

수개월만에 침실등을 켰더니 여기저기 난잡한 부분이 보였다. 쓰지 않고 쟁여둔 묵은 물건, 먼지, 옷등 정리가 시급했다.


우선 쓰지 않고 쟁여놓는 물건들과 먼지부터 정리를 시작하였다. 필요 없는 것을 추려 거실로 싹 꺼내었다. 높은 곳의 먼지를 털어내고 바닥을 1차로 치웠다.

그러고 나니 방의 구조가 맘에 들지 않았다.

필요 없는 큰 가구도 너무 많아 방에 여유가 없었다.

큰 가구를 빼고, 쓸데없이 쌓아둔 잡동사니를 정리하다 보니 요즘 내 마음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일을 겪고, 굳이 가지고 있지 않아도 되는 감정과 기억을 차곡차곡 테트리스처럼 검은 박스에 꽉꽉 눌러 담아 무엇이라도 되는 것 마냥 자리를 만들어두었다.

가끔 꺼내어 정리를 하지만 버리는 건 1/10도 안된다.

항상 ‘오늘은 다 버릴 거야!’라고 마음먹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선뜻 버려지지 않는다.

언제쯤 저것들을 다 처리하나...

또 미련이 남아 다시 잡동사니를 포개어 넣어둔다.

언젠간 속 시원하게 버릴 날이 오겠지.


다시 방 밖으로 나가 불을 켜보았다.

그래도 정리가 된 방을 보니 무엇이든 시작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집은 마음의 거울이라 했던가?

쉬면서 여유를 가지니 보이는 것들이 있다.

바로 생활에 투영되는 나 자신이다. 나는 정말 나를 지켜주지 않았구나... 아껴주지 않았구나...

내 손으로 머리에 꿀밤을 먹여도, 뺨을 후려쳐도 모자라다.


정신 차리자.

어둠으로 눈을 가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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