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소설 / 22.08.20 (토)
어느 날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여니 원룸 한가운데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다소곳하게 앉아 있었다. 눈동자를 제외하곤 온통 윤기 있는 새까만 털로 뒤덮인 고양이와 한참을 서로 응시했다. 너무 자연스레 제 집처럼 앉아있었던 지라 내가 원래는 고양이를 키우는 중인데 출근길 어딘가에 머리를 강하게 부딪쳐 일시적인 기억상실이라도 생겨 사랑스러운 내 검은 나비를 잠시 잊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난 더 이상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다.
당황감에 앞서 궁금증이 컸지만 일단 옷부터 갈아입고 생각하려는 찰나 검은 나비가 입을 열었다.
"묻고 싶은 건 많겠지만 일단 나를 키워."
다소 강압적인 어투였다.
고양이가 말을 한다는 사실에 놀라야 하는 게 먼저인데 가래 끓는 중년 아저씨의 목소리가 더 신경 쓰였다.
난 갈아입으려던 옷을 내려 놓고 조용히 현관문을 연 뒤 오른팔을 쭉 뻗어 검지 손가락으로 문 바깥을 가리켰다. 고양이는 무언가 더 말하려 입술을 움찔거리다 이내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짓는가 싶더니 금세 무표정으로 바뀌어 현관문 밖으로 어슬렁 걸어 나갔다.
고양이가 나간 후 옷을 갈아입고 컴퓨터를 켠 뒤 구독 중인 유튜브 고양이 채널에서 영상을 하나 골라 틀었다.
확실히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더 이상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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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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