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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팡이꽃 Mar 17. 2017

밥은 먹고 다니냥?

<인생 그냥저냥> #01 남이섬




#01. 밥은 먹고 다니냥?


2013년 10월 남이섬 선착장에서 만난 이 친구는 무얼 찾는 것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지내는 곳이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라 그런지 우릴 보고 경계도 하지 않을뿐더러 넉살 좋게 다리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일단 이 친구를 '이섬'이라고 부르자. 일행 중 한 명이 상비하던 가방 안 사료를 한 주먹 정도 이섬이에게 나눠줬다. 그다지 허기져 보이지 않았는데, 게눈 감추듯 사료를 먹어 치운다. 그리고 우리가 남이섬으로 들어가는 배를 타기 전까지 머리와 엉덩이를 연신 우리 다리에 비비며 갖은 귀여움 서비스를 제공했다.


'기회가 있을 때 먹을 것.'

아마 이것이 이섬이의 살아가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귀여움을 제공하고, 밥을 얻는다. 혹은 밥을 얻어먹으면, 귀여움을 제공한다. 나라는 놈은 나이를 먹어 갈수록 쓸 데 없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해서 살기 위해 먹는지, 먹기 위해 사는지 모르는 상태가 되어가고 있는데 반해 이섬이의 삶의 방식은 단순, 명쾌하고 목적이 뚜렷했다. 


우리가 돌아간 뒤, 다음 끼니 걱정에 금방 우리를 잊었을 테지만 상관없다. 다만 길고양이의 삶이 그다지 길지 않기에 지금까지 밥은 잘 먹고 잘 지내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오랜 시간 보지 못한 친구의 안부도 궁금하다.


"이섬아. 그리고 친구야. 밥은 먹고 다니냐? 난 그냥저냥 산다."


> 2013년 10월 / 남이섬에서 만난 이섬이




Q. <인생 그냥저냥>은?

A. 일상을 스치는 고양이 친구들을 그림과 한 줄의 글로 기록하는 프로젝트입니다.




■ 자매품-1 <애니멀 아나 뭐> 매거진



■ 자매품-2 <하루 낙서 또 하러 왔어>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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