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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곰 Mar 10. 2019

배소고지 이야기_마지막 작업일지

2018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2019.03.01-10 대학로 예술극장


마지막 이야기


임실에 다녀온 후, 낭독회를 마치고, 세 번의 계절을 지나 올해의 신작에 지원하고 서류에 통과되기까지의 과정은 지난 몇 년간의 기다림이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된 것 같습니다.


3월 6일,

이후 PT에서는 제작과 관련한 날카로운 질문들이 나왔고, 허를 찔려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안되면 어쩔 수 없고, 우리는 우리의 속도로 가자! 고 서로를 독려하면서 기다린 결과, 놀랍게도 쇼케이스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쇼케이스는 어떻게 하는 거래요?"

"20분이래."


우리는 작전이 필요했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가. 세 캐릭터 중 하나를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조명할 것인가, 초반 도입부를 보여줄 것인가.


우리는 순희의 서사를 중심으로 20분 정도로 다시 작품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공연 중 순희의 배소고지 장면은 이때부터 개발된 것입니다.


낭독 때와는 약간 다른 캐스팅으로 쇼케이스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 달도 안 되는 촉박한 준비기간 동안 모든 회의와 연습이 휘몰아쳤습니다.


긴장감 속에서 준비된 쇼케이스를 통해 관객평가단과 심사위원단을 만나게 되었고, 쇼케이스 후 인터뷰는 대나무 뿌리로 얻어맞는 기분이었습니다. 소리는 잘 안 나고 아프기는 무지하게 아픈 게 대나무 뿌리거든요.


하지만 뭔가 더 있는 척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소박한 무대에 모두가 준비한 것을 내놓았습니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가 선택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그러나 프로덕션 내부에서는 어느 때보다 확신을 갖고 어떻게든지 이 작품을 만들어가자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러니 잃은 것이 없다, 그것으로 족하다는 것이었죠.


그리고 5월 10일.

마지막 발표가 떴습니다.

우리는 2019년 봄에 관객을 만날 수 있습니다. 긴 겨울 동안 잘 품어낼 일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시간이 흘렀습니다.


유난히 길었던 2018년 여름, 짧은 가을이 지나고 연습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든 것이 처음인 것처럼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배우진이 일부 교체되고 그간 지적된 부분들을 보완해야 했습니다.

새로운 무대, 음악, 영상과 의상.

새롭게 시도되는 움직임들.

새롭게 맞춰가야 하는 호흡들.


때로 긴 시간 함께 했다는 이유로, 서로를 다 알고 알아주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서로에게 말하지 않아서 갈등하기도 했고, 쏟아낸 말들이 때로는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장면에 대한 해석, 표현의 결 그리고 그 정도, 연습기간도 서로 달랐으니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한다는 것은, 존중하려고 노력한다는 것까지도 인정하는 일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끝까지 대화를 해내는 일, 서로의 존중을 위해 노력하는 일.

그 모든 순간을 거쳐

그 모든 시도를 거쳐

드디어 오늘

마지막 공연 한 회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여전히 뜨겁습니다.

실제의 증언들만큼이나 뜨겁고 치열하게

이 공연에 끝까지 집중하여

더 멀리까지 가보려는

우리가 닿으려는 곳은


아마도 그 여인들의 이야기가

가야 할 곳이겠지요.


찾아주신, 만나주신

그리고 이곳에 오고 계신

모든 관객 여러분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긴 여정은

이것이 끝이 아니겠지요.


긴 글을 함께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극장에서 만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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