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맨션 몇 층에 살고 있나요

드라마 <장미맨션>

by Gomsk


장미맨션은 '시야'에 대한 드라마다. 일그러진 마음과 어긋난 사랑을 내내 지켜보는 시선이 있다. 권력자의 시야는 높아서, 지상을 걷고 뛰고 눈물 흘리는 사람의 모든 일상을 한눈에 파악한다. 주인공 가족의 집보다 스토커의 시선은 높다. 그리고 재개발이 정해진 대단지 아파트 장미맨션에는 높은 전망을 가지고 싶은 욕망이 몰린다.


극 중에 긴장이 가장 고조된 장면은 장 형사(정웅인 분)와 송지나(임지연 분)가 대치할 때다. 지나는 억울함인지 정곡을 찔렸으나 물러날 수 없는 것인지 표정을 해석할 수 없다. 장 형사의 "나는 확신하고 있어요."는 현상을 꿰뚫는 직감을 보여준다. 두 사람은 야생동물 같다. 박민수 경장(윤균상 분)의 로맨스 또한 섬뜩함과 극진함 모두 느낄 수 있다. 흐트러진 눈빛은 무서운데 안쓰러운 모순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어떤 시선으로 사건을 해석할 것인가?


이우혁(조달환 분)은 신혼부부를 살해한 범죄자이고 7년 복역 후 세상에 되돌려 보내졌다. 그는 자기 집이 있어도 집에서 살지 못한다. 주차장 한편 캠핑카에서 낮은 시야를 가지고 살고 있다. 그래서 그보다 시야가 넓은 사람에게 휘둘린다. 그는 '사랑은 모든 것을 정복한다'는 말을 되뇌고 투신하는데, 비 오는 날 수문이 열린 댐 위에서 생애 가장 반듯한 모습으로 세상을 떠난다. 코마 상태로 들어간 것은 이 세상과 연결을 끊은 것과 다름없으니까.


이우혁의 범죄는 일상을 파고들었기 때문에 불편하고 끔찍한데, 감독이 원했던 연출은 더 수위가 높았을 것 같다. 침실에서 살인이 일어나고 장미맨션에 살고 있는 사람들 모습이 나오면 더 극단적이었을 것이다. 이불속은 안전하다 믿고 있는데 그 안에서 귀신의 머리가 나를 응시할 때 소름 끼치는 것과 같다. 지극히 내밀한 공간에 타인이 현관문을 열고 침범하는 공포.


인생을 어떤 시야에서 바라볼 것인가.


시야가 좁은 이를 이용하는 사람도 더 높은 곳에서 장미맨션을 내려다보는 이에게 '소비' 된다. 찰리 엄마(정애리 분)가 오르고 싶었던 그 '바벨탑'에서 세상을 보는 자의 시선은 냉정하다. 식물은 뿌리내릴 자리를 탓하지 않고 자란다. 썩은 부분을 잘라내면 다시 싱싱한 생명력이 돋아나면서. 그러나 인간은 어떠한가? 삶의 한 부분을 도려내는 것이 가능한가. 장전된 실탄은 묻는다. 탑처럼 쌓인 삶을 안고 살 수 없다면 종결하는 수밖에 없다는 듯이.


화초를 키우는 섬세한 손길을 가진 사람이라면, 가까운 이에게 살가운 정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악마 같은 마음이 매일 찾아오더라도, 밝음을 향해 가지를 뻗으며 시야를 넓혀요. 생을 놓지 말아요




+장미맨션을 보고 떠오른 질문 1,2,3


1. 극 전체에 흐르는 기이한 느낌을 끝까지 끌고 간 캐릭터는 '숙자'(이미도 분). 그녀의 지성은 어떤 모양일까? 높은 곳과 낮은 곳을 오가는 사람. 등관작루 편에서 한시를 읊는 장면이 인상적.


2. 박민수의 어머니는 남편을 피해 살다 보니 외딴집에 살았던 것 같다. 폭력의 재생산과 확장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슬프다. 그래서 더욱 아깝고 강하게 드는 의문. 체격 좋고 건장한 민수는 잘 맞는 직업을 찾았는데 왜 자멸하는 길을 걷게 되었을까? 사람은 누구나 다면적이라는, <장미맨션>의 입체적인 캐릭터 묘사 덕분에 매회 빨려 들어가 듯 보았다. 그러나 민수의 변명은 목숨을 대가로 치른다 해도 힘이 빠진다. 어둠은 유혹적이다. 그래도 범죄와 미학이 함께 하는 건 그만보고 싶다.


3. 박형식(손병호 분)은 큰 딸을 편애했다. 베란다에 홀로 나와있는 둘째 딸 지나가 어떤 마음이든, 그는 명석한 딸 지현과 바둑책을 한 손에 들고, 바둑의 수에 대해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막내인 외아들 지석은 재개발된 <장미맨션>을 물려받아 평탄하게 잘 살 것 같다. 그는 이 음산한 스토리와 누나들의 싸움, 범죄 그 모든 것과 연관이 없고 영향도 받지 않는다. 형제자매는 가장 멀고 먼 타인이 아닐까? 자매의 전투신(?)을 서정적으로 연출한 점이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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