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들여 완성하는 요리처럼 나를 들여다보다
일본영화 <리틀포레스트> 시리즈는 심야식당 오프닝처럼, 보고 있으면 노곤해진다. 내가 내 기분을 알아줘야 할 때 필요하다. 일본 드라마와 영화를 보면 여름을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이 많다. 여름날 흘린 땀만큼 속이 여물고 열기가 가신 가을이 오면 맺는다. 그리고 <리틀포레스트>에는 계절별로 음식 만드는 과정이 찬찬히 나온다. 나는 이 영화를 주기적으로 반복한다. 왜 좋아할까, 오늘 그 느낌을 적는다.
리틀포레스트는 내면을 차근차근 들여다보는 영화다. 이 작은 숲은 나의 마음이다. 작게 우거진 그 숲은 나 자신도 살포시 조심스럽게 열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정성을 들여 완성하는 요리처럼, 나라는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서 생긴 결 따라 살펴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다시 만든 <리틀포레스트>에서 마음에 든 인물은 문소리 씨가 연기한 엄마다. 일본판에서 영화 분위기를 좌우한 사람도 '엄마'였는데, 그녀는 배추흰나비가 나풀거리며 다가오자 망설임 없이 손뼉을 쳐서 죽인다. 몇몇 사람들이 타고 있던 버스 안은 일순 정적이 흐르고, 시골길을 덜컹거리며 달리는 버스 바퀴 소음만 한동안 흘렀을 듯. 문소리 씨는 그 미묘한 느낌의 시니컬하고 예민한 캐릭터를 정말 훌륭하게 표현했다. 일본판 배우에게서 느낀 아우라를 고스란히 지닌, 한국 어딘가에 살고 있을 여성 같았다. 새빨간 토마토 꼭지를 밭에 도로 던질 때 말끝이 살짝 올라간 새침한 목소리와 그 표정! 정말 탁월한 연기다.
<리틀포레스트> 영화를 사랑하게 되는 이유는, 가족관계 중에서도 가장 끈끈할 것 같은 모녀를 등장시키고 그 관계마저 단칼에 끊어놓는 단호함에 끌리기 때문이다. 십 대 딸을 두고 제 갈길을 간 엄마라니, 비난을 지게에 지고 떠나더라도 그 무게를 감수하고 그녀는 떠난다. 그리고 처마에 매단 단감이 말라가던 가을이 겨울로 넘어갈 무렵, 딸에게 편지를 보낸다. 딸은 엄마의 레시피를 하나씩 요리하고 변주하면서 어른이 된다. 그 맛은 어떤 맛이었을까? 영화를 다시 음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