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마스터 장혁, 영화 <검객>
검객 태율(장혁 분)은 소년 시절 광해를 만났다. 왕은 태율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검술에 탄복하고 태율은 자신의 진가를 알아본 광해를 주군으로 모신다. 이후 왕이 폐위되자 태율은 왕의 선홍빛 옷고름을 간직하여 딸처럼 보살피는 태옥의 댕기로 드려주었고 광해가 이름으로 부를 만큼 가까웠던 민승호는 단번에 그 댕기를 알아본다. 그것은 무관인 자신의 신념과 어긋나자 칼을 겨눴던 주군 그 자체이다.
민승호(정만식 분)의 검술은 저울에 정확히 계량한 듯하고 감정은 무겁게 절제되어 있다. 곧은 시선이 땅을 향해 흩어졌을 때 그는 대나무처럼 꺾여 버린다. 태율은 휘발될 정도로 날렵한 느낌으로 검을 쓰며 정형화되지 않은 검술은 예측 불가하다. 시력을 잃어가는 눈은 세상 어느 곳에도 시선을 두지 않는다. 두 사람은 상반된 기운을 가지고 있지만 오히려 그들의 대결은 조화롭고 아름답다.
청나라에서 온 구루타이(조 타슬림)는 낮은 목소리로 위세를 과시하며 말 위에서 내려다보는 높은 시선으로 조선을 압도한다. 힘없는 백성은 고개를 조아려 시선을 떨구고 태율은 그 모든 상황을 비켜가듯 시선을 흐린다. 구루타이는 검으로 겨루기에 집착하는데 그 또한 그가 가진 권력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태율은 찌르고 베는 검 자체이기에 이국의 권력자보다 야만적이고 무자비하며 변칙적이다.
영화 <동방불패>에서 임아행은 모닥불을 지피고 마주한 영호충에게 일갈한다. "세상이 인생이 강호인 것을 인간이 어찌 강호를 떠날 수 있겠는가." 영호충은 배를 타고 떠나지만 검객 태율은 세상을 다시 보고 싶어 한다. 검의 날이 아닌 그의 신념이 세상을 향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