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육아에 담긴 단순한 진실

샤를리즈 테론, <툴리>

by Gomsk
디카페인도 카페인 들어있는 거 알고 있지만 그거라도 붙잡고.


샤를리즈 테론 주연 영화 <몬스터>는 포스터만으로도 보는 이를 압도하죠. 살아있는 바비인형 같은 미녀가 캐릭터를 위해 바꾼 영화 속 외모는 그녀의 만만치 않은 아우라를 이미지 한 컷에 쓸어 담고 있습니다.

키 큰 서양 엄마는 발육 좋은 곱슬머리 아이를 가뿐히 한 팔로 안을 만큼 육아도 여유로울 것 같다는 편견이 영화 <툴리>에서 샤를리즈 테론이 등장하자마자 와장창 깨져 버립니다.


가난하면 힘들고 부유하면 모든 게 수월할 것 같지만 사람이 행복의 조건으로 보는 돈은 한계치가 있지요. 생계가 곤란하지 않지만 여유롭지는 않을 보통 가정에서 전쟁처럼 이뤄지는 일상, 드러나지 않는 우울이 켜켜이 쌓이기 쉬운 공간에 ‘격리’된 엄마 마를로는 밤 시간 육아를 도와줄 보모 ‘툴리’를 만나게 돼요.

모유수유 중인 산모의 넉다운된 모습을 열연한 샤를리즈 테론 씨.


요정처럼 나타난 젊은 아가씨, 툴리는 마치 고딕 시대에서 소환된 듯한 화장에 자유로운 바람을 싣고 등장합니다. 갓난아기가 잠든 후 잠깐 자유로운 한밤 중에 유축하며 멍한 눈으로 에로물을 시청하곤 했던 마를로는 툴리와 마음속에 쌓아 둔 진심을 나누고 제대로 잠드는 휴식을 가져요.


육아가 힘든 것은 육체 피로뿐만 아니라 공감 어린 대화가 부재하기 때문일 거예요. 마를로의 모든 얘기를 경청하고 꼭 필요한 도움을 주는 툴리. 아침이 되면 달라져 있을 거라며 아기에게 굿 나잇 키스를 부탁하지요. 어른이 된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속삭이면서요. 밤 사이에 자라 있을 거라고.


상그리아를 마시면 마법이 일어난다. 미녀와 함께라면 더.



한 잔 술과 함께 하는 밤은 내면에 가라앉은 얘기를 드러내는 말랑말랑한 마법이 통하는 틈새 시간이죠. 마를로는 툴리와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회전목마 앞 '벤치'같았던 남편을 향한 변함없는 애정 또한 확인하게 됩니다.


엉킨 리듬을 일거에 해소하려는 듯 마를로는 툴리와 함께 뉴욕 시내로 즉흥적으로 외출해요. 자유로웠던 과거를 되짚어간 일탈에서 제자리로 돌아온 새벽, ‘엄마’ 마를로는 진실을 마주합니다. 꼭 만나야 했던 툴리와의 인연과 갑작스런 이별을. 마를로의 눈빛은 차분하게 깊어지고 둘째아이와 평소처럼 마주한 '오늘' 반짝이는 극적인 소통이 일어나지요. 그리고 배우자와 나란히 평소와 같은 듯 다른 일상을 이어가요.


그녀가 받아들인 삶의 진실, 해야만 하는 일의 반복.


첫째 딸과 함께 노래하며 온전히 자신에게 몰입한 모습


육아는 아름답지 않아요. 반드시 치러야 할 대가를 끊임없이 지불하며 제자리를 걷는 듯한 지난한 시간을 통과해야 하죠. 삶의 위험지대에서 툴리의 도움으로.. 스스로 구원한 마를로는 생기를 되찾습니다. 그녀만의 삶의 리듬을 찾아낸 마를로는 더 이상 위태로워 보이지 않습니다. 밝아진 그녀를 사진 찍던 올케가 말하지요.

"She seems... really awake!"



낮이 짧은 별, 지구에 사는 우리. 목성은 낮이 더 짧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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