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여 오라! <그 여름 조용한 바다>

꿈을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청춘 이야기

by Gomsk

인생의 파도를 견디는 모든 이를 위하여! 기타노 타케시 감독 <그 여름 조용한 바다>


성공한 사람은 모두가 기억하고 그 시작을 돌이켜 축복하지만 정작 성장이 이뤄지는 지난한 시기를 눈여겨보는 이는 드뭅니다. 수많은 연습, 외로움 끝에 세상으로 나간 청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매일 쓰레기를 수거해서 차량에 올라 텅 빈 눈으로 세상을 보던 주인공 시게루는 해변에 버려진 서핑 보드를 발견하게 됩니다. 서핑보드는 앞코가 부러져 쓸 수 없는 상태였지만 타고 가던 트럭을 멈추고 뒤돌아 뛰어갑니다. 꿈을 발견한 자의 갈급한 발걸음.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시게루. 또래 동네 청년들은 그에게 장난이라며 돌을 던지는 것도 서슴지 않지만 그런 박해(?)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시게루는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전진합니다. 흐릿하게 안개 낀 바다에서 보장되지 않는 미래와 같은 파도를 맞으러.

정성스레 보드를 수선해서 바다에 나가는 시게루를 보고 동네 청년들은 평소처럼 시게루를 만만하게 여겨 서핑하는 모습마저 비웃는데요. 결국 시게루의 끊임없는 연습을 보고 동화되어 자기들도 서핑보드를 구입하게 이릅니다. 꿈을 품은 사람은 긍정의 에너지를 뿜게 되는 모양입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는 현실은 더 암담해 보이지요. 연습으로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지만 시게루는 주워온 보드로 연습했고 그나마 손수 수선한 보드가 부러졌으며 월급을 털어 마련한 새 보드는 바가지까지 쓰고 비싸게 구입했죠. 체온 유지에 필수인 잠수복도 없습니다.


계속 밀려오는 파도는 우리가 살면서 맞이하는 여러 사건과 같습니다. 잔잔한 파도, 높은 파도, 거친 파도, 위험한 파도. 꿈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주어진 조건은 초라하지만 꾸준히 연습을 이어가면서 주인공의 실력은 점점 좋아집니다. 마침내 보드를 비싸게 팔았던 서핑 용품 가게 주인이 잠수복을 주기에 이르지요. 서핑 대회에 참가해볼 것을 권하면서요. 프로 보더였던 서핑 용품 가게 주인은 개인 강습해주기에 이릅니다. 주인공의 열정에 이끌린 것이겠지요.


무언가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늘 두려움을 동반하고 귀찮음을 핑계로 물러서고 싶지만 그러한 저항을 이기고 전진하는 사람에게 반응하듯 주변 사람들이 점점 주인공을 돕게 됩니다. 비록 서핑에 몰두하느라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 위기에 이르지만 그는 계속 나아가지요. 마침내 B클래스에서 입상하는 시게루. 그는 곧바로 스페셜급 선수들이 파도 위를 노니는 경기 모습을 보며 눈빛이 조용히 불타오릅니다.


우리나라 90년대 패션을 보듯 레트로 감성의 조용한 영화 <그 여름 조용한 바다> 남녀 주인공은 대사 한마디 없이 눈물로 감정을 드러내고 눈빛으로 화해하며 손짓으로 조용히 이별합니다. 시게루가 연습하던 서핑보드가 먼바다로 떠밀려가는 장면은 히사이시 조 음악과 어우러져 격한 감정을 이끌어내지만 오히려 눈물은 안으로 고여 가슴에 멍을 남깁니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 영화를 이렇게 입문하며, 거장의 생을 바라보는 무정한 시선이 야속합니다.

꿈을 향해 나아가고 도전하는 빛나는 청춘이 하루아침에 매에 뜯겨나간 어린 새처럼 그 찬란함이 꺼질 수 있다고 일러주니 말이죠. 고약한 생의 진면목을 이토록 아름답게 표현하나요. 서늘한 영화 결말을 어쩔 수 없이 머금고 있으면 그 쓴맛에서도 진정성이 느껴지는 모순이 일어납니다.


시게루와 여자 친구는 예전 드라마 <마지막 승부>에 나온 장동건, 심은하 커플이 연상되는 매력적인 분위기가 있습니다. 동네 청년들이 함부로 대하는 시게루지만 배우 피지컬은 모델처럼 멋지거든요.


돌이킬 수 없는 청춘의 아린 기억을 담은 영화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