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귀신이 분노한 이유

전래동화를 읽고 뜨끔했다

by Gomsk

이야기를 좋아하는 소년이 있다. 소년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주머니에 모으고, 결코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소년이 장가가기 전날, 주머니에 갇혀 있던 이야기 귀신들은 소년을 살해할 계획을 짠다. 탐스러운 산딸기로 유혹하거나 맑아 보이는 시원한 샘물을 마시게 해서 독살하고, 그냥 지나친다면 말에서 내릴 때 딛는 짚단에 숨어있다가 찔러 죽이겠다 벼른다. 모든 계획이 실패할 경우 맹독을 품은 실뱀으로 변신하여 신방 부부의 금침 아래 숨어있기로 한다.


사람의 몸에 생기는 병 대부분은 마음에서 온다고 한다. 암세포와 대화할 수 있으면 암도 나을 만큼 몸과 마음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에 나뭇잎 띄워 보내듯 찾아온 영감을 흘려보내면 무의식은 욕망을 탄생시키기 위해 우회적인 방법을 쓴다. 생명을 창조하는 자궁에 생기는 커다란 혹처럼.


상황이 나빠서 원하는 일을 못하고 지금의 내가 되었다고 탓하면, 몸에 생긴 혹은 자기 연민의 결정체다.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은 것이라고 인정했을 때 비로소 뭉쳐진 형태로 나타난 질병을 바로 볼 수 있다. 책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에 등장하는 천사 가브리엘처럼 이야기 귀신들은 소년이 이룰 수 있었던 수많은 기회를 일깨우려 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삭제한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변명을. 소년을 구한 돌쇠처럼 낫으로 두려움을 몽땅 베어내고 주어진 상황 탓을 하지 않겠다. 나는 원하는 것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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