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을 극대화한 여인 : 베르사이유의 흑장미
잔느 바로아는 만화 <베르사이유의 장미>에 등장하는 희대의 사기꾼이다. 그녀는 왕비가 보증을 요청한 것처럼 부유한 사제를 꼬드겨, 1,200억(!) 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가로챈다. 듀바리 부인과 포리냐크 부인에 이어 잔느 바로아까지, 악녀 3인방 덕분에 오스칼은 목숨이 매번 위태롭다. 잔느의 오스칼 괴롭히기는 재판정에서 절정에 이른다. 오스칼이 왕비의 동성 연인이라는 거짓 증언으로 고결한 귀족의 자존심을 한방에 무너뜨린 것. 오스칼은 분노했으나 잔느에 대한 평가는 칭찬에 가깝다. '정말 무서운 여자다... 엉큼하고 대담해. 그리고 정말 용감하다...!'
잔느는 어린 시절 먹을 것이 없어 어머니가 속옷을 팔아야 할 정도로 가난했고 천대받는 신분이었다. 자신이 귀족의 핏줄임을 알고 나서는 부를 거머쥐기 위해 살인도 불사한다. 욕망의 실현을 위해 폭주하는 그녀에게 오스칼은 극과 극이 만나는 접점을 느낀 것 같다. 요즘이라면 잔느는 천재적인 영업력으로 슈퍼스타가 되었을 것이다. 제한된 조건을 치고 나가는 사람은 온순하지 않다. 잔느 다르크가 그 시대 남성 권력자에게 마녀였던 것처럼.
영화 <어톤먼트>에서는 브라이오니(시얼샤 로넌 분)는 형부가 될 뻔한 남자와 언니를 위기에 빠트린다. 소녀는 평생 죄책감을 지고 살지라도 욕망을 이루는 쪽을 택했다. 순수한 자는 저돌적이다. 앞만 보고 달리는 말처럼. 그리고 사람들은 가속도 붙은 삶에 끌린다. 예의와 도덕과 법도를 무시하고 금기를 깨는 인물을 두려워하면서도 사랑한다. 마녀와 성녀 사이에는 미세한 틈도 없을 것이다. 말년에 자신의 '잘못'을 털어놓지만, 브라이오니는 속죄를 원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