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과 까치의 날카로운 싸움

동물이 한껏 화난 모습을 관찰했다

by Gomsk

전래동화 <은혜 갚은 까치>에 등장하는 뱀은 허연 구렁이다. 그림책에 따라 누런 뱀으로 그려져 있기도 하지만 나무 위에 똬리를 튼 모습만으로 사람을 두렵게 했다는 내 기억 속 그 뱀은 하얗고 굵은 구렁이다. 그래야 뒤에 등장하는 소복 입은 여인과도 어울리며, 까치 둥지에 접근하여 갈라진 혀를 날름 거렸을 그 모습은 무고한 어린 생명을 위협하는 악 자체로 보인다. 어쩌면 구렁이는 그저 소나무 굵은 가지에 몸을 감고 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선비는 돌을 던져 구렁이를 죽게 만들지만 실제로 뱀은 사람을 피해 다닌다.


살고 있는 동네는 묵은 나무가 많은 곳이다. 나무 사이에 우거진 풀숲도 짙은 편이고 참새가 아닌 작은 새도 여럿 살고 있다. 그렇다고 시멘트 건물 계단에서 1미터가 넘는 뱀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계단을 내려가는 인기척에 4센티미터 굵기의 날렵한 뱀은 흔들리는 리본처럼 우아하게 곡선을 그리며 나무 아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건물 바닥이 시원하고 매끈해서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사람이 북적이는 도시 한편에 야생 동물이 살고 있다니 설렌다. 지난봄 개천에서 마주친 뱀도 있었으니 곳곳에 뱀의 둥지가 정말 있나 보다.


개천에서 만난 뱀은 전투 중이었다. 상대는 바로 비둘기만큼 흔한 까치였다. 까치의 정수리 털은 빳빳하게 일어나 있었고 끝이 휘어진 가느다란 부리는 빠른 호흡이 느껴질 정도로 크게 벌어져 있었다. 그림책에서 절대 악역이었던 뱀은 애처롭게도 까치의 공격에 잔뜩 움츠린 상태였다. 까치가 그렇게 화난 모습은 처음 보았다. 날아다니는 이 생물은 사람을 크게 무서워하지도 않지만 대개 무관심하지 않던가? 도로 조경을 손보러 가로수를 다듬는 이도 까치집을 건드리지 않는데 공중에서 까치의 공격을 받는다면 사람이 위험할지도 모른다. 그건 길을 걷다 새똥을 맞는 일보다 무서운 일이다. 아무튼 이야기처럼 까치는 무력하지도 약하지도 않았다.


왜 서로 공격했는지 알 수 없지만 구렁이였더라도 독이 오를 대로 오른 까치의 매서움을 당해낼 순 없었으리라. 뱀은 사람의 시야에 잡히지 않는 바닥을 다닌다. 소리 없이 휘는 움직임은 측면을 갑자기 공격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구전되어 온 이야기에 사람은 뱀에 대한 두려움을 담은 것 같다. 마땅히 죽여도 되는 존재로. 뱀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어린 까치가 등장한 게 아닐까? 선비는 그냥 제 갈길을 가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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