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구두가 이끈 지점

굴레를 벗어던진 전말 :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by Gomsk

무광(연우진 분)은 간경화를 앓는 어머니가 있어 군에 입대하지 못했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군대에 소속되지 않은 남자는 어디서든 대우받지 못한다. 그를 눈여겨본 회계 간부(장광 분)는 군에 들어가 공을 세워 간부가 되라며 자신의 딸과 결혼시킨다. 가장으로서 복무하는 군인들은 나은 자리를 얻기 위해 윗선에 잘 보이려 애쓴다. 치열한 경쟁으로 무광은 3년 넘게 승진하지 못하고, 갑갑함에 몸부림치는 그는 글씨마저 흐트러진다. 멀리서 보면 모든 인생이 희극이라지만 무광의 삶에 대전환이 일어나는 여름 한철은 지독하다. 어두운 흙 속의 긴 시간을 뚫고 나온 매미의 강렬한 생처럼.


수련(지안 분)은 간호 장교였고, 사단장과의 결혼을 통해 신분 상승을 원했다. 수련이 주석 어록 100개를 암송하는 모습에 반한 사단장이 청혼했을 때, 수련의 삶은 최고치로 빛났을 것이다. 사단장은 신사적으로 수련을 대했고 자신의 지난 삶을 그녀 앞에 털어놓을 때 아이처럼 울었다고 한다. 두 사람의 결합은 완벽해 보인다. 성공과 행복의 상징인 사택은 주석의 하사품과 귀한 물건으로 장식되어 있다. 높은 위치에서 사람들을 살필 수 있는 망원경이 있으며, 거역할 수 없는 권력에는 총탄이 채워져 있다. 구애의 순간에도 수련이 무광을 겨눌 수 있도록.


사단장 피철진(조성하 분)은 작전 수행을 위해 사택을 한 달 정도 비운다. 떠나기 전날 그는 자신의 실적을 가로채는 자들에게 일순 분노를 드러내고 수련은 담담하게 무리하지 말라고 한다. 두 사람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암묵적으로 동의(?)했을 수 있다. 완전한 허가는 아니지만 어쩌면 만약에 그러하더라도 서로 아무 말 없기로. 사단장은 부인을 위해 선물을 주기적으로 많이 한 것 같다. 외출을 하지 않는 수련에게 색색의 드레스와 화장품, 붉은 속옷이 있는 것을 보면. 수련을 달래기 위해 철진의 취향대로 고른 것이 아닐까? 철저한 그답게 군화를 제외한 그녀의 신발은 '제거'한다. 사단장은 아내를 사랑하지만 오직 물건으로 그녀를 둘러싸는 길 밖에 없다. 그는 그녀를 가둔 대가를 치른다. 고인 눈물은 흘러내리지 못하고 날 선 군복에 반듯하게 자리한 수 개의 훈장을 모조리 부정한다.


무광이 강제 전역 위기에서 수련에게 급히 건넨 '자아 검사서'처럼, 영화 속 인물들은 비판적인 글쓰기와 말하기 훈련이 되어 있다. 1장으로 정돈된 글이 무광을 구한 것은 아니지만, 언어는 정신을 지배하고 영화의 분위기도 좌우한다. 군대뿐 아니라 생업 현장에도 강렬한 행동 메시지가 새겨져 있고 연인들의 대화 역시 전투적이다. 요구사항이 있을 때는 자신의 공을 드러내며 분명하게 전한다. 사택 경비를 책임지고 있던 지도원(정규수 분)이 그렇다.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잘 사는 것, 사모님께 내 얘기 좀 잘해주게." 나이 든 군인은 무광과 수련 사이에서도 꿋꿋하게 청탁한다. 살아남기 위해서.


사회주의 체제 안에 있는 삶을 극적인 연애를 통해 들여다 보았다. 딱딱한 일상 대화가 우스꽝스러웠으나 말에 담긴 무게는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나의 남자여, 배고파요. 착한 남자여, 목말라요." 수련은 주석 어록을 암송한 것인가, 고백한 것인가. 장마를 몰고 온 여름의 뜨거운 수분이 말랐을 때 저절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서툴게 표현된 처음과 해방된 기쁨, 그리고 투쟁하며 까발린 모든 순간은 잘 살고 싶은 소망 때문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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