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이 다른 세상은 보이지 않는다

버섯을 관찰하다가 몽상에 빠졌다

by Gomsk

버섯 지붕이 부서졌다. 정확하게는 갓이 반쯤 뒤집어져서 안쪽 주름살이 보인다. 버섯 손질할 때 결대로 찢으라던 요리 지침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건 새송이버섯이고, 지금 내가 들여다보는 버섯은 산책로 멍석 옆구리를 비껴 돋아난 것이다. 밤새 비를 맞고 축축해진 작은 버섯은 인간의 발길이 스치자 갈색 갓이 홀랑 무너졌다. 버섯갓의 단면이 드러나자 속을 이루는 결이 보인다. 안쪽 주름살 또한 결 하나하나 합쳐지면서 생긴 것 같다. 같은 결이 모여 하나의 형체를 이룬다.


버섯을 뒤로하고 걸으면서 '결'이란 단어에 대해 이것저것 떠올린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도 성격이나 취향의 결이 같으면 대화가 잘 풀리고 다음 만남에도 편안하다. 결이 같으면, 일정하게 쌓인다. 그리고 결이 생긴다는 것은 나이테처럼 시간이 고정되고 공간을 구분하는 것이다. 책 <평행우주>를 읽을 때 11차원.. 단어가 나왔을 때 질려서 덮으려 했으나 노련한 저자는 도망치지 말라는 듯 최대한 쉽고 자상하게 설명한다. 읽은 내용을 감 잡은대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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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이 자라는 나의 현실로 돌아온다. 발 딛고 사는 세상에서 1차로 중요한 것은 귀갓길에 건널목을 안전하게 횡단하는 것이다. '버섯의 결이......' 몽상에 빠져 남의 집 대문을 두드리거나 비번을 누르는 실수를 해서도 안된다. 내가 가늠하는 세상은 여러 가지 사건이 일어날 뿐, 속속들이 모두 드러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말 내 눈으로 보는 것이 세상의 전부인가? 결이 다른 세상이란 무엇일까?


세상을 바꾼 선구자 혹은 지배자가 남긴 글귀가 떠올라 약이 오른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을, 구름 위를 걷듯 통찰해야 한다고. 그래서 그게 뭐지? 서로 적절하게 섞여 돌아가는 세상 같지만, 결국 나는 끼리끼리 모여있는 곳의 개구리 같은 존재라는 건가. 일상이 반복된다. 나는 수풀에 엎드린 아프리카 치타처럼 결이 찢어지는 지점을 노린다. 차원 이동은 바라지 않는다. 내가 아는 세상 너머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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