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눈빛은 위험하다

나약하고 날카로운 위선 : 영화 <의뢰인>

by Gomsk

붉은빛이 선명한 꽃다발은 섬세한 손가락에 위태롭게 들린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세필로 그린 듯한 하얀 얼굴의 남자 철민(장혁 분)은 사람들이 몰려든 아파트 입구로 들어선다. 경찰이 바쁘게 오가고 경광등이 사납게 회전하는 밤. 숨 죽인 세상은 남자의 느린 걸음을 따라 미세하게 흔들린다. 잃은 자의 절망인가, 죽인 자의 가면인가. 애처로운 남편은 부인을 살해한 용의자로 현장에서 체포된다.


바스러진 얇은 종이 같은 철민은 옥중에서 변호사를 선임한다. 자신을 믿고 이 사건을 끝까지 파고들 끈질긴 사람을. 그의 바람대로 변호사(하정우 분)는 변칙적인 행보로 철민의 무죄를 거의 이끌어낸다. 마침내 최후 변론의 순간. 법정 안의 모든 이가 출입구를 바라본다. 이때 검사(박희순 분)는 좌중과 어긋난 철민의 시선을 포착한다. 범인의 위선이 벗겨진 1초. 교활한 자는 동류의 인간에게 들키고 만다.


IMG_0068.PNG ⓒ백정욱


영화 <의뢰인>에서 철민은 약한 사람이다. 그리고 정체를 감추기 위해서라면 타인을 희생시킬 만큼 악하다. 철민의 욕망은 자신보다 힘없는 존재를 파괴하면서 지배욕을 채우는 것이다. 그러나 진실은 끝까지 감추려 했다. 난간을 등지고 담배를 피우다 사뿐히 목숨을 날려 버릴 만큼. 왜 진짜 자신을 숨기는가? 그러면서 왜 세상에 섞여 살았는가? 살인자는 본모습을 터뜨려줄 것을 의뢰한 셈이다. 자기 안의 어둠을 드러내는 것은 약점을 들키는 것처럼 위협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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