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는 취급주의

가족이니까 꼭 알아야 해 : 드라마 <부인은, 취급주의>

by Gomsk

일본 드라마 <부인은, 취급주의>에 세 명의 주부가 등장한다. 햇병아리 주부 나미(아야세 하루카 분), 결혼 10년 차 유리(히로스에 료코), 말괄량이 새댁 쿄코(혼다 츠바사)가 그들이다. 주인공이 주부지만 부부는 서로 모습이 비치는 관계라서 남편들의 이야기도 딸려 나온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졌던 나미는 교회에서 자랐으며 20대를 특수 공작원으로 살았다. 강단 있는 성격은 직업과 맞아떨어져 유능한 요원으로 명성을 이어간다. 그러나 구멍 난 가슴에 찬바람이 분다. 고아였던 나미는 이제 따뜻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 그래서 죽음을 가장하여 새 출발한다. 영어가 유창한 그녀는 곧바로 직장을 구한다. 그렇게 안내데스크 직원으로 일하다가 동료들과 소개팅 파티에 참석하고, 그곳에서 한눈에 반한 남자와 빠르게 혼인을 신고한다.


나미의 신혼집은 이층 단독주택이며 분위기는 킬러들이 살 법하다. 저 넓은 집을 혼자 청소한단 말인가. 그녀는 양배추를 이상하게 써는 재주가 있지만 청소만큼은 완벽하게 했던 것 같다. 게다가 남편 퇴근시간에 맞춰 어떻게든 요리해서 저녁상을 차린다. 하지만 본성은 반년만에 두둥 떠오르는데, 주부 역할이 지루해진 것이다. 나미는 본래 스릴을 즐기던 여성. 그러던 차 이웃에 사는 주부 유리와 쿄코가 함께 점심 식사할 것을 청한다.




(스포일러 포함)

퇴근한 남편 유키(니시지마 히데토시 분)가 하얀 식탁에 앉아 묻는다. 오늘은 뭐했는지. 부인 나미는 들뜬 표정으로 시시콜콜한 일상을 즐겁게 이야기한다. 다정한 부부의 대화는 두 사람의 실체를 미리 겹쳐보면 스릴러다. 서로 예리하게 지켜보는 관계지만 드라마를 사랑스럽게 살리는 비현실적인 대화를 이어간다. 유키는 쿄코의 남편처럼 인터넷 화면을 보면서 저녁밥을 먹지 않는다. 어찌 되었든 그의 주옥같은 대사는 누가 주입한 것 같다.. "주부의 세계는 좁기 때문에 작은 사건에도 영향을 크게 받는다."


반면 유리의 남편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목숨을 걸고 아내와 아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좋은 집에 살게 해 주고 풍족하게 지낼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맞는 말이다.. 대학 교수인 남편은 퇴근하면 서재에서 글을 쓴다. 글을 쓴다는 것! 스쳐가는 글감은 제대로 터져 나올 듯 말 듯 약 올린다. 그럴 때면 글 쓰던 노트북을 확 덮고 싶지 않던가. 아무튼 유리 남편은 꾸역꾸역 쓴다. 대출이 남은 가장은 등을 돌릴 여유가 없다. 부인 유리가 서슬 퍼렇게 아니 구슬픈 얼굴로 지쳐가도 살갑게 살피지 못한다.


유리는 아침밥을 먹는 남편 얼굴을 보며 회한에 잠긴다. '저 얼굴을 싫어하게 될 날이 올 줄 몰랐다.' 그렇다면 얼굴 보고 결혼했단 말인가! 당혹스러움도 잠시. 예쁘지만 나이가 느껴지는 유리 역 히로스에 료코를 보며 결혼할 당시에는 남편도 아마 준수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중년의 위기를 겪는 유리 부부는 조만간 이혼할 것 같은 감정 스텝을 밟는다. 그렇게 일상을 이어가던 중, 유리는 주부를 상대로 사기 치는 무리에 휩쓸린다. 약점이 잡힌 주부를 험한 일에 팔아넘기는 무시무시한 집단.


사기꾼 우두머리는 말한다. "맛있는 것을 먹여주고 좋은 남자를 붙여주면 다 넘어온다. 주부란 단순하군." 이런... 정곡을 찔렀군. 천하를 주름잡던 특수 공작원 나미도 반년만에 두 손 든 주부생활을, 10여 년간 성실하게 수행해온 유리. 당신을 깊이 존경합니다. 그녀가 가출하던 날, 엄마 다녀오겠다는 말에 "조심해."라고 아이가 침착하게 대답하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어린이는 평소 노크에 진심인 아빠에게 그에 걸맞은 예우를 한다. 아빠가 방에 불쑥 들어서자 제대로 노크하라며 일침을 놓은 것.




부부의 세계를 지탱하는 애정과 증오 사이로 고압 전류가 흐른다. 식칼을 던지고 총을 겨눈다. 그 상황에 남편은 아끼는 장식품을 조심스럽게 내려놓는다. 부인은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는지 밑바닥까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 어찌 보면 서로 기만하는 것이 부부요, 그들의 싸움은 살벌한 코미디다. 드라마 <부인은, 취급주의>는 동명의 영화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바닷가 작은 도시로 이사한 나미 부부는 새로운 이름으로 살고 있다. 유키는 선생님으로 일한다. 정보국 요원인 남편은 여전히 나미를 감시하지만 부인의 내면까지 카메라로 읽을 수 없다. 나미는 정성스럽게 양배추를 얇게 썰고 장에서 사 온 도미를 요리한다. 두 사람은 수박을 나눠 먹고 마주 웃는다. 그러나 과거는 흘러간 시간이 아니라 한 사람이 어떤 존재였는지 증명한다. 유리는 부부라는 개념으로 묶여 남녀가 평생 함께 하는 것을 새삼스러워했다. 그러나 나미는 다시 한번 인생을 리셋한다.. 배우자는 취급을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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