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진정제를 처방합니다

긴장과 부담으로 주말에도 마음 편치 않은 누군가에게

by Grace Lee

정신 없이 바쁜 한 주를 보내고 맞이하는 주말엔 괜시리 마음이 불안하고 회사 메일에 한 번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든다. 뭔가 깜빡한 일이 있을 것만 같아 편히 쉴 수가 없고 머리도 마음도 무겁다. 이런 주말은 몇 개 안되는 집안일도, 주말에 예정된 모임도 갑자기 너무나 무거운 폭탄과 부담으로 느껴지고 생각이 꽉 차서 잠도 잘 오지 않는다. 나에게는 가끔 그런 날들이 찾아온다. 바로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


회사 밖에서는 일과 나를 분리하는 일이 우리 삶에 반드시 필요하다. 퇴근하는 순간부터는 회사 일을 잊고 저녁 시간의 행복과 나의 사생활에 집중해야 한다. 넘치는 업무 속에서 잘 하려는 열정과 책임감이 지나치다 보니 회사가 곧 나고 내가 곧 회사라는 부담을 가진 사람이 많다. 벗어나야 한다. 잘 되지 않아도 적극적으로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연습해야 한다. 업무 스트레스와 부담을 집에까지 안고 오면 결국 두 마리 토끼 다 잡을 수 없고 정신이든 건강이든 문제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인간의 몸과 마음에는 긴장과 이완이 적절히 반복되어야 행복한 법이다. 불안한 긴장만 있는 삶은 위험하다. 반대로 늘어지게 여유만 있는 삶도 누구에게나 독이 된다. 이완만 있으면 좋을 것 같지만 지나친 이완은 사람을 피폐하고 게으르게 한다. 어르신들이 사람은 뭐라도 작게나마 일을 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병난다는 옛말도 틀리지 않다.


이년 전부터 이미 ‘워라밸’ 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것을 누릴 엄두조차 못 내는 분위기의 조직도 많을 뿐더러, 어떤 이들은 일은 대충하고 자기 삶의 행복과 쾌락만 집중하는 잘못된 워라밸로 착각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가정주부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집에서 뒹굴뒹굴만 하며 하루를 보낼 수 있겠지만 부지런히 책임감 있게 집안일을 완수하고 비는 시간을 이용해 자기계발이나 취미생활을 누리는 이들도 많다.


이십대에서 삼십 대가 되어가며, 당신이 꼭 준비해 두어야 할 것이 있다면 채움과 비움이라는 이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만의 저울을 만들어두는 일이다. 그리고 내가 쉽게 긴장의 끈을 놓도록 하는 것, 혹은 모든 게 귀찮고 게을러 지는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것들을 한두개쯤 찾아 삶의 보물창고에 준비해두어야 한다. 멋지게 나이드는 건 결코 거창한 게 아니다. 오늘 내 삶의 무게를 잘 알고 한 쪽에 지나치게 매몰되거나 치우치지 않도록 적당히 균형을 잡는 일이면 된다. 아주 소소한 일 갖지만 그걸 해내는 게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긴장과 부담으로 주말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당신만의 진정제를 찾아야 한다.


무엇이 당신을 진정시켜주는지 여러 시도를 해보라. 아로마 오일 섞은 물에 하는 반신욕이 될 수도 있고, 좋은 책이나 영화 한편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어느 따뜻한 노래 가사가 우리를 안심시키기도 한다. 맛있는 음식과 운동도 강력한 진정제 중 하나다. 원한다면 아껴 두었던 드라마를 밤새 정주행 하는 것도 추천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신나게 수다를 떠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매번 사람에게 기댈 순 없으니 되도록이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진정제를 찾는 것이 좋다. 진짜 비움은 결국 혼자 해내는 것이니 말이다.


나의 경우엔 모두가 잠든 밤 워드 빈 페이지를 열어 어설프고 감성적인 일기를 쓰는 일이 도움이 되었다. 책도 한 권 읽으며 가슴에 와 닿는 문장도 따라 적어 본다. 그러다 보면 내 안의 스트레스와 걱정, 분노가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정리가 되면서 회사에 대한 압박스런 짐이 조금 덜어지곤 한다. 그것도 별 효과가 없는 날엔 마음 먹고 방 정리를 한다. 어차피 잠도 오지 않는 밤이니, 정리하기에 고요하고 적당한 시간이다. 몇년 동안 쓰거나 입지 않던 옷과 물건들을 솎아내어 빈 상자에 넣고 남아 있는 아이들도 각 잡아 정돈을 하고 나면 서랍에도 장농에도 ‘여백’이 생긴다. 정리로 만들어진 내 공간의 ‘여백’을 보면서 여러 생각들로 꽉찬 머리와 내 마음도 천천히 정리되어 비워지기도 한다.


긴장으로 가득찬 어느 밤 내게 진정제가 되어주었던 노래 가사 몇줄을 남기며 글을 마치려 한다. 수고한 당신의 일요일도 긴장 대신 편안한 여유를 누리고 있길 소망하며. 정말 수고 많았어요 당신.




세상 사람들 모두 정답을 알긴 할까

힘든 일은 왜 한 번에 일어날까

나에게 실망한 하루

눈물이 보이기 싫어

의미없이 밤 하늘만 바라봐


작게 열어둔 문틈 사이로

슬픔 보다 더 큰 외로움이 다가와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수고했어, 오늘도> 옥상달빛 (클릭시 영상으로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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