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멀어지는 것이 두려운 당신에게
인간관계에 대한 짧은 철학
몇 주 전 막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친한 친구와 점심을 같이 했다. 친구는 결혼을 기점으로 주변의 사람들이 너무 많이 정리된 것 같다고 원래 이런 거냐고 내게 물었다. 그녀는 거의 매일 저녁마다 약속이 꽉 차 있고 지인이 많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결혼식에도 수많은 하객이 참석해서 사진을 네 번이나 찍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절친’이었던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유로 서먹해지고 멀어지는 게 너무 속상하고 황망하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청첩장을 자기에게 일등으로 주지 않았다며 토라진 사람, 비싼 밥을 얻어먹으려고 대놓고 티내는 사람, 꼭 가겠다고 하고 연락도 없이 식장에 나타나지 않은 사람 등 그녀는 지인들의 새로운 모습을 마주했다.
인생의 큰 관문을 거치면서, 특히 여자는 취업과 결혼에 이어 출산과 육아라는 더 큰 일을 치르면서 환경이 변할 때마다 관계에 변화가 찾아온다. 30대, 이제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늘 일정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나의 관심사와 나의 필요에 따라 그때 그때 조금 더 친하고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 계속 변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인생을 한 편의 영화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수도 있다. 카메라는 한 인물만 계속 클로즈업하지는 않는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카메라는 여러 등장인물을 비추고 확대하고 다시 아득하게 멀어지고를 반복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인생이라는 영화 속에도 FADE - IN과 FADE- OUT은 계속 반복된다.
시기에 맞게 내 주변 사람들이 바뀌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어쩌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한 자리에서 멈추고 있지 않으니까. 내가 꿈꾸는 대로 행동하고 움직이듯, 다른 이도 그렇게 자기만의 생각대로 움직이고 성장하는 법이다. 모든 사람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지는 않기에 어찌 보면 이건 매우 지극히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넓은 우주에서 점 같은 우리는 매일매일 다른 좌표를 향해 이동한다.
요즘 서점에 가면 ‘비움’ ‘버림’‘정리’에 대한 책들이 베스트셀러 코너를 차지하고 있다. 정리에 대한 책과 영상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물건을 버리고 정리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더 두렵고 벅차 하는 것이 바로 관계 정리다. 계절이 바뀌면 우리가 옷을 조금씩 갈아입듯 조금은 덤덤한 마음으로 그 변화를 맞이하면 어떨까. 당신이 아끼는 사람과 한 동안 마음이 안 통하고 자꾸 어긋나서 점점 덜 만나게 된다면 서글프긴 할지라도, 또 몇 년 뒤 두 사람의 ‘결이 맞는’ 타이밍에 다시 자주 마주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은가.
나와 비슷한 관심사와 내게 필요한 에너지를 교류하며 엔돌핀을 주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더 자주 보고 싶어 지는 법이다. 또한 언젠가부터 나에게 상처를 주고 나의 자존감을 깎아 먹는 사람이 내 옆에 있다면 점점 피하고 싶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친했던 사람과 조금 멀어지는 것에 너무 매몰되어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는 결코 사람을 소중히 여기지 말라거나 독하게 단칼에 관계를 끊어버리라는 말은 아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흐름의 일부이기에 당신이 너무 마음 쓰거나 상처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조금 냉정한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이것이 인생의 법칙이니 그저 지금은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하고 그들에게 충실하면 된다.
한편, 친구가 적어 외로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더욱이 SNS가 발달한 요즘은 수많은 친구를 가진 사람 앞에 상대적으로 더 주눅 들고 작아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지인이 500명 가까이 된다고 행복이 500배 되는 것이 아니다. 소위 '인프루언서' 라고 불리우는 사람들도 막상 사적이고 힘든 일이 닥치면 정말 신뢰할 수 있는 한두 명의 친구들에게만 털어놓는다. 그렇다면 사실은 친구가 적든지 많든 지 진짜 내 사람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 누구나 인생에 한 그루의 나무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내 인생의 나무’ 같은 사람이 몇 명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오직 남편뿐일 수도, 자매나 형제일 수도, 혹은 단 한 명의 친구일 수도 있지만 진심으로 나의 행복을 바라고 나의 문제를 귀담아 들어주고 비밀을 지킬 줄 아는 믿을만한 사람이 있으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란 걸 명심하기 바란다. 그리고 먹구름이 낀 하루는 절대 SNS에 올라오지 않는 것이 진리이기에 그 만들어진 진실에 현혹되어 스스로와 비교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키워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HOT와 젝키를 좋아하던 10대들이 이제는 30대가 되어 BTS팬클럽이 되어 있는 것처럼, 누구도 그 자리에 늘 부동한 모습으로 머물러 있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내 인생의 물결에 따라 가까워지고 멀어지게 되는 변화에 크게 얽매이거나 연연하지 않기를 바란다. 매 순간 사람을 존중하고 소중히 대하되, 때로 물살의 흐름에 따라 혹은 내가 노를 젓는 방향에 따라, 내가 머물고 싶은 풍경에 따라 함께 가던 사람과 잠깐 멀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조금은 덤덤히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이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혹여 누군가와 멀어지는 것도, 친구가 적은 것도 더 이상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할 일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당신 곁에 언제나 좋은 사람들이 머물기를, 그리고 만나서 곁에 두는 여러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당신의 인생 여행이 조금 더 유쾌해지고 풍성해지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