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구트 꿈백화점, 이미예』
『달러구트 꿈백화점』은 제목 그대로 ‘꿈을 파는 백화점’이라는 동화 같은 설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초등학교 고학년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쉽고 재미있으면서 인생에 대한 소중한 교훈도 담고 있어서, 아마도 전 연령대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소설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은 잠이 들면 꿈을 사러 달러구트 꿈백화점을 방문하고, 꿈을 사 가서 꾸고 난 뒤에는 백화점에 다녀왔다는 걸 잊어버린다. 나도, 당신도, 어젯밤에 달러구트 꿈백화점에 다녀왔을지 모른다. 잠깐만 들어도 구미가 당기는 이 재미난 이야기는 단연코 크리스마스에 참 잘 어울리는 소설이다.
달러구트 백화점은 꿈을 파는 가게이긴 하지만, 특이하게도 원하는 사람에게 모든 꿈을 다 팔지는 않는다. 가벼운 산책을 하는 등의 일상적인 꿈들은 대체로 자유롭게 쇼핑이 가능하지만, 좀 더 특별하고 무게가 있는 꿈들은 진열대에 전시되어 있지 않다. 지배인인 달러구트가 따로 보관하고 있으면서 고심하여 그 꿈을 꼭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만 판매하는 것이다.
어느 날은 미래의 한 순간으로 잠깐 가보는 예지몽이 입고되었지만, 달러구트는 미래를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겐 절대 그 꿈을 팔지 않는다. 오히려 미래를 조금도 궁금해하지 않지만 앞날에 대한 갈망과 호기심이 너무 없어 발전이 없는 사람이 백화점을 찾아오면, 그에게 다가가 넌지시 꿈을 권한다. 살 날을 얼마 남기지 않은 손님들에게는 꿈을 예약하고 떠날 수도 있도록 적극 도와주는 예약 서비스 덕분에, 어떤 손님들에게는 먼저 떠난 할머니, 부모님, 또는 딸이 꿈속에 등장하여 행복한 추억을 나누고 상실의 슬픔을 떨쳐내기도 한다. 달러구트는 절대 큰돈을 준다는 사람에게 꿈을 팔지 않고, 필요한 사람에게, 그것도 가장 적절한 시기에만 꿈을 판다. 그는 장사꾼이지만 돈을 많이 버는 것에만 집착하지 않고 자신의 사명을 잊지 않는다. 꿈을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하라는 달러구트 가문의 오래된 가치관과 전통을 다행히 그는 아직까지 잘 지키고 있는 듯하다.
층이 5개나 있는 달러구트 백화점에는 휴양지에서 휴식을 즐기는 꿈, 연예인을 만나는 꿈, 지각하는 꿈 등 온갖 종류의 상품이 있는 만큼, 그 꿈을 만들어 납품하는 제작자들도 물론 존재한다. 따라서 여러 명의 꿈 제작자들과 그들이 만드는 꿈의 특징들도 소개된다. 다양한 꿈들과 그 꿈을 꾸고 조금씩이나마 변화를 겪게 되는 손님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자연스럽게 내가 겪었던 서른네 해 동안의 삶의 장면들과 내가 만났던 사람들이 플래시처럼 한 장씩, 한 장씩 팡팡 떠올랐다. 달러구트에 꿈을 사러 오는 수많은 손님들은 제각기 자신만의 사연이 있고 그때그때 각자가 짊어지는 무게와 고민이 있다. 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일단 남과 비교부터하는 건 모든 사람이 보편적으로 가진 공통적인 특징이었다. 동화 같지만 현실을 참 닮은 이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중고등학교 문학 수업 시간에 단골로 등장하던 소설의 구성 5단계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소설에 이렇게까지 5단계를 강조하는 건, 소설에 갈등이 꼭 등장해야 한다는 이론이 있는 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인생 속에서 우여곡절을 겪는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기 때문이 아닐까. 달러구트 꿈백화점에 납품된 ‘타인의 삶을 살아보는 꿈’을 모두가 한 번씩 꾸어본다면 우리의 비교의식이 훨씬 더 줄어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그저 기쁘고 슬프고 놀랍고 속상하고의 일들이 반복되는 것이 우리의 삶이고, 그냥 나는 나대로, 다른 이는 다른 이대로 그 자체로 특별하고 소중한 것인데 말이다. 실은 누가 더 잘나고 못나고의 판단조차 부질없는 것일지 모른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나에게 돈으로 움직이는 것 같은 이 세상에서 돈보다 중요한 것을 붙잡는 가치를 기억하게 해 주었고, 가장 기본적인 것, 푹 자고 푹 쉬는 것에 대한 소중함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 주었다. 꿈을 통해 사람들을 적절히 치유하고 위로하는 달러구트의 모습을 보며, 사람을 살리는 데는 꼭 크고 거창한 것만 필요한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몸과 마음이 싱숭생숭할 때 15분의 좋은 꿈이 우리의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기도 하는 것처럼, 다른 이에게 전하는 나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혹은 주변을 돌아보고 내 손길이 필요한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나 도움만으로도 인간은 충분히 치유되고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내 마음이 괴롭고 아플 때 내 자신에게 주는 작은 선물로 한결 마음이 나아질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달콤한 낮잠, 재미있는 소설, 달콤한 쵸코 케이크, 잔잔한 음악을 틀고 천천히 하는 스트레칭이 좋은 꿈처럼 나를 한결 평온하게 해 줄지 모르니 적극적으로 나를 돌볼 것들을 찾는 일이 참 소중하고 중요한 것일 테다.
이 책은 동화 같은 환상적인 이야기의 옷을 빌려, 사실은 인생에 대한 굉장히 깊은 통찰력을 전하고 있다. 우리가 간직하고 기억해야 할 것들을 일깨워주고, 버려야 할 것들을 버릴 수 있도록 다짐하게 만든다.
오늘, 당신은 어떤 꿈을 꾸고 싶으신가요? 오늘 밤 달러구트 꿈백화점에 가보세요. 달러구트가 당신에게 꼭 필요한 꿈을 추천해 드릴 겁니다.
-당신에게 설렘 1병을 담아, -
페니는 달러구트가 아무에게나 예지몽을 팔지 않고 진득하게 손님을 기다렸던 것을 떠올렸다. 아주 잠깐, 페니는 달러구트야말로 정말 미래를 볼 수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네가 생각하는 대단한 미래는 여기에 없단다. 즐거운 현재, 오늘 밤의 꿈들이 있을 뿐이지”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거꾸로 생각하면 온 힘을 다해 어려움을 헤쳐 나가던 때일지도 모르죠. 이미 지나온 이상,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랍니다. 그런 시간을 지나 이렇게 건재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손님들께서 강하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달러구트 꿈백화점, 이미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