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굳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더 이상 치매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by Iro
최근에는 미국 생명공학기술 회사인 바이오젠과 일본 제약사 에자이가 합작으로 만든 '레켐비'나 미국 제약사 일라이일리가 만든 '도나네맙' 같은 치매 치료제도 출시되었지만, 이 약제들은 증상이 악화되는 속도를 늦출 뿐 인지 기능을 회복시키지는 못한다.
그런데 글을 소리 내어 읽는 일을 반복하자 놀라운 효과가 나타났다. 책을 소리 내어 읽기만 해도 뇌가 젊어진 것이다. 이는 실로 놀라운 발견이었다.

『독서의 뇌과학』 중에서


하버드대학교 신경과학박사인 리사 제노바는 TEDx 강연에서 "85세 노인 중 2명 중 1명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있다. 당신이 아니기를 바란다면, 그들을 돌보는 보호자가 될 것이다."라고해 시청자들에게 놀라게 했습니다. 이는 미국 및 서구 통계일 뿐일까요?


우리나라는 어떤지 한 번 살펴봤습니다. 한국의 85세 이상 노친의 치매 유병률은 2023년 기준 21.18% 였습니다. 5명 중 1명이 치매에 걸려있는 것입니다. 실제로도 주변에서 치매에 걸리신 부모님이 계셔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독서를 통해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과 AI 시대에도 여전히 책 읽기가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치매는 암, 결핵, 에이즈와 함께 인류가 아직 극복하지 못한 질환 중 하나입니다. 현재도 레켐비와 키순라 같은 승인된 치료제가 있긴 하지만, 여전히 증상 완화나 지연 효과만 있을 뿐, 인지 기능을 되돌리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독서의 뇌과학』의 가와시와 류타는 소리 내어 책을 읽는(음독) 활동으로 뇌가 젊어지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주장합니다. 묵독은 눈으로 보고 그 의미를 이해하는 과정인 반면, 음독은 눈으로 본 문자를 소리로 변환하고, 그걸 다시 귀로 듣게 되어 뇌의 여러 영역을 동시에 자극하고 발달시킨다고 덧붙입니다.


아직까지는 장기적인 효과가 입증되지 않아 추가 연구가 필요한 단계이지만, 기존 치료제가 인지기능을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 향상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부작용 없이 간편하게 실천할 수 있어 치매 예방을 위해 권장할 만합니다.



독서는 당신의 뇌의 모든 부위를 깨운다.

모든 것을 AI가 해결해 주며 심지어 더 빨리,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우리는 왜 책을 읽어야 할까요? 그 이유는, 독서가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아닌, 뇌 전체를 깨우는 '뇌를 위한 최고의 운동'이기 때문입니다.


묵독을 하는 중에는 좌우 반구 모두에서 '배외측 전전두엽'이 활성화됩니다. 이곳은 생각하거나 창조적 작업을 할 때 활성화 되는 부위입니다. 책을 읽는 것이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수 있다는 증거입니다. 또한 시각을 관장하는 영역과 청각을 관장하는 영역도 함께 반응하여 뇌의 광범위한 부분이 활성화됩니다.




영감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부위와 언어를 관장하는 영역이(브로카/베르니케)이 활성화된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이는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은 영감이나 직관이 아닌, 기존 정보의 재조합에서 나오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창의력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선물이 아닙니다. '유레카!'를 외치며 욕조 밖으로 뛰어나갔던 아르키메데스도 이전에 쌓아온 지식이 가득 찬 욕조의 물처럼 흘러넘쳤기에 부력의 원리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무슨 좋은 아이디어 없을까?' 하며 허공을 쳐다보지 말고 책을 읽어보세요. 방대한 지식이 담긴 책을 읽으며 지식을 습득은 물론, 잠재돼 있던 생각들도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AI 시대, 여전히 종이책이여야 하는 이유.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에는 전전두엽이 거의 활동하지 않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심지어 멍 때릴 때보다 활성도가 더 낮았다고 합니다. 계속해서 바뀌는 영상을 보고, 빠른 동작으로 게임을 하고 있는데 왜 그런 걸까요? 이는 빠른 자극이 깊은 사고를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학습과 관련 콘텐츠를 볼 때에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납니다. 작은 화면과 빠른 전환은 전전두엽 활성화를 억제해, 손글씨 쓰기 대비 활동이 30-50%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한 장 한 장 넘기는 종이책과는 달리 빠른 페이지 전환과 스킵 기능으로 주의 집중이 저하될 우려도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종이 매체가 디지털보다 읽기 이해도 면에서 유의미하게 우수하며, 특히 어린이의 경우 성인보다 그 차이가 6배나 크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2025년 교육부에서 '디지털 교과서'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학부모의 반발로 무마되긴 했지만, 위험성이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교육 현장에 도입할 때는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스며드는 것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유튜브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거라고 경고합니다. 그러나 직장을 빼앗기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다른데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궁금한 것이 있을 때 더 이상 책을 읽지 않습니다. 심지어 인터넷 검색도 너무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AI가 책 보다 훨씬 빠르게, 인터넷 보다 훨씬 다양한 정보를 찾아주니까요. 그러는 동안 우리는 점점 생각을 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이 집중력과 기억력을 빼앗았다면, AI는 '생각하는 능력'을 빼앗아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인간이 인간일 수 있게 하는 고유한 능력, 나만의 생각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참고문헌]

- 가와시마 류타,『독서의 뇌과학』 (현대지성, 2024).

- Delgado 외(2018), "종이책 버리지 마세요", Educational Research Review, 25,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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