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2026년 목표는 무엇입니까?
오디세우스는 그 전설적인 노래를 간절히 듣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과 선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그는 계획을 꾸몄다. 자신이 그 노래를 들으면 섬의 바위들 쪽으로 배를 몰 수밖에 없을 것임을 그는 알았다.
문제는 현재의 합리적인 오디세우스가 아니라 미래의 비합리적인 오디세우스였다.
『더 브레인』 172p
2026년, 모두들 새해 목표는 세우셨나요? 지난해 계획한 일들은 달성하셨는지요. 보신각 타종행사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월도 절반이 지나고 있습니다. 혹시 연초가 지나며 목표가 흐릿해지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아마 모두 같은 마음일 겁니다.
우리는 왜 매년 새해결심을 하고, 연말이 다가오면 포기하게 될까요? 왜 영어공부와 다이어트는 매년 빠지지 않고 새해 목표에 등장할까요? 이건 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우리 뇌의 특성 때문입니다.
오늘은 뇌과학이 알려주는 우리 뇌의 약점에 대해 살펴보고, 올해는 진짜 달라지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보겠습니다.
의지력은 한정된 자원이다.
야식 끊기, 넷플릭스 보는 시간 줄이기, 운동 꾸준히 하기. 이런 것들은 새해 계획에서 언제나 상위권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왜 이걸 해낸 사람은 없는 걸까요?
그건 우리의 의지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졸린 눈을 비비며 이불 밖으로 나올 때, 점심때 달달한 커피 대신 아메리카노를 선택할 때에도 의지력이 사용됩니다. 퇴근 시간이 다가와 엉덩이가 들썩들썩해도 꾹 참고 버티는 것, 퇴근길 맛있는 떡볶이의 유혹을 이겨내는 데에도 의지력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는 동안 우리의 의지력은 서서히 고갈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운동을 하러 가겠고 다짐하는 것은, 오디세우스가 사이렌의 노랫소리에 넘어가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의지력은 원하는 대로 계속 끌어다 쓸 수 있는 무한한 자원이 아닙니다. 충분히 쉬고 에너지를 충전해 줘야 다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미래의 성공보다 당장의 달콤함이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
뇌는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며, 자신에게 가장 큰 이익을 가져올 행동을 선택합니다. 이 과정에 도파민 시스템이 관여합니다. 중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은 단순한 쾌락이 아닌 '학습 신호'입니다. 예상보다 행동의 결과가 예상보다 좋으면 도파민 분비가 증가하고, 반대로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 도파민 분비가 감소합니다. 도파민이 증가하면 그 행동은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강화'하고, 이후 유사한 상황에서 그 행동을 반복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치명적인 결이 있습니다. 바로 현재의 작은 이익을 미래의 큰 보상보다 더 크게 평가하는 '지연할인(delay discounting)'입니다. 미래에 건강한 몸 보다 당장 우리를 만족시키는 탄수화물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시간적으로 가까운 보상(즉각적인 보상)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하여 더 많은 도파민이 분비되기 때문입니다.
새해 목표를 달성하고 싶다면, 미래의 나를 믿지 말라.
트로이 전쟁 승리 후 고양 이타카로 돌아가는 오디세우스에게 위기가 찾아옵니다. 그는 세이렌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듣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목숨을 잃게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오디세우스는 방법을 생각해 냅니다. 부하들의 귀를 밀랍으로 막아 노래를 듣지 못하게 한 뒤, 자신의 몸을 돛대에 묶고 어떤 일이 있어도 풀어주지 말라고 명령한 것입니다. 결국 노래를 듣고도 무사히 섬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새해 목표를 이번에는 정말 달성하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미래의 나를 믿지 마세요. 연말 회식 일정, 갑작스러운 가족 모임, 야근으로 지친 몸, 새로 나온 넷플리스 시리즈 등 미래의 나를 가로막을 장애물들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릅니다. 유혹이 찾아왔을 때는 의지력의 힘은 너무 약합니다. 대신 미래의 나를 위한 시스템을, 지금 만들어두세요.
예를 들면 이런 방법이 가능합니다.
- 영어회화 인증모임 들어가기(빠지면 벌금 내기)
- 출근할 때 현관 앞에 운동화 두기
- 마라톤 5km 미 신청해 두기
- 배달 앱 삭제하기
- 유튜브 시청 제한 시간 걸어두기
- 친구나 가족에게 새해 계획을 선언하기
오디세우스가 돛대에 몸을 묶듯, 미래의 나를 위한 제약을 미리 만들어두세요. 의지력에 기대지 않고도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습니다.
2026년, 당신의 '오디세우스의 계약'은 무엇입니까?
세이렌의 전설적인 노래를 간절히 듣고 싶은 오디세우스는 부하들에게 명령했습니다. 자신을 돛대에 단단히 묶으라고, 또 세이렌의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게 귀를 막은 채 노를 저으라고 말입니다.
오디세우스는 미래의 자신 세이렌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미래의 자신을 위해 미리 안전장치를 만들어두었습니다.
2026년 연말의 나를 위해, 지금 당신은 어떤 계약을 하시겠습니까?
[참고자료]
- 데이비드 이글먼, 『더 브레인: 삶에서 뇌는 얼마나 중요한가?』 (전대호 역, 해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