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의도를 읽을 수 있을까?
나의 감정을 이해하려 할 때, 당신은 나의 표정을 흉내 내본다. 물론 작심하고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그 흉내 내기는 무의식적으로 신속하게 일어난다. 그러나 이 자동적인 거울 효과에서 당신은 내 감정에 관한 신속한 추정 결과를 얻는다.
『더 브레인』 202p
우리는 태어남과 동시에 사회 속에서 살아갑니다. 작게는 가족이나 친구에서부터 크게는 학교나 회사까지. 그 안에서 다양한 사람을 마주합니다.
때로는 말로 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의도나 마음이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속을 알 수 없는 답답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타인은 어떤 의미이며,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을까요? 타인의 의도를 파악하여 더 편안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보겠습니다.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은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
타인의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은 타고나는 것일까요, 아니면 학습을 통해 습득하는 것일까요? 이 질문에 답하는 흥미로운 실험이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언어를 배우기 이전인 6개월과 10개월 영아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먼저 도움을 주는 캐릭터와 이를 방해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보여주었습니다. 영상을 본 후 동일한 모습의 실물 인형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78~81%의 영아가 도움을 준 캐릭터를 선호했고, 방해한 캐릭터는 회피했습니다.
이는 타인의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이 학습이 아닌 타고난 능력임을 의미합니다. 아기들은 복잡한 사회적 기술을 배우기 전부터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누가 자신에게 좋은 것을 줄 사람인지, 누가 위협이 될지 본능적으로 감지합니다.
아기는 어떻게 이런 놀라운 능력을 갖게 되었을까요? 대분분의 동물과 달리 인간 아기는 태어나서 상당 기간이 지날 때까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혹독한 환경에서 자신을 돌봐줄 사람이 누구인지 구분할 줄 아는 능력은 생존에 필수적이었습니다. 타인의 의도를 파악할 줄 아는 유전자를 가진 아기들은 더 많이 살아남았고, 이는 오랜 시간에 걸쳐 인간의 DNA에 새겨졌습니다.
대문자 I 에게도 타인은 필요하다.
MBTI의 성격 유형 중 I는 내향형을 을 의미합니다.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외부 자극보다는 자신의 내부에서 에너지를 얻는 것이 특징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집에 있는 것을 선호하기도 하며, 혼자 있는 시간에 에너지가 충전됩니다.
저 역시 내향인 중 한 사람으로 모임에 다녀오면 에너지가 고갈됨을 느끼곤 합니다. 좋아하는 지인들과 만남이 즐겁기도 하지만, 약속 당일이 되면 취소되기를 은근히 바라기도 합니다.
그러나 내항인에게도 타인은 필요합니다. 이는 뇌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입니다. 사회적 배제 상황과 물리적 통증시 동일한 뇌 부위(전전두엽-후두엽 피질)가 활성화됨이 실험을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인간은 사회적으로 소외되는 것을 실제 통증만큼이나 고통스럽게 느끼는 것입니다.
왜 사회적 배제를 고통으로 느끼는 걸까요? 인간의 능력은 생각보다 미약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치타보다 빠르지도 않고, 호랑이처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것도 아니며, 매머드보다 큰 몸을 갖고 있지도 않았습니다. 그러한 조건으로 지구를 점령할 수 있었던 것은 서로 협력했기 때문입니다. 함께 구덩이를 파 자신의 몸집보다 큰 동물을 사냥하고, 더 큰 무리를 이루었습니다.
우리는 혼자서는 살아남지 못하는, 생각보다 연약한 존재입니다.
타인의 말을 믿지 말고, 그의 표정에서 읽어낸 나의 느낌을 믿어라!
자폐증은 전체 인구의 약 1% 이상에서 나타나는 신경 발달 장애입니다. 이들은 타인의 느낌과 생각에 관한 사회적 단서들을 처리하는 뇌 부위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보톡스를 맞은 사람들에게서 타인의 감정 인식의 정확도가 12% 저하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보톡스로 자신의 얼굴 근육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자 공감능력도 함께 떨어진 것입니다. 이는 거울뉴런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타인의 표정을 흉내 내고, 이를 통해 타인의 감정을 읽어냅니다.
때로는 거짓말로 우리를 속이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교언영색에 능한 사람들이죠. 앞에서는 웃으며 감미로운 말로 유혹하지만, 뒤에서는 험담을 일삼습니다. 이들을 대할 때는 말보다는 표정을 읽는 편이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미세 표정을 읽어내면 의식적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불편함'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거짓을 말할 수는 있지만 순간적으로 드러나는 미묘한 단서들은 꾸며내기 어렵습니다.
다만 문화적 차이나 맥락에 따라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으니 다양한 정보를 조합해 신중히 판단해야겠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말 그대로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입니다.
SNS의 발달로 사람들 사이의 연결은 더 많아졌지만, 그 끈은 더욱 느슨해졌습니다. 물론 서로의 영역을 지켜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뇌는 여전히 타인과의 깊은 연결을 원합니다. 누군가의 공감을 기다립니다.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진정으로 연결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문헌]
-이글먼, 데이비드 (전대호, 역). (2017). *더 브레인: 삶에서 뇌는 얼마나 중요한가?* 해나무.
- Hamlin, J. K., Wynn, K., & Bloom, P. (2007). 언어 이전 영아의 사회적 평가. *Nature*, 450(7169), 557-559.
- Davis, J. I., Senghas, A., Brandt, F., & Ochsner, K. N. (2010). 보톡스 주사의 감정 체험 효과. *Emotion*, 10(3), 433-440.
- Eisenberger, N. I., Lieberman, M. D., & Williams, K. D. (2003). 사회적 배제의 fMRI 연구: 거부는 통증을 유발하는가? *Science*, 302(5643), 290-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