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만드는 작은 차이
나쁜 습관을 지속하는 이유는 그런 습관들이 뇌에 필수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다. 우선 당신의 나쁜 습관이 어떤 욕구를 채워주고 있는지 파악한 뒤 그 욕구를 대신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다른 습관으로 대체해야 한다.
『당신의 뇌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잠들기 직전까지 핸드폰을 보다 자는 것, 저녁이면 야식과 함께 넷플릭스를 트는 것, 퇴근길 지하철에서 쇼츠를 무한 스크롤하는 것. 이제는 좀 줄여봐야지 다짐해 보지만 쉽지 않습니다.
작은 습관 하나 바꾸는 게 왜 이렇게 힘든 걸까요? 좋은 습관을 만드는 건 또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오늘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뇌과학적 지식을 파헤쳐보겠습니다.
내가 먹고 싶은 건 커피일까, 사회적 유대감일까?
점심 식사 후, 습관적으로 떠오르는 커피 한 잔. 단순히 커피나 빵을 먹고 싶은 이유 뿐이었을까요? 동료와 커피 타임을 가지며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깊은 '유대감'을 느끼고 싶은 마음 때문었는지 모릅니다.
우울할 때 단 음식이, 화가 날 때 매운 음식이 당기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기분이 가라앉는 건 세로토닌 수치가 낮아서인 경우가 많은데, 이때 단 음식을 먹으면 세로토닌 합성이 촉진됩니다.
매운 음식 역시 통증 수용체를 자극해 천연 진통제인 엔도르핀을 분비시켜 스트레스를 완화해 줍니다. 우리 뇌는 이러한 즉각적인 보상을 기억했다가, 비슷한 순간이 오면 그 음식을 다시 찾게 만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행동 뒤에 숨어 있는 진짜 욕구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심리학의 자기 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SDT)에 따르면, 인간의 모든 행동은 궁극적으로 세 가지 기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것입니다. 스스로 선택하고 싶은 자율성, 무언가 잘 해내고 싶은 유능성, 그리고 타인과 연결되고 싶은 관계성입니다. 우리가 반복하는 그 습관은, 사실 이 중 결핍된 무언가를 채우려는 내 안의 조용한 외침이었는지 모릅니다.
습관은 신호(Cue), 반복 행동(Routine), 보상(Reward)이라는 세 개의 고리로 이루어집니다. 신호는 습관을 실행하도록 자극하는 트리거(시간, 장소, 감정 상태 등)를 말합니다. 이에 반응하여 나타나는 익숙한 움직임이 반복 행동이며, 그 결과로 얻게 되는 쾌감이나 성취감이 바로 보상입니다.『습관의 힘』을 쓴 찰스 두히그는 이를 '습관 루프'라고 불렀습니다.
이와 관련된 유명한 실험이 있습니다. 바로 신경과학자 울프람 슐츠(Wolfram Schultz)의 실험인데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원숭이에게 레버를 누르게 한 뒤 보상으로 과일 주스를 줍니다. 처음에는 실제로 보상(과일 주스)이 주어져야 뇌의 쾌락 중추(측좌핵)가 활성화됩니다. 하지만 학습이 반복되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주스를 마시기도 전, 레버(신호)를 누르는 것만으로도 도파민이 분비된 것입니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뇌가 이미 보상을 기대하며 행동을 강력하게 원하는 상태가 된 것이죠. 우리가 특정 시간이나 상황에서 나쁜 습관을 참기 힘든 이유는, 측좌핵과 보상회로가 만들어낸 강력한 힘 때문이었습니다.
나쁜 습관, 끊지 말고 대체하세요!
언제나처럼 저녁마다 야식의 유혹이 찾아옵니다. 이럴 때 무작정 참거나 잠자리에 드는 걸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잠시 동안은 버틸 수 있겠지만, 의지력은 곧 바닥을 드러냅니다. 그러고 나면 오히려 식욕은 더 폭발합니다.
나쁜 습관을 무조건 끊는 것은 정답이 아닙니다. 뇌과학은 나쁜 습관을 바뀌기 위해서는 대신 그 자리를 채울 '대체제'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의지력의 힘만으로는 뇌의 강력한 명령을 이길 수 없습니다.
오늘부터는 이렇게 해보세요.
첫째, 나만의 트리거(Trigger)를 찾아보세요. 내가 어떤 것에 자극받는지 가만히 들여다보는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평상시에 나를 자주 살펴야 합니다. 유독 특정 시간만 되면 간식이 당기지 않는지, 주로 아이들에게 화를 내게 되는 상황은 언제인지, 혹은 필요 없는 물건을 사게 되는 때는 언제인지 살펴보세요. 나의 패턴을 인지할 때, 비로소 변화도 가능해집니다.
둘째, 행동 뒤에 숨은 진짜 '욕구'를 인지하세요.
나를 반복적인 행동으로 이끄는 실체는 무엇일까요? 진짜 음식을 먹고 싶어서였을까요? 누군가의 공감을 얻고 싶었다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할 곳이 필요했던 건 아니었을까요? 우리가 무언가를 먹거나 사는 것은 배고픔이나 필요 때문이 아니라, 숨겨진 결핍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내게 지금 필요한 것이 휴식인지, 마음의 위로인지 들여다보세요. 때로는 그저 '내가 내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있다.'는 통제감이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셋째, '대안 행동'으로 바꿔보세요. 신호와 보상, 그 사이에는 행동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행동만 살짝 바꾸면 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주말 저녁, 밥을 먹고 나면 꼭 야식이 생각난다면, 야식 끊기 대신 요구르트나 건어물 같은 가벼운 간식으로 바꿔보는 겁니다. 퇴근길에 쇼츠를 무한 스크롤 하게 된다면, 갑자기 끊는 대신 경제유튜브나 자기 계발 콘텐츠를 보는 겁니다. 스트레스로 무언가 사고 싶은 강한 열망이 올라온다면, 충동구매 대신 '충동 책 구매'나 '장바구니에 담아두기'는 어떨까요? 나쁜 습관을 단번에 끊어내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 대신 내 욕구를 채울 수 있는 건강한 습관으로 대체해 본다면 변화는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을 겁니다.
변화는 어렵지만 '대체'는 어렵지 않다.
"올해는 진짜 이것만은 안 하겠다" 혹은 "이것만은 꼭 해보고 싶다"생각한 것이 있으신가요? 나만의 루틴 만들기, 책 읽는 습관 들이기, 주 3회 달리기 하기 등등. 여러 가지 목표를 세워보지만 지키기 쉽지 않습니다.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올해는 나를 좀먹는 나쁜 습관을 멈추는 것부터 시작 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나쁜 습관은 끊는 것이 아니라, 바꾸는 것입니다.
[참고 문헌]
- Schultz W. "A neural substrate of prediction and reward." Science, 275(5306), 1593-1599 (1997)
- Smith KS, Graybiel AM. "Habit Formation." Dialogues in Clinical Neuroscience, 18(1), 33-43 (2016)
- 가비아 톨리키타(Gabija Toleikyte),『당신의 뇌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비즈니스북스, 2022
- 찰스 두히그(Charles Duhigg),『습관의 힘』 (The Power of Habit),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