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와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
우리의 몸은 왜 이런 성가시고 곤란한 일을 겪어야 할까? 답은 아주 간단하다. 유연하고 곧바로 사용할 수 있으며 고도로 조절되는 스트레스 반응이 없다면, 우리는 죽고 말 것이다.
『브레인 룰스』 247p
현대인의 삶은 스트레스에 연속입니다. 끝없이 울려대는 스마트폰 알림, 출근길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지하철, 밤사이 잔뜩 쌓인 업무 메일까지, 피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스트레스가 단순히 불편함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처럼, 우리 몸과 마음에 영향을 줍니다. 특히 오랜 기간 지속되는 만성 스트레스는 고혈압, 당뇨, 우울증, 심지어는 암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오늘은 스트레스는 나쁘기만 한 것인지, 피할 수 없다면 건강하게 다루는 방법은 뭐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스트레스를 완성하는 3요소
우리는 흔히 '스트레스'라고 뭉뚱그려 말하지만, 『브레인 룰스』에서는 세 가지 요소가 모두 갖춰져야 스트레스로 정의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첫 번째로는 측정 가능한 신체 반응입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타나는 몸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심박동수와 혈압이 상승하고, 혈액검사를 통해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의 상승이 나타납니다.
두 번째는 피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상황입니다. 불쾌하거나 위협적이어서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을 말하죠. 상사와의 면담을 앞두고 아예 출근 자체를 피하고 싶어진다거나, 거래처와 미팅을 앞두고 온몸이 긴장되어 얼어붙는 것이 이에 해당합니다.
마지막으로 통제 불가능한 일입니다. 앞에 놓인 일이 너무 압도적이어서 상황을 조절하거나 관리할 수 없다고 느껴지는 경우를 말합니다. 예를 들면, 갑자기 질병 진단을 받고 이를 피할 수 없어 무력감을 느끼거나, 가까운 이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 때 등이 있습니다.
즉, 스트레스란 생리적으로 측정 가능한 신체 반응이 일어나고, 회피하고 싶을 만큼 위협적이며, 그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같은 상황, 그러나 스트레스의 크기는 각자 다르다.
꽉 막힌 출근길, 누군가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지만 누군가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요? 왜 같은 상황에서 누군가는 거대한 파도처럼 요동치고 어떤 사람은 호수같이 고요한 걸까요?
스트레스를 느끼는 정도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 입니다. 뇌의 물리적 구조의 차이, 유전적인 요인, 성격이나 과거 경험, 현재 몸의 상태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겪은 트라우마가 편도체를 과하게 활성화시키면 평생 스트레스에 민감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조절하는 시스템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게 작동합니다.
완벽주의 성향이 강하거나 통제 욕구가 높은 사람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입니다. 심지어 같은 사람일지라도 잠을 충분히 잔 날과 그렇지 못한 날, 혹은 감정 상태에 따라서도 반응이 달라집니다.
통제 가능한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하라!
그렇다면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우리가 집중해야 할 부분은 '통제 가능한 영역'입니다. 타고난 성격이나 어린 시절의 경험은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나의 취약점을 파악하고, 일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관리하며,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기르는 것은 노력으로 가능합니다.
먼저 스트레스를 덜 받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스트레스 취약 포인트 파악하기
사람마다 주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다릅니다. 배가 고플 때, 집중하고 있는데 방해를 받을 때, 체력이 떨어졌을 때, 아침에 일어난 직후 등등.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편안한 마음 상태일 때 내 감정을 자주 살펴보고, 감정변화가 생기는 지점이 어떤 때였는지 파악합니다. 이렇게 하면 스트레스에 취약해지는 상황을 미리 예방하고, 큰 화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2. 위험 신호 미리 차단하기
체력이 떨어졌다면, 퇴근 후 바로 가족들을 마주하기보다 잠시 회복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여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5분 정도 침대에 누워 있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해야 할 일이 쌓였을 때는 '거절'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모든 일을 다 해내는 기계가 아닙니다. 이미 충분히 가득 찬 할 일 목록에 압도됐다면, 아니오라고 말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그게 어렵다면 '지금 중요하고 급하게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어 나중이 도와드려도 될까요?'라고 유예하면 됩니다. 스트레스는 누구보다 중요한 나를 돌보라는 몸의 신호입니다.
3.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예상되는 스트레스 상황을 미리 그려봅니다. 이런 일이 있을 때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까 미리 정해두는 겁니다. 예를 들면, 상사가 "넌 일을 이렇게 밖에 못 해?"라고 말할 때, 평소에는 '난 왜 이렇게 바보 같지?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라고 생각했다고 합시다. 그럼 이렇게 바꿔보는 겁니다. '지금 내가 내놓은 보고서가 부족하니 더 노력해 달라는 말이구나.'라고요. 상사의 말속에도 불안한 감정과 성취의 욕구가 뒤엉켜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피할 수 없다면 건강하게 공존하라!
여러 가지 시도를 했지만 모든 스트레스를 다 막을 수는 없습니다. 또한 스트레스는 무조건 피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단기적인 스트레스는 순간적인 에너지를 주어 위험한 일을 피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는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여주고, 면역기능도 일시적으로 높여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다루는 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첫째, 나에게 맞는 스트레스 해소법을 미리 준비해 두세요. 스트레스 상황에서 해소법을 떠올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커피와 달달한 디저트, 마음을 가라앉히는 음악,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기, 좋아하는 책 읽기, 유튜브에서 긍정확언 듣기 등등. 어떤 활동이 나에게 가장 잘 맞는지 미리 파악해 두세요.
둘째, 효과 없는 방법은 피하세요. 폭식, 소리 지르기, 물건 던지기 같은 대처 방식은 스트레스를 가라앉히는 데 효과가 없습니다. 오히려 교감신경을 자극해 더 흥분하게 되고, 후회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합니다.
대신, 펜을 들고 기록해 보세요. 어떤 상황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적고, 내가 어떤 지점에서 폭발했는지 살펴보세요. 그다음 실제로는 어떤 의미였는지 객관적으로 다시 적어보세요. 이렇게 적는 활동만으로도 논리적인 좌뇌가 활성화되어 흥분 상태를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또한 감정과 생각을 분리할 줄 알면 편도체 활성화를 억제할 수 있습니다.
셋째, 꾸준한 관리로 스트레스에 대항하세요.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을 키워두면 체력의 급격한 방전을 막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미 받은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낮출 수도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 상황 후 한 번의 유산소 운동만으로도 혈압 반응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합니다.
감정이 소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마음을 위한 운동도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명상이나 독서 같은 활동이 도움이 됩니다. 명상은 공포와 불안에 관여하는 편도체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것을 막아주고, 독서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를 활성화해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됩니다.
건강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가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이고, 면역력을 강화합니다. 만약 스트레스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위험한 상황에서 태평하게 있다가 목숨을 잃고,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도 집중하지 못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문제는 스트레스가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자세입니다. 평소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건강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스트레스를 성장을 위한 피드백으로 받아들이고, 좋아하는 다른 활동으로 건강하게 털어낼 수 있다면, 더 가벼운 마음으로 내일을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문헌]
- 존 메디나 지음, 서영조 옮김 (2009). 『브레인 룰스』. 프런티어.
- Kim, J. J., & Diamond, D. M. (2002). The stressed hippocampus, synaptic plasticity and lost memories. *Nature Reviews Neuroscience, 3*(6), 453-462.
- 조지훈, 김병채 외 (2013). "Acute stress facilitates long-term potentiation (LTP) in the hippocampus through calcium-permeable AMPA receptor synaptic insertion". Brain, 136(11), 3404-3419.
- Dhabhar, F. S. (2014). "Enhancing versus Suppressive Effects of Stress on Immune Function: Implications for Immunoprotection versus Immunopathology". American Psychologist, 69(5), 301-314.
- Hamer, M., Taylor, A., & Steptoe, A. (2006). The effect of acute aerobic exercise on stress related blood pressure response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Biological Psychology*, 71(2), 183-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