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을 되살리는 뇌과학의 비밀
누군가 만약 외적 보상 때문에 학습을 한다면, 보상을 받고 나면 학습은 종료될 겁니다. 또 외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 학습을 한다면, 그 위협을 피한 뒤에는 더 이상 학습이 일어나지 않겠죠.
하지만 쉽게 해소되지 않는 호기심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찾아다니게 만듭니다.
『멍청해지기 전에 읽는 뇌과학』 120p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님의 가장 큰 고민은 아마도 "어떻게 하면 스스로 공부하게 할 수 있을까?" 일 것입니다. 게임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하는데, 공부는 수백 번을 말해야 겨우 합니다.
그런데 이런 고민은 우리들만의 문제는 아니었나 봅니다. 글을 발명한 메소포타미아 수메르인의 기록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원전 3300년경부터 학교(edubba)가 생겼고, 아이들이 공부에 집중하지 않아 엄격한 규율과 체벌이 필요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이 고민은 언제쯤 끝낼 수 있을까요? 아이를 스스로 공부하게 만드는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요?
그렇다면 어른이 된 우리에게는 어떨 때 열정이 생겨날까요? 그리고 그것을 지속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오늘은 식지 않는 열정을 원천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아이가 가끔 무언가에 빠져 한참 동안 몰입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공부할 때는 아니었죠. 이 기회를 놓치기 싫어 물어봤습니다.
"너 뭔가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할 때 있잖아. 그럴 때는 왜 그러는 거야?"
"그냥 하고 싶어 져서."
별거 아닌 이야기로 넘길 수도 있는 이 한마디, 아이의 짧은 대답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심리학자 Vallerand는 외부 보상 없이도 하고 싶어 지게 만드는 내재동기를 3가지로 분류했습니다.
• To Know(알고 싶어서): 호기심에서 비롯된 학습 욕구
• To Accomplish(성취하고 싶어서): 목표 달성의 즐거움
• To Experience(경험하고 싶어서):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갈망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일,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것에서는 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나지 않습니다. 아이의 "하고 싶어서"라는 말속에 숨겨진 의미는 '호기심'이었습니다.
바로 여기에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누가 시켜서 했을 때는 나오지 않는 힘입니다. 알고 싶고, 궁금하고, 그래서 재미있습니다. 이것은 인류가 세상을 탐구하게 만든 본능이었습니다. 이 강렬한 열망이 없었다면, 새로운 대륙을 발견하지도, 온라인으로 전 세계를 연결하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스스로의 동기로 만들어진 호기심은 강력합니다. 놀이처럼 빠져들게 하고, 시련에도 지속하게 하며, 그 결과 세상에 없던 것들을 만들어냅니다.
잔소리 대신 '호기심'을 자극하세요.
호기심은 언제 생겨날까요? 책을 읽다가 막혔을 때, 배워서 알고 있지만 퍼즐의 한 조각이 채워지지 않았을 때, 심심해서 도저히 못 참겠을 때 호기심은 생겨납니다. 학원 숙제, 선행 학습, 게임으로 채워진 하루로는 일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스스로의 동기가 없고, 궁금함이 생기기 전에 배우고, 심심할 틈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멍 때림, 지루한 시간을 허락할 수 있을때, 비로소 호기심과 열정이 생겨납니다.
해야할 일, 학원 숙제에 파묻혀 아이의 호기심을 놓치지 마세요. 눈을 크게 뜨고 아이의 흥미를 관찰하세요. 그리고 그에 관련된 활동을 제공하세요. 거기에서부터 관심 분야를 넓혀나갈 수 있습니다.
아이가 공룡을 좋아한다면 공룡 화석을 보러 가세요. 거기서 역사를 보여주고 지질학을 알려주세요. 아이가 말하는 걸 좋아한다면 세계 여러 나라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그리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보게 하세요. 그렇게 하면 과학학원에서는 길러주지 못하는, 독서논술에서는 갖지 못하던 흥미를 갖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방법을 실천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겁니다. 저 역시 마음 한편에 불안함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다 우리 애만 뒤처지면 어떡하지? 좋은 대학에 못 가서 힘들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그러나 아이에게도 스스로의 약점과 강점을 파악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아이에게 실패를 허락해 주세요.
위대한 발견은 수많은 시도와 실패 끝에 나옵니다. 그리고 그 지루한 과정을 견딜 수 있는 힘은 스스로 선택한 일, 호기심에서 시작한 일일 때만 생겨납니다.
왜 가던 길로만 가게 될까?
Daw et al. (2006, Nature)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 뇌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행동을 선택할 때 착취(exploitation)와 탐험(exploration)상태를 오간다고 합니다. 기존에 해왔던 방식을 유지하려는 것을 착취 상태,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을 탐험 상태라 부릅니다.
착취 상태, 즉 기존에 좋았던 방식을 유지하는 선택은 도파민 시스템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실제 뇌에서는 복측선조체(striatum)와 복내측 전전두피질(vmPFC)이 이에 관여합니다. 복측선조체는 도파민 신호를 받아 '이 행동이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합니다. 복내측 전전두피질에서는 '이 결정이 다른 대안보다 더 가치가 있는지'를 비교합니다.
결과가 충분히 만족스러웠을 경우 그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높아지고, 그게 아닐 경우 새로운 방식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새로운 시도 끝에 우연히 더 큰 보상을 만나게 되면 다음에도 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죠. 뇌는 이렇게 여러 조건을 비교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결정을 내립니다.
그러나 때로는 안전한 선택이 자신을 위험한 쪽으로 내몰 수 있다는 것은 알지 못합니다. 항상 달콤한 과일을 주던 나무가 기후변화로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됐을 때, 기존에 좋았던 선택은 더이상 좋은 선택이 아니게 됩니다. 세상에는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예측 가능한 일보다 많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 파급력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기존에 다니던 길만 가서는 새로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합니다. 늘 해오던 쉬운 선택들로는 실패를 딛고 일어설 힘을 기르기 어렵습니다. AI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모르는 지금, 과거 어느 때보다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어쩌면 기후변화 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올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살아온 것과 같은 방식이 앞으로도 유효하다고 장담할 수 있으신가요?
아이에게는 어른들이 제시한 정답보다 자신이 찾은 해답이 필요합니다. 설령 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시행착오의 과정 자체가 급변하는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든든한 자산이 되어줄 것입니다.
'호기심'은 아이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은 주로 어떤 선택을 하고 계신가요? 매일 가던 길로 출근하고, 전에 성공적이었던 메뉴를 고르고, 재미가 보장된 베스트셀러만 읽고 계시진 않나요? 그러나 이따금씩은 탐험도 필요합니다. 뇌는 이미 익숙해진 일에는 에너지를 쓰지 않기 때문이죠. 예상했던 일 앞에서 뇌는 더이상 배우지지 않습니다.
낯선 곳에서 길을 잃고 헤맬 때,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맛볼 때, 새로운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우리 뇌는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가끔은 새로운 시도로 잠자고 있던 뇌를 깨워주세요.
오늘 하루 궁금함으로 가득한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세요. '왜'라는 의문을 품고 나와 주변을 탐색해보세요. 그리고 내 호기심을 끄는 것이 있다면 시도해보세요. 어느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빠져든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참고문헌]
-이인아 (2025). 『멍청해지기 전에 읽는 뇌과학』, 오리지널스.
- Schultz, W., Dayan, P., & Montague, P. R. (1997). A neural substrate of prediction and reward. Science, 275(5306), 1593-1599.
- Ryan, R. M., & Deci, E. L. (2000). "Self-Determination Theory and the Facilitation of Intrinsic Motivation, Social Development, and Well-Being" (American Psychologist)
- Vallerand, R. J. (1997). *Toward a hierarchical model of intrinsic and extrinsic motivation*. Advances in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29, 271-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