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퇴사를 고민하며

뭐든 처음이 어렵지

by Iro


내 첫 전자책 《아무튼, 해봤습니다》에 이어 브런치의 첫 글이 퇴사이야기가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





첫 번째 퇴사 후 3년의 시간이 흘렀다. 대학병원 간호사를 그만두는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긴 고민의 시간이 필요했다.


"나를 받아주는 곳이 있을까?" , "여기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능력이 부족한 건 아닐까?", "그만두고 나면 후회하지 않을까?"


고민의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퇴사 후 나는 너무 행복했다.


3교대 출근을 위해 저녁 8시에 타던 광역버스를 보기만 해도 우울해졌던 나였는데.


이제는 버스를 볼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 든다. '아, 이제 더 이상 그곳으로 가지 않아도 돼'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새로운 직장을 두고 이제 또다시 퇴사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3년 전이다. 기대와 희망을 안고 온 이곳에는 A라 불리는 빌런이 자리하고 있었다.


처음엔 알지 못했다. '왜 이렇게까지 잘해주지?'싶을 정도로 챙겨주었으니까. 그러나 친절한 얼굴 뒤엔 나를 끌어내리려는 속마음이 숨어있었다.


용케도 잘 버텼고 2년쯤 되었을 때 자리도 조금은 떨어졌다.


그러나 뒤에서 하는 험담은 자리가 멀어진 것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내 업무량을 나보다 더 빨리 파악하고 상사에게 전달했고, 그때마다 나는 A의 일을 떠맡아야 했다.


내가 바쁠 땐 다른 후배와 동료에게 일을 넘겼다. 본인이 한가할 때는 바쁜 척도 함께해 가며.


결국 새로 들어오는 사람마다 A와의 문제로 퇴사를 선택했다.



흥미롭게도 퇴사를 고민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A가 아니었다. 기존 과장의 빈자리에 새롭게 앉게 된 A의 직속상사 B 때문이었다.


몇 년 전 A와의 문제로 힘들어할 때에 내게 그랬듯, 이번에 면담을 한 후배에게도 별거 아니라는 반응이다.


후배는 자리를 분리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옮겨달라고 한 사람이 옮기는 게 맞다는 논리다.


A 말투가 그런 거지 나쁜 사람은 아니라며, 일은 퍼펙트하게 잘한다고 감싸기까지.



그러고는 내게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자리는 옮겨달라고 한 사람이 옮기는 게 맞는 거예요."

순간적으로 그게 맞는 건가 싶어 "네"라고 수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세게 말이 건너온다.


그 후로도 자리이동의 행정 절차가 얼마나 불편한지, 연구비 매칭은 또 얼마나 복잡한지에 대해 손가락 두 개로 책상을 툭툭 쳐가며 알려준다.


"안 돼도 어쩔 수 없고, 일단 그렇게 알고 있어요" 라며 생전 들어보지 못한 속사포랩처럼 이야기한다.


그렇게 혼자 열변을 토하더니, 서둘러 일어나며 마무리하는 모습에 제법 당황했지만 "감사합니다"라며 방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핵심은 자리가 아니다. 말투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대하는 처세도 아니다.


지속적으로 동료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했던 말을 바꾸고, 다른 사람이 한가하다 말하며 일을 떠넘기고, 자기는 억울하다는 프레임으로 오히려 상대방을 가해자로 몰아가는 것이 문제다.



며칠간 마음을 추스르며 생각을 정리했다. 모든 직원들이 오래된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 주장했지만, 과에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그녀와 A만이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새로운 고민이 시작됐다. 퇴사할까? 말까?


이제 그 결정의 시간들을 기록해보려 한다.


3년 전의 나는 혼란스러웠다. 임상의 예측할 수 없는 응급상황과 태움이라는 문화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나가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상상도 안 됐다.

그러나 이제 안다. 어떤 게 나를 위한 선택인지. 도망치는 건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시도인 건지.


그렇기에 두 번째 퇴사는 끝이 아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한 출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