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아무것도 안해도 되는걸까?

창의성을 높이는 창의적인 방법

by Iro
폴트 모드 네트워크 상태일 때 두뇌에서는 그동안 외부 환경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를 활발하게 흘려보내며 불필요한 정보를 삭제하고 정보를 서로 결합하는 활동이 이루어진다. 렘수면 상태에서 일어나는 두뇌 활동과 유사한 일들이 두뇌가 휴식하는 동안 벌어지는 것이다.

공부나 일로부터 동떨어진 상태에서 한가롭게 지내거나 긍정적인 사고를 하며 행동할 때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이러한 활동을 통해 통찰력 있는 해법을 찾고 창의적 사고를 떠올린다.

『처음 만나는 뇌과학 이야기』 224p


'멍 때리기 대회'를 아시나요?


이 대회에서는 90분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우승자가 됩니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과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시간 낭비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2014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런 대회가 생길 정도로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힘들어합니다. 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막상 휴식 시간이 주어지면 오히려 불안해집니다. 무의미하게 시간만 흘려보내는 것 같고, 나만 뒤처질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뇌과학은 말합니다. 멍 때리는 순간, 뇌는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오늘은 뇌과학이 밝혀낸 휴식의 비밀에 대해 살보겠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정말 시간 낭비일까요?


'그냥 쉬느니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아무것도 안 하면 나만 뒤처지는 거 아닐까?'

'남들만큼 해서는 남 이상 될 수 없다는데'


쉬고 있을 때 머릿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지 않으시나요? 저는 그런 생각이 들어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할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뇌과학의 연구 결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에도 우리 뇌는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겁니다. 놀라운 점은 오히려 집중할 때 못지않게 많은 에너지를 쓴다는 점입니다.


아무런 인지적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우리 뇌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길래 그렇게 바쁜 것일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왜 뇌는 활발하게 움직이는 걸까?


신경과학자 라이클(Raichle, 2001)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상태에서 뇌의 특정 영역이 오히려 높은 활성도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더 놀라운 점은 과제에 집중할 때 이 영역의 활동이 오히려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라이클은 이 영역을 '뇌의 기본 상태'라는 의미에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 Default Mode Network)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DMN은 한마디로 '아무것도 안 할 때' 켜지는 뇌의 내부 네트워크입니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볼 때, 눈을 감고 누워 있을 때, 샤워를 하며 아무 생각 없이 있을 때 활성화되는 바로 그 영역입니다. 이 네트워크는 특정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일시적으로 멈췄다가, 과제가 끝나는 순간 0.5초 이내에 즉시 활성화됩니다. 뇌가 외부 자극에서 벗어나는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죠.


그렇다면 DMN은 이 시간 동안 무엇을 하는 걸까요? 우리는 단순히 쉬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쉬는 동안 뇌는 오히려 더 열심히 일하고 있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과거의 기억을 정리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타인의 의도를 이해하는 것처럼 고차원적인 정신 활동을 처리합니다. 또한 외부 자극이 줄어든 상태에서, 평소에는 서로 관련되지 않았던 개념들이 자유롭게 연결되면서 창의적인 사고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멍 때리는 시간은 결코 낭비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뇌가 가장 중요한 일을 처리하는데 꼭 필요한 시간입니다. 창의적 사고와 통찰력은 책상 앞에서 집중할 때가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순간에 조용히 자라고 있습니다.




창의력이 필요할 때, 3단계 멍 때리기 루틴


창의력을 깨우는 방법, 생각보다 훨씬 간단합니다. 오늘의 실천은 그냥, 진짜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너무 한가한 소리처럼 들리시나요? 스티브 잡스도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맨발로 천천히 걸으며 마음의 소리를 듣거나, 걸으면서 디자인 논의를 했다고 합니다. 멍 때림은 단순한 시간낭비가 아니라, 창의적 사고를 위한 의도된 게으름이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그래서 단계적으로 '하는 것(Doing)'을 줄여, 최종적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존재하는(Being)'상태로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1단계는 몸만 움직이는 것입니다.

몸은 바쁘게 두되, 생각은 잠시 내려놓으세요. 처음에는 산책하기, 달리기처럼 조금 힘이 들지만 익숙한 동작이 좋습니다. 설거지하기, 샤워, 화장실 청소처럼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도 좋습니다. 여건이 된다면 악기 연주, 그림 그리기, 시 낭독처럼 한 가지 활동에 집중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몸이 바삐 움직이는 동안에 머리는 자연스럽게 쉬어갑니다.


2단계는 하나만 파고드는 것입니다.

질문을 하나 던지고, 그것에 대해서만 생각해 보세요. "내가 원하는 5년 뒤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내가 만약 우주에 혼자 남겨졌다면 어떤 것을 해야 할까?",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장점은 무엇일까?"등 관심 있는 어떤 내용의 질문도 좋습니다. 답을 내려야 한다는 부담 없이, 그냥 떠오르는 대로 흘려보내세요.


3단계는 그냥 관찰하는 것입니다.

아무 일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어보세요. 창밖의 나무, 흘러가는 구름,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도 좋습니다. 3분에서 10분, 그냥 바라보기만 하면 됩니다. 잡념이 떠오르면 억누르려 하지 말고, 알아차린 뒤 다시 시선을 돌리면 됩니다.


생각보다 어려우신가요? 무언가를 하는 것 못지않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자꾸 딴짓을 하는 자신을 발견해도 실망하지 마세요. 그걸 알아차리는 것 자체가 이미 연습의 일부입니다.

오늘은 딱 1분만 시도해 보세요. 내일은 그 1분이 생각보다 빨리 지나가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연습으로 세상의 소음을 차단하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오늘은 멍 때림의 뇌과학적 의미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기술이 우리를 편하게 해 주고, AI가 우리의 시간을 아껴주고 있지만, 여전히 바쁘게 살아갑니다. 남들보다 더 빠르게, 어제보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뇌과학은 말합니다. 끊임없이 달리고 있을 때가 아니라 잠시 멈춤일 때, 우리 뇌는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그때에야 비로소 자신과 미래를 위한 사고가 가능해진다고. 그러니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입니다.


멍 때리는 시간은 더 이상 시간 낭비가 아닙니다. 우리의 미래를 빛나게 해줄 보석같은 시간입니다.





[참고문헌]

- Raichle, M. E., MacLeod, A. M., Snyder, A. Z., Powers, W. J., Gusnard, D. A., & Shulman, G. L. (2001). A default mode of brain function.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98(2), 676-682.

- Andrews-Hanna et al. (2014), "The default network and self-generated thought

- Creativity and the default network: A functional connectivity analysis of the creative brain at rest

-양은우, 『처음 만나는 뇌과학 이야기』, 카시오페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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