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면담과 그 이후
지난주 온라인 면접에서 떨어진 이후,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렀다. 이대로는 안될 것 더 적극적으로 지원서를 넣었다. 하루라도 빨리 이곳을 나가고 싶었고, 기약 없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확률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장기적으로 근무할 곳을 찾는데 이렇게 아무 데나 넣어도 되나?'라는 우려도 생겼다. 하지만 마음은 머리와는 다르게 바삐 움직인다.
이틀 전 두 번째 서류합격 연락이 왔다. 그리고, 두 번째 입사 면접을 보았다. 온라인 면접에서 발표불안 트라우마로 덜덜 떤 이후로 내심 걱정이 되었다. 유튜브로 면접준비 영상을 찾아보고, 1분 자기소개를 정리해 봤다. 알고리즘에 끌려 자연형 자기소개부터 마무리 질문하기까지 홀린 듯 시청했다. 이러다가는 영상시청만 하다가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았다. 결국 마음을 안정시켜 줬던 영상을 찾아본다. 그렇게 준비 아닌 준비를 하며 면접 장소로 향했다. 경쟁자들과 현 직장에 대한 담소를 나누면서도 '이 중에 누가 될까' 하는 계산적인 생각이 떠오른다.
다행히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기다리지 않아 합격 연락을 받았다. 면접 때 얘기했듯 현재 근무자 모두가 퇴사 예정으로 빠른 입사를 요청했다. 이유가 궁금했지만 묻지 못한 채 그러겠다고 답했다. 그렇게 지원서를 넣었는데 두 번의 면접 기회를 얻으니 마음이 약해졌나 보다. 다음날 빠르게 퇴사 면담을 진행했다. 역시나 예상했다는 듯 덤덤하다. "그러세요, 예전부터 분위기 안 좋은 거 다 알고 있어요" 그분에게 벌써 전해 듣고 계셨던 거다."그럴 거면 미리 얘기를 하지 그럼 두 명 뽑았을 텐데." 그 무심한 말투가 오늘은 다행이다 싶었다. 빨리 정리하고만 싶을 정도로 지쳤으니까. 나보다 조금 일찍 퇴사한 후배가 겪었던 과정을 익히 알고 있기에 연차 사용에 대해서도 함께 확인해야겠다 싶었다. "요즘 트렌드는 그런가 본데, 다 쓰고 나가세요." 이건 당연한 권리를 눈치를 봐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말이었지만 더 이상 감정을 소모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마무리하고 팀장님과 나머지 이야기를 했다. 이번엔 작년엔 급여인상 대신 받았던 연차가 문제가 되었다. 올해 인상분을 주었으니 작년에 받은 연차를 토해내야 한단다. 그렇게 치면 작년분까지 소급해서 올려줘야 하는 게 맞는 거라 얘기했지만 또 모르쇠로 일관한다. 그 뒤로도 마주칠 때마다 무엇을 요청할까, 어떻게 틈을 비집고 들어올까 준비하고 대비하다 보니 진이 다 빠진다. 밥맛이 없어도 억지로 먹어서였는지 속도 좋지 않다. 양손에는 가득 짐을 챙겨 왔다. 여러 번 옮겨야지 하면서도 최대한 많이 가져오고 싶었다. 직장에서 사용한 물건이 이렇게 많았나 싶다. 이걸 다 새로 간 곳에서 쓸지도 모르겠고, 무슨 욕심을 이리 냈나 싶다. 그때는 여기를 천년만년 다닐 줄 알았었다. 그렇게 양쪽 어깨에 무겁게 짐을 지고, 아픈 속을 부여잡으며 집에 돌아왔다. 집에 오자마자 긴장이 풀리며 살 것만 같다. HOME SWEET HOME이 절로 떠오른다. 이렇게 편안하고, 이렇게 감사한 곳인 줄 오늘에야 느껴진다.
앞으로도 버틸 날이 좀 남았다. 다행히 연차를 써서 길지는 않을 것 같다. 매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곳, 그래도 좋은 곳으로 간다고 생각하려 한다. 퇴직금 포함 급여의 함정에 빠져 약간 멘털이 털렸지만 어쩌겠는가. 급여체계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그것까지 생각해서 결정할 수 있을 만큼 마음의 여유도 없었는걸. 아직 계약서를 쓸 기회가 있으니 잘 될 거라 믿어보자. 아니면 또 뭘 할 수 있겠는가. 인생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을 이제 알만큼 아는 나이니까. 먼 훗날 언젠가 돌아보면 이런 일들은 떠오르지도 않을 테니까.
감사하자. 일할 곳이 있음에, 월급을 받을 수 있음에, 지친 몸 뉘일 침대가 있음에, 그리고 언제나 나를 믿어주고 사랑해 주는 남편과 가족들이 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