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조금 더 틀려야 했다

실패할수록 단단해지는 사람들의 특징

by Iro
우리 뇌는 받아들이는 입력 정보들을 예측하려 애쓰며, 놀람이나 에러의 정도에 따라 그 예측을 조정한다. 따라서 배운다는 것은 결국 예측 불가능한 것을 줄이는 작업이다.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 310p


'잘못했다고 말하면 일이 커질 것 같은데, 그냥 조용히 넘어갈까?’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야. 솔직하게 말하고 해결책을 찾아보자.’


여러분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우신가요? 사실 저는 전자에 가까웠습니다. 무능해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되고, 책임지는 것도 두려웠습니다. 혼날까 봐 솔직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모습은 직장에서만 나타나지 않습니다. 학교나 가정에서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누군가는 남 탓을 하거나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 할 때, 누군가는 실수를 당당히 드러내며 성장의 발판으로 삼습니다.


이 차이는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요? 오늘은 실수 앞에서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리고 그 반응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뇌과학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는 틀리지 않기 위해 공부했다

우리는 시험을 잘 보기 위해 열심히 공부합니다. 높은 점수를 맞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학생들도 있죠. 배운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고자 하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학생들을 서열화하는 도구로 전락했습니다. 부족한 부분에 대한 피드백 은 바랄 수도 없는 게 현실입니다. 심지어 우리 세대에는 틀린 개수에 따라 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무의식 중에 실패나 실수는 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됩니다.




틀리는 순간, 뇌는 깨어난다

그러나 뇌과학은 실수는 피해야 할 함정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실패의 경험을 쌓을 것을 권합니다. 인지 심리학자 Roediger & Karpicke (2006)는 '인출 연습 효과(Testing Effect)'라는 개념으로 이를 설명합니다.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읽는 것보다, 기억에서 끄집어내려는 시도 자체가 기억을 훨씬 강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특히 단기 기억보다 일주일 뒤의 장기 기억을 측정했을 때 그 효과는 더욱 강력했습니다. 즉, 시험을 보는 행위 자체가 장기기억을 위한 최고의 학습 방법이었습니다. 학습은 공부하는 동안에만 일어나고, 시험은 단지 그 결과를 확인하는 절차라는 생각은 오래된 편견이었습니다.


이런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뇌가 '예측과 현실의 불일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옳다고 믿었는데 틀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흩어져 있던 주의가 집중되고 기억 처리가 활성화됩니다. 이때 새로운 정보가 더 강한 기억으로 저장됩니다. 이런 효과는 피드백이 없을 때도 나타났지만, 자세한 피드백이 더해지면 한층 더 강력해졌습니다.


우리 뇌는 새롭지 않은 것, 문제없이 흘러가는 평범한 것에는 그다지 관심을 쏟지 않습니다. 예상과는 다른 결과를 얻었을 때, 실패를 경험했을 때 비로소 주의 시스템이 활성화됩니다. 신경과학자 스타니슬라스 드앤은 이를 두고 "에러 신호 없이는 뇌가 학습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단순히 강의를 듣고 교과서를 반복해서 읽는 것으로는 학습이 완성되지 않습니다. 배운 내용을 밖으로 꺼내는 '인출'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에 오류는 없는지 확인하고, 적절한 피드백으로 수정하고 보완해 나가야 합니다.


진정한 배움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 실패입니다. 이는 스키를 배울 때와도 비슷합니다. 백 번 설명을 듣는 것보다 한 번 슬로프를 내려오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때 넘어지지 않으려 애쓰기보다 수없이 넘어지고 일어서봐야 합니다. 실수는 피해야 할 잘못도 나의 무능력을 드러내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강력한 학습의 순간입니다.




피드백을 대하는 현명한 방법

실수로부터 성장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그들에게서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피드백을 성장을 위한 연료로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런 성향들은 노력으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럼 피드백을 제대로 활용하는 세 가지 방법을 살펴볼까요?


첫 번째는 감정과 내용의 분리입니다. 피드백을 받는 순간 불편한 감정이 올라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러나 감정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면 정작 중요한 내용은 놓치게 됩니다. 편도체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전전두피질의 판단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피드백은 나에 대한 비난이 아닙니다. 내가 한 행동이나 과제에 대한 의견일 뿐입니다. 그러니 잠시 시간을 갖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이 피드백이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라고요. 불편한 피드백일수록 그 안에 내가 외면하려 했던 무언가가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질문의 답을 찾아가다 보면 피드백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성장 마인드셋입니다. 심리학자 캐럴 드웩(Carol Dweck)은 사람의 마인드셋을 두 가지로 구분했습니다. 바로 성장 마인드셋과 고정 마인드셋입니다. 고정 마인드셋은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며 노력으로 바꿀 수 없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이런 사고방식은 실패를 자신의 무능함의 증거로 받아들이고 도전을 피하게 만듭니다. 반면, 성장 마인드셋은 인간의 능력이 고정된 것이 아니 노력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피드백을 나의 부족함에 대한 증거가 아닌 성장의 기회로 바라보는 것,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지금 발전하고 있다"는 태도가 바로 성공하는 사람들의 비결입니다.


세 번째는 선택적 수용입니다. 모든 피드백이 100% 정확할 수는 없습니다. 상대방도 완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달 방식이 서툴거나,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피드백이라면 가볍게 넘어가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피드백 전체를 무시하는 것은 손해입니다. 전달 방식이 아닌 내용에 집중하고, 그 안에 담긴 실체를 찾아보세요. 피드백을 잘 활용하는 사람은 모든 피드백을 그대로 수용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그 안에서 배울 것만 골라내는 사람입니다. 그런 능력이야말로 꾸준한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힘입니다.


예상치 못한 실수로 당황스러울 때, 상사의 피드백이 마음에 상처가 될 때, 주어진 과제에 비해 내 능력이 모자라다고 느껴질 때. 스스로를 몰아붙이거나 비하하는 대신, 성장의 기회로 삼아보세요. 작은 생각의 변화만으로 같은 상황에서도 성숙한 태도를 가질 수 있을겁니다.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결함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경우 실수는 우리에게 배움의 기회가 됩니다. 중요한 것은 실수의 유무가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입니다. '내가 왜 그랬을까'를 되뇌며 과거의 나를 탓하기보다는, '무엇을 보완하면 될까'를 고민하며 앞을 내다봐야 합니다.


누구도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완벽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할 뿐입니다. 반복해서 연습하고, 실수를 막아줄 몇 단계의 장치를 마련하고, 체크리스트를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면 충분합니다.


실수를 개인의 무능함으로 치부할 때 개선의 여지는 사라집니다. 문제의 책임자를 찾아내 비난하기 보다는 실수가 남긴 교훈을 공동의 자산으로 삼을 때 우리 모두는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실수를 조금 더 허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실패는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끄는 가장 믿음직한 스승이니까요.




[참고문헌]

- Shute, V. J. (2008). Focus on formative feedback. Review of Educational Research, 78(1), 153-189.

- Schultz, W., Dayan, P., & Montague, P. R. (1997). A Neural Substrate of Prediction and Reward. Science, 275(5306), 1593-1599.

- Douglas Stone과 Sheila Heen의 『피드백에 감사하라(Thanks for the Feedback)』(2014)

- Roediger, H. L. III, & Butler, A. C. (2011). The critical role of retrieval practice in long-term retention.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15(1), 20–27.

- 스타니슬라스 드앤 (2020).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 이충호 옮김. 문학사상.




매거진의 이전글종이와 책과 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