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저는 호구인가요?
규칙에 따른 결과일지라도, 내가 더 갖게 되면 마음이 불편합니다. 그래서 이기는 쪽보다는 양보하는 쪽을, 앞서기보다 한발 물러서는 쪽을 선택해 왔습니다.
이 일을 처음 시작한 신규 때 일입니다. 상사가 아닌 선배가 먼저 과제를 훑어보고 고른 뒤 남은 과제가 저에게 배정되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받았더니 보통의 과제와는 달리 업무로딩이 지나치게 심했습니다.
그러나 힘들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그냥 내 일이니 해야겠거니 생각합니다.
임상연구 코디네이터라는 업무의 특성상 개인별로 과제가 분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한가해 보인다는 이유로 선배에게서 업무를 넘겨받게 되었을 때는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내건 내가 챙겨야 한다는 것, 할 말은 해야 손해를 안 본다는 것을 알고는 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더한다는 것도 알고요.
그런데 부당하다고 선배에게 항의하고, 상사에게 업무를 줄여달라고 말하는 게 오히려 마음이 불편합니다.
그래서 억울해하며 마음 끓이느니 그냥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이렇게 바쁘게 일을 하다 보니 업무스킬이 느네.'
덕분에 웬만한 업무는 빨리 처리하고 여유시간도 챙길 수 있었습니다.
당장은 손해 본다 싶어도 길게 보면 더 큰 자산인 사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베풀수록 더 크게 받게 될 때도 있고요.
이건 단순한 제 경험이 아닙니다. 로버트 치알디니는 《설득의 심리학》에서 상호성의 원리로 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서 무언가를 받으면 그보다 더 큰 것을 돌려주려는 강력한 심리적 압박을 느낀다는 것'을 증명했죠.
아담 그랜트의 책 《Give and Take》 에서도 '기버(Giver)들이 단기적으로는 손해를 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장 성공적인 그룹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합니다.
물론 대부분은 그렇다는 겁니다. 일부 나르시시스트나 Taker에게는 다른 전략이 필요합니다.
아담 그랜트는 팃포탯(받은 대로 갚기) 전략은 충분히 용서하지 못해 가끔 발생하는 사고 때문에 고통받는 경우가 있다며, 너그러운 팃포탯 전략을 소개합니다.
상대가 배신할 때마다 똑같이 대처하는 대신, 약 3분의 2만 경쟁적으로 행동하고 세 번에 한 번 정도는 협력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전략입니다.
생각보다 우주는 공평한 편입니다.
그 사람에 대한 심판은 내가 아닌 더 큰 흐름에 맡기고, 우리는 각자를 마음을 챙기며 삶에 집중하는 게 어떨까요?
부당함에 대응하려 시간과 감정 소모하고, 나의 마음을 날카롭게 만드는 것보다, 사람을 품을 수 있는 둥근 마음을 갖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