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호이스콜레에서 얻는 10가지 배움
한국인이 덴마크 호이스콜레를 만났을 때
2019년 1월, 반가운 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발신인은 덴마크 호이스콜레 탄생 175주년을 기념해 그동안의 발자취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조망하는 책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다는 편집자였다. 우리는 2년전, 한국에서 만난 적 있었다. '덴마크 대안교육을 만나다'(서울,인천교육청 주최, 삶을 위한 교사대학,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주관)라는 이름으로 열린 세미나에 덴마크 프리스콜레, 에프터스콜레, 폴케호이스콜레, 자유교원대학의 교장,교사, 그리고 관련기관의 스텝들이 덴마크의 대안교육을 한국에 소개하기 위해 방문했을 때였다. 무대 위에 오른 덴마크 교사들의 열정도, 주최,주관한 한국교사들의 정성도, 청중으로 참석한 이들의 열기도 대단했던 기억이난다.
한국으로부터 초대를 받아 발표를 준비하던 폴케호이스콜레 협회는 이메일을 통해 약 7분간의 '발표 속 발표'를 담당해 줄 수 있겠느냐는 요청을 해왔고, 나는 호이스콜레 연합 회장님(파워풀한 에너지와 카리스마를 마구 뿜어내는 강력한 여성리더!)의 발표 중간에 호이스콜레 졸업생으로서 잠깐 등장해 몇장의 사진과 함께 한국인으로서 덴마크 폴케호이스쿨을 경험한 개인적인 감상을 나누었더랬다.
당시 나의 스피치를 흥미롭게 들었다며 북시리즈를 만드는데 필진으로 기여(Contribute)해 줄 수 있느냐는 물음에, 나는 기쁘게 화답했다. 당시엔 시간이 몹시 한정되어 있었고, 그 때문에 절제되고 엄선된 단어로 스크립트를 짜서 발표하느라 못 다한 이야기가 내게 분명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편집자가 내게 제시해 준 주제가 참 매력적이었다. 'Learn for life - about life enlightenment'. 주제를 보니 손가락이 꼼지락, 기지개를 펴는 듯 했다.
덴마크에서 반가운 선물이 도착했다.이 이야기를 이곳에 풀어놓는 이유는, 어느덧 그 책이 세상에 나와 바다를 건너 내 손안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책 시리즈는 총 11권으로, <10 Lessons from The Folk High School> -('포크하이스쿨에서 온 10가지 배움'이라고 '저는' 해석해 봅니다)- 이라는 제목아래 호이스콜레의 개념,역사 등을 우선 0권에서 훑은 뒤 10개의 줄기를 뻗는 형태로 구성 되어 있다. (덴마크 국내 뿐 아니라 각기 다른 국가에 살고 있는 다양한 배경의 필진들과 소통하며 지난한 작업을 했을 편집자의 애환이 서려있는 구성...)
0 - A Foray into Folk High School Ideology (포크하이스쿨로의 여행)
1 - Become Yourself (나 자신되기)
2- Learn for Pleasure (즐거움을 위해 배우기)
3- Take responsibility (책임감을 갖기)
4 -Learn for Life (삶을 위해 배우기)
5-Sing Together (함께 노래하기)
6-Live Together (함께 살기)
7-Tell Stories (이야기 나누기)
8-Learn Together (함께 배우기)
9-Learn through the Body (몸으로 배우기)
10-Become a People ('사람'이 되기)
각각의 챕터는 같은 주제를 가지고 각각의 다른 앵글로 자신의 경험을 펼치는 3-4명의 필자가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그리고 호이스콜레를 경험하고 동시에 호이스콜레가 아닌 다른 환경에서의 교육적 경험을 가진 다른 문화권의 필진들이 시선을 더했다. 나의 글은 최종적으로 제 4권, Learn for Life (삶을 위해 배우기)에 속했다. 4권에서는 덴마크 교육 철학의 근간을 만든 그룬투비(Grundtvig)를 비롯한 철학자들이 중요하게 여긴 'Enlightenment for life' 개념을 4명의 필자를 초대해 호이스콜레에서의 경험과 실천을 통해 들려준다.
오랫동안 그룬투비의 생각을 연구하고 글로 써오신 Ragner Birkelund 교수님(현재 의과대학과 의학연구기관에서 지역의료, 공공의료에 관련한 리서치와 강의를 하고 계신다고 함), 호이스콜레의 페다고지를 연구하고 책을 써내기도 한 학자이자, 로스킬데 축제(Festival) 호이스콜레(최근에 개교한 학교로 음악 페스티벌로 굉장히 유명한 로스킬데 지역에 위치해 있다) 의 부교장이신 Jonas Møller 선생님, 덴마크에서 가장 오래된 체육(Physical Education) 호이스콜레(1920년 개교)에서 교사로 일했고, 현재는 프리스콜레 교사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계시는 Simon Finnerup 선생님이 이 주제에 관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 책에 실린 내 글의 제목은 'When a Korean meets the Danish folk high school' (한국인이 덴마크 호이스콜레를 만났을 때) 이다. '내가 한국인의 대표성을 띄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제목을 지어도 되나...' 하는 고민이 없지 않았지만 한국의 교육환경에 대해 서술하고 이 기획에 나의 맥락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한국인'이라는 부분을 강조해 보았다.
이 책에 실린 나의 글은 현재 호이스콜레 연합 웹사이트에 전문이 있다.
- 글 보기 링크
영문으로 번역하는 과정에 내 주변 인물 중 가장 Multi-cultural한 교육 경험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전문 통/번역가로 일하고 있는 친구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 내 글의 목적과 문장의 뉘앙스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해 주어서 결과가 만족스러웠다. 고맙다 친구야 (TMI)
이 책 시리즈를 보며 떠오른 사람들이 많다. 먼저는 한국의 대안교육현장에서, 공교육현장에서 일하고 계신 교사분들이 생각났다. 특히, 쉽지 않은 교육환경에서 교육가, 실천가의 삶을 수행하고 있는 내 또래의 교사 친구들이 생각났다. 덴마크의 대안학교라고 불리우는 호이스콜레 만큼이나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대안교육 현장들이 많이 있고, 그들이 영감을 받고 때로는 힘을 받을 만한 내용들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책은 덴마크어와 영어로 (책을 앞으로 읽으면 덴마크어, 거꾸로 뒤집으면 영어로 읽을 수 있게 되어 있다) 구성되어 있어 바쁜 한국 사람들에게 얼마나 읽힐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덴마크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를 어려움 없이 읽는 반면 그렇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 책은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본다.
그렇지만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이유는 175년이라는 호이스콜레의 긴 역사를 아울러 입체적으로 덴마크 교육, 특히 호이스콜레의 정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는 생각에서이다. 정말로 다채로운 목소리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좋은 글들이 많다. 이 책을 편집하신 분은 오랫동안 호이스콜레연합에서 국제교류를 담당한 분으로, 다양한 국가를 방문하며 현장을 관찰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챕터마다 '이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려고 이 자리에(?) 오셨나~' 하는 흥미가 돋는다.
책은 영문/덴마크어로 출판 되었으나 원글은 한글로 작성했기에 편안하게 한글 원문을 읽고자 하시는 분들을 위해 내 글에 한해 원문도 업로드 해 두고자 한다. 그리고 짬 나는 대로 본 책의 Copyright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다른 필자들의 글도 소개하고 싶다. 나의 경험을 솔직하게 쓴 글이라 다시 읽어보면 부끄러운 부분도 있지만, 이 작은 글 토막이 가져다 준 수많은 만남들과, 경험들이 특별하기에 함께 나누고 싶다.
종이책 뿐만 아니라, E-Book으로도 구매가 가능하다. 디자인이 아주 예쁘고 (역시.. 덴마크 사람들의 디자인 감각이란... 이라는 감탄이 나오는 심플하면서도 볼수록 기분 좋아지는 색감과 디자인이다) 책 내용도 좋아서 시리즈 전체를 책 꽂이에 꽂아 두어도 좋겠지만, 전권을 사는 비용이 제법인지라 E-Book도 추천한다.
- 온라인 북샵 링크
https://www.danishfolkhighschools.com/pedagogy/10-lessons-from-the-folk-high-schoo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