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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나몽 Jan 25. 2017

미친년 질량 보존의 법칙

끊어버린 인연으로 인한 씁쓸한 깨달음과 위로.

얼마 전 유학생활의 시작을 함께했던 

미우나 고우나 믿었던 한 친구와 인연을 끊었다(A라고 칭하겠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끊어버린 나 자신이 낯설었다

내가 그렇게 단호한 사람인지 몰랐다


무슨 미련이 그리 많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알아가긴 오래 걸리지만, 인연 하나 정리하기는 쉽다'라는 말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말한다

사람을 만나고, 알아가고, 가까워짐으로 인해 믿게 되고, 동지라고 느껴지게 되기까지는 

참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인연 하나 정리하기는 참 쉽다고 한다.


나는 인연을 쉽게 정리하지 못하는 편이다

누군가 나를 어떤 식으로 말하고 다닌다 해도 

그 앞에서 모진 말도 잘 못하고, 그냥 그랬구나 어쩔 수 있나.. 하고 넘어간다


이번에도 그랬다

사실을 근거로 한 오해로 인해 담을 쌓게 되었고, 

그 담의 높이와 넓이는 점점 거대해졌다


모든 상황을 다 아는 나는 

다 그냥 넘기고 다시 잘 지내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A에 대한 생각과 그가 가졌던 내가 모르는 서운함, 

그리고 그동안의 심정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한번

두 번

세 번을 물었다


'이제 와서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하자는 거야 나 참.

그냥 그렇게 알고 살아.'


나보다 한 살 어린 A는

콧방귀와 비웃음을 한껏 담아 약간은 떨리는 목소리를 숨긴 채 빈정거리며 말했다


살면서 그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사실 이 상황은 내가 화낼 상황이었고,

그 옆에 앉아있던 다른 이(B라고 하겠다)가 미안해할 상황이다


화나지 않았다 억울하지도 않았다

다만

이렇게 속 터지고 서운하고 속상한 적은 없었다

그만큼 내가  A를 많이 생각했다는 것이겠지..


세 번을 묻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너도 네가 알고 있는 대로 살아. 나도 내가 들은 대로 알고 살 테니까.'


나의 이 말에 옆에 앉아있던 B는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B가 이 소름 끼치는 문제의 시발점을 전달한 본인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그곳에서

문제의 원흉이 되었던 B가 A와 C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했던 

나는 누구에게도 해명하고 싶지 않았다

B 또한 이 낯선 곳에서 만나게 된 아끼는 동생이었으니까. 


집으로 돌아와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핸드폰 안에 있는 A의 모든 정보를 지웠다

순식간에 내가 가진 모든 것에서 A는 사라졌다

내 기억 속을 제외하고.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모르면 오해하고 알면 이해한다
오해하면 미워지고 알게 되면 공감한다



알았지만 몰랐던 것 같다





'미친년(놈) 질량 보존의 법칙'을 알고 있는가?


잘 생각해보자

언제 어디서나 내가 속한 공동체에는 그들의 존재감을 증명하듯한 그들이

질량을 보존하고 있다 

환경이 바뀌고 세월이 흘러도 어딜가나 '미친년'들이 존재하고

만약,

그 공동체 안에 미친년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구역의 미친년은 바로'나' 이다



각자가 가진 고민들

그것은 세상에서 제일 큰 문제며 

누구나 위로받고 싶어 입을 열지만

결국 타인의 입에서 스스로에게 돌아오는 건 

권고, 회유, 책임, 내 탓이고 

그것이 또한 내 선택이라 말한다


내 상황을 먼저 이해하려고 한다기보다는 

그 이해에 앞서  

자신의 머릿속 생각의 기준에서 

필터링도 하지 않은 채 

입을 통해 나온다


그리고 돌아오는 말에 느껴지는 것은 내 삶에 대한 자책이다

그 순간 

한없이 여려지고 슬퍼진다


우리가 원하는 건 그냥 안아주는 말

따뜻한 시선으로 들어주는 것

고개 한번 끄덕거려 공감해주는 것

눈 맞추며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뒤통수를 신나게 얻어맞은 느낌이다

주변 사람들을 한번 생각해보자.

우애가 두텁고 말고를 떠나서 지금 당장 떠오르는 한 명, 

당신은 그 사람을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는가?


사람이 사람을 안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 사람을 보이는 그대로 안다는 것일까. 믿는다는 것일까.

아니면 믿고 싶은 것일까.

상대방에게 가지는 생각들은 

내가 만들어낸 그 사람의 특징일까 

아니면 그 특징을 내가 아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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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돌아오는 따뜻한 문자 한 통에 서러웠던 마음은 녹는다

그렇다 우리는 그 따뜻한 말이 고팠는지도 모른다


일 년이 지났다

하지만 결론은 변하지 않았다

나는 내 인생의 중요하지 않은 한 사람을 지웠고

후에 그것은 나를 위한 좋은 선택이었다 생각할 것이다



.

.

.

모든 사람에게 에너지를 쏟지 마세요

나를 위한 사람에게 그 에너지를 나눠주세요

그것이 스스로를 위한 더 큰 선물이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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