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잿빛달

돌이켜보니 내가 답답해서 한 말은 충고도 조언도 아니었다. 남을 위한답시고 내뱉지만 그것은 오로지 나를 위해서 하는 말이었다. 내 답답함을 해소시키기 위해 그 충동을 견디지 못하고 던지는 말이지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 분야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조금 주워듣고 어디서 읽고 본 알량한 지식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이에게 읊기 바빴다. 내가 답답해서. 어쩌면 내 우위를 느끼기 위해.


그런 일들이 한두 번이 아니다. 수천수만 번은 되지 않을까? 그걸 서른이 넘고서야 알았으니 부끄럽고 비참하다. 할 수만 있다면 내가 했던 말들을 주워 담고 싶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비판이랍시고 했던 말, 진실을 모르면서 주어진 사실로만 판단하고 했던 말, 내 부족함을 가리기 위해 그럴듯하게 꾸며서 했던 말, 내 답답함을 조언으로 포장해서 타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구겨 넣었던 말, 타인의 허물을 우스개 거리로 삼아 옮겼던 말.


그런 말들이 켜켜이 쌓이면 나 자신을 초라하고 작게 만든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알았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이제껏 해왔듯 습관처럼 나도 모르게 반복할 것이다. 그래도 의식할 때만큼은 조금씩 줄여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말과 행동이 다른 것만큼 내 부족함을 남에게 확실하게 전달하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남에게 쉽게 말하고 충고하기 이전에 나부터 그렇게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번지르르한 말보다 내 삶 속에서 그 깊이가 배어 나오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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