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독서노트: 줬으면 그만이지

by 차향노트

[ 밑줄치는 CEO의 독서노트 : UnderMark ]


줬으면 그만이지

: 김주완, 피플파워


# Key Word

: 돈이 아니라 의지




어른 김장하 선생의 이야기. 문형배 헌법재판관 덕분에 알게 된 분. 내가 가고자 하는 삶의 길을 먼저, 그리고 훨씬 크게 가고 있는 분이라 쉽게 구매 버튼을 눌렀다.


보일 듯 말듯 하면서도 그러나 역할은 한다. 앞에 나서지 말고 항상 제 역할을 하는 그런 사람이 되라는 뜻이지요. (p19)


주인공인 김장하 선생의 이름을 지어주신 할아버지의 뜻이 이러 했단다. 역할을 하면서도 드러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 요즘 시대에 참 어려운 일이다. 어떻게든 드러나고, 어떻게든 앞에 서야 그나마 제대로 밥 먹고 살 수 있다고 생각되는 세상 아닌가.


"선생님은 책을 왜 이렇게 많이 읽으시나요?"

"내가 배운 게 없으니 책이라도 읽을 수 밖에." (p28)


그릇이 큰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겸손하다. 삶이 깊은 분들을 보면 말이 많지도, 소리가 크지도 않다. 김장하 선생의 영상을 몇 번 봤는데 답답할 정도로 말씀이 없으시다. 어떻게 하면, 어떤 생각으로 살면 그렇게 되는걸까? 궁금하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은데 마땅치 않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깊고 부드럽고 따뜻하고, 째려보는 날카로운 눈빛이라기 보다는 모든 걸 포용하는 그런 눈빛이죠.(.p77)

새 옷 사 입은 것도 본 적이 없어. 두 분이 똑 같애.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사시는지 나는 아직도 의문이야. (p90)


김장하 선생 주위 사람들의 평이다. 수 년 전의 한 모임에서 나에 대한 평을 직접 듣게 되었다. '포근하고, 부드러운 미소와 따뜻함'을 기대했건만 '실수 하면 안될 것 같은, 항상 원칙과 기준이 뚜렷한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나쁜 평은 아니지만 '내 마음 속의 나'와는 꽤 거리가 있었다.


"내가 배우지 못했던 원인이 오직 가난이었다면, 그 억울함을 다른 나의 후배들이 가져서는 안되겠다 하는 것이고, 그리고 한약업에 종사하면서 내가 돈을 번다면 그것은 세상의 병든 이들, 곧 누구보다도 불행한 사람들에게서 거둔 이윤이겠기에 그것은 내 자신을 위해 쓰여져서는 안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p105)


존경스럽다. 그래서 그런 지 김장하 선생은 장학사업에서도 특징이 여실히 드러난다. 전달식을 하지 않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우선 선발하고, 가급적 1회성이 아니라 졸업할 때까지 지원한다. 기록 자체를 남기지 않고 누가 물어봐도 말해주지 않는다. 그렇게 지원한 학생에게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기대가 없으니 실망도 없다.


"제가 선생님 장학금을 받고도 특별한 인물이 못 되어서 죄송합니다."

"내가 그런 걸 바란 게 아니야.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고 있는거야." (p117)


"선생님 고맙습니다. 제가 빠른 시일 내에 갚겠습니다."

"나에게 갚을 필요는 없고, 다음에 당신처럼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그때 그 사람한테 갚으면 됩니다." (p155)


한 시민 운동가 아들의 대학 입학금과 등록금을 도와준 후 나눈 대화다. 참 어려운 일인데 어찌 이렇게 담담할 수 있을까? 세상에는 돈 때문에 생기는 상처들이 너무 많다. 세상 곳곳에서 생기는 상처들을 김장하 선생 같은 분들이 덧나지 않게 살피는 것 같다.


10 년 전 쯤, 회사 자금 문제로 천 만원이 안되는 돈을 친척에게 빌린 적이 있다. 약속된 날짜에 상환 했음에도 명절 때 만난 자리에서 "자살 하기 전에는 돈 빌려달라는 말 하지 마라"는 말이 건네져 왔다. 그 이후로 난 회사가 아무리 어려워도 절대로 돈을 빌리지 않는다. 10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치유되지 않는 상처다.


"자기한테 고마워할 필요는 없고 이 사회에 있는 것을 너에게 주었을 뿐이니 혹시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 사회에 갚으라고... 제가 이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한 것이 있다면.. 있다면, 그 말씀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p131)


문형배 헌법재판관이 모 행사에서 한 기념사 일부분이다. 선한 영향력이다. 공동체가 건강하게 지속되려면 이런 선한 영향력이 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생님 약주 안하십니까?"

"안 먹어요. 내가 약을 썰잖아. 한약 짓는 사람이 술 먹는 걸 알게 되면 그 사람의 약에 대해 신뢰를 할 수 있을까?" (p308)


"사람은 담는 그릇이 있거든. 좀 덜어내야 또 채울 수 있지."

"재물은 내 돈이다는 생각이 안들고 언젠가 사회로 다시 돌아갈 돈이고 잠시 내가 위탁받았을 뿐이다. 그 생각 뿐이야. 이왕 사회로 돌아갈 돈인 바에야 보람있게 돌려줘보자 그런 거지." (p322)


갈수록 뭔가를 줄이고, 덜어낸다. 담배를 내려놓고, 술을 내려놓고, 저녁모임을 내려놓았다. 내 삶에 군더더기 처럼 붙어있는 잔가지들을 하나하나 잘라낸다. 정해져 있는 시간을 소중한 것들로 채우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머지를 덜어내게 된다. '사업하는 사람이 저녁 모임, 술자리를 안하면 사업이 되느냐' 하지만, 아무 문제 없었다.


김장하에게 살아오면서 언제 가장 행복했는 지 물어봤다.

"글쎄, 매일 행복하니까." (p333)


사람은 마땅히 올바른 것에 마음을 두어야지 재물에 얽매여서는 안된다. (p34)


서른 살 때 "죽을 때.. '사랑한다는 말을 좀 더 할 껄'이라는 후회는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 했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수시로 한다. 다들 익숙해져 있다. 삶은 방향이다. 방향 제대로 잡고 살고 싶다.


한 줄 평?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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